강아지 복실이 우리 그림책 10
한미호 글, 김유대 그림 / 국민서관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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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아이는 작년부터 생일선물로 퀵보드를 사달라고 졸랐다. 여섯 살이 되면 사주겠노라 버티다가 생일에 맞춰 지난달에 선물해줬다. 새로운 물건을 살 때마다 종류 때문에 고민하는 엄마는 아랑곳하지 않고, 핑크색에다 불빛이 나야 한다는 구체적인 요구까지 했다. 적당한 가격과 모든 조건에 맞추고, 거기다 헬멧과 보호대까지 결정해야했던, 그야말로 피곤한 쇼핑이었다. 그래도 아이가 너무 좋아하고, 틈만 나면 퀵보드 타게 해달라고 애교를 부리는 탓에 쇼핑의 피곤함이 사라질 때도 있다. 갖고 싶은 선물을 받으면 이렇게 좋을까? 그래서인지 이 책 속의 주인공이 누나가 생일선물로 받은 강아지를 차지하고 싶은 마음이 조금은 이해가 갔다.


주인공의 누나는 생일선물로 강아지 복실이를 받았다. 아이들이 함께 쓰는 2층 침대와 주변의 물건을 살펴보면 동물 장난감이 참 많다. 아이들이 동물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방안에 아이들의 성향이 드러나는 분위기가 참 좋다. 거기다 마당이 있는 집이라 아이들과 복실이가 함께 노는 것도 그랬다. 시골에서 자랐던 내 어린 시절이 생각나기도 했고, 요즘 아이들은 이렇게 자유롭게 놀지 못한 것이 조금은 안타까웠다. 그렇게 신 나게 노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주인공이 복실이를 독차지 하고 싶어 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복실이와 함께 자고 싶고, 목욕도 시켜주고 싶은데 누나가 자신의 강아지라면서 허락해 주지 않는다. 그런 누나가 미워서 크레파스를 빌려주지 않자 누나는 복실이랑 노는 것을 금지시켜 버린다.

주인공은 자신의 생일에 받고 싶은 동물을 떠올린다. 기린, 하마, 판다, 고래, 펭귄, 코끼리를 받을 것을 상상하며 즐거워한다. 어떻게 놀 것인지를 말하고, 추장이 되어 모든 동물과 함께 지낼 거라 말한다. 하지만 모든 상상에는 항상 복실이가 따라다닌다. 누나에 맞서 생일 때 받고 싶은 동물을 단순하게 떠올리는 게 아니라 복실이를 정말 좋아하고 있다는 게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복실이도 그런 주인공이 좋은지 계속 따라다니며 놀아 달라고 한다. 그제야 마음을 풀고 크레파스를 누나한테 빌려주자 누나도 복실이랑 놀게 허락해 준다. 주인공은 복실이랑 놀면서, 복실이가 정말 좋다고, 받고 싶어 하던 동물들보다 복실이가 더 좋다고, 복실이를 누나가 선물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선물은 받을 때 가장 기쁘지만, 받기를 소망하고 기다리는 순간도 좋은 것 같다. 큰 아이가 퀵보드를 사달라고 조를 때부터, 선물 받기까지의 과정을 떠올려 봐도 그렇다. 아직까지는 질려하지 않고 즐겁게 타는데 모든 선물에 그렇게 오랜 열정을 보이는 것 같지 않다. 그래도 선물에 대해 아이들보다 더 짧은 열정을 드러내는 어른인 나보다 낫다는 생각은 한다. 용돈을 힘들게 모아 사던 것들이 소중하게 다가왔던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게 모아도 살 수 없는 것들이거나, 세상적인 물욕이 덕지덕지 붙거나, 가져서 뭐 하냐는 단념의 시선이 엉켜있는 진부한 바람들이 대부분이다. 복실이 때문에 누나와 싸우기도 했지만 정말 복실이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지켜본 터라 괜히 반성이 되는 순간이었다. 무언가에 감사하고 소중한 마음을 가져본 적이 언제인지. 새삼 내게 주어진 것들에 감사하게 되는 좀 빤한 느낌을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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