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80
하인리히 뵐 지음, 김연수 옮김 / 민음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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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처럼 진행되는 소설. 하이에나같은 황색언론에 대한 냉담한 추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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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을 쫓는 아이 (개정판)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이미선 옮김 / 열림원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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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역시 할레드 호세이니 작품인 <천 개의 찬란한 태양>으로 처음 자세히 들어가봤던 나라, 고바야시 유타카의 아름다운 그림책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의 마을>에서 파구만 마을을 통해 가슴아프게 바라봐야 했던 나라. 그리고 <천상의 소녀>라는 영화를 통해 머리가 텅 비는 것처럼 참담함을 느껴야 했던, 지금도 현재 진행형의 비극을 살고 있는 나라.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모국이 아프가니스탄이 되어버린 그 순간부터 생애에 너무나 큰 짐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비극의 나라가 이 나라가 아닌가. 생명에 대한 안정이 없이, 삼십년이 넘도록 전쟁 중인 나라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대체 어떤 의미일까. 우리나라도 일제시대를 겪었지.. 과거가 되어버린 그 고통의 시대를 현재형으로, 아니 외세 뿐만 아니라 내전으로 더욱더 황폐한 역사를 끌어가고 있는 나라의 국민으로 산다는 것의 무게를 생각하면 가슴이 짓눌리는 듯하다.  

지은이가 65년에 아프가니스탄에서 태어났고, 이란으로 다시 카불로 옮겨다니며 살다가 76년에는 파리로, 그리고 80년에는 미국으로 정치적 망명을 하였다니, 그가 카불에서 아프가니스탄 인으로 자신과 동질적인 사람들과 살았던 시간은 고작 십여년에 불과하다. 그는 캘리포니아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샌디에이고에서 의학을 전공하였고, 로스앤젤리스에서 내과 레지던트 과정을 마치고 캘리포니아에서 의사로 살았던 사람이다. 그가 2003년, 그러니까 37세에 쓴 첫 장편소설이 바로 이 책 <연을 쫓는 아이>다. 그는 어떻게 아프가니스탄을, 그토록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을까. 고작 열 살 전후까지 살았던 그곳의 기억에서 그는 어떻게 이런 책을 건져올렸을까. 그는 영어로 이 책을 썼지만, 그가 영어로 썼기 때문에 이 책은 세계인의 책이 되었다. 그에게 영어라는 언어, 제 2의 국어였던 그 언어가  그의 아프가니스탄을 알리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되었다니 아이러니다. 2001년 미국의 침공, 미국에서 이슬람의 입지가 그토록 백척간두에 서 있을 때 이 책이 출판되었다는 것의 의미는 결코 가벼울 수 없다. 그의 이 책은 여러 사람들이 격류의 감정과 광기어린 비난에서 스스로를 제어하도록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되었다. 다행한 일이고, 결과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는 일이었다.  

 이 책의 지은이가 두 번 째로 써낸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은 실로 아프가니스탄의 여성 수난사에 다름 아니다. 이 책 <연을 쫓는 아이>는 남성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물론 아프가니스탄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그 속에는 보편적 인간성의 도저한 흐름이 존재하고 그 무게감이 대단하여, 아프가니스탄이라는 절박한 상황조차 오히려 헐겁게 느껴질 정도이다. 신의와 명예, 인간에 대한 예의. 그 어떤 조건에도 수그러들 수도, 사그라질 수도 없는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탐구가 이 책에서 빛난다.  

역사서를 통해 아프가니스탄을 도식적으로 이해한다고 해서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기쁨과 슬픔을 느낄 수는 없다. 지리와 문화와 역사와, 무엇보다 그 땅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진실한 삶의 이야기가 녹아있는 한 편의 소설이야말로 한 나라를 통째로 이해할 수 있는 성실한 매개가 되어준다. 할레드 호세이니의 소설 두 편으로 아프가니스탄은 내게, 고통의 역사 속에서도 높디높은 하늘로 희망의 연을 날려올릴 수 있는 사람들,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이 빛나듯 아름다운 카불의 긍지를 지닌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으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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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주머니 이야기 옛이야기 그림책 까치호랑이 19
이억배 글.그림 / 보림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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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입에서 입으로, 세상을 훨훨 돌아다녀야 한다는 것! 구수한 그림도 일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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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이 - 우리 옛이야기 곧은나무 그림책 16
서정오 글, 이영경 그림 / 곧은나무(삼성출판사)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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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날 어느 마을에 한 부부가 살았는데, 나이 마흔이 넘도록 아이를 못 낳았어. 그래서 뒷산 신령님께 빌었지.

이렇게 시작하는 이야기는 옛이야기 그대로이다. 서정오님의 옛이야기 말 품새야 이미 한 전형이 되었으니 익숙하다. 술술 읽히고 편안한 입말체의 이야기투다.

이야기는 ‘아이 중의 아이’인 주먹이의 예기치 않은 모험을 따라 흐른다. 일단은 신기한 이야기, 어디를 봐도 약자인 꼬마 주먹이한테 감정이입이 가능한 상황, 모험은 흥미진진하고 우연이 다행으로 겹치고 결국 해피엔딩.  

한바탕 모험 끝에 안전하게 돌아오니 아이들의 ‘모험하고 싶은’ 마음에도, ‘안전하게 돌아오고 싶은’ 마음에도 쏙 들겠다. 교훈 보다는 재미다.

이 책을 이야기로만 본다면 여느 다른 옛이야기하고도, 또는 다른 <주먹이> 그림책하고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은, 옛이야기 그림책으로서는 말할 수 없이 특별하다. 그 특별함은 역시나 그림에서 온다.

이영경 작가는 이 옛이야기에 새로움을 부여한다. 등장인물은 주먹이와 그 부모님밖에 없는데, 그들이 살아가는 시대는 우리가 익숙하게 생각하는 그 옛날이 아니다. 옛이야기 하면 절로 떠오르는 건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 그러나 이 책 주먹이의 시대는 그저 수십 년 전을 연상하게 하는, 오래되지 않은 '옛날'이다. 근대와 현대가 교차하는 어느 시점에다 천연스레 펼쳐놓고 있는 옛이야기, 그게 요새는 흔해진 옛이야기 그림책 기획에 새로움을 부여하고 있다.

주먹이는 ‘중’ 자가 한가운데 떡 붙어있는 '추억의' 중학생 교모를 쓰고 있다. 주먹이 엄마는 우리 어머니 세대들이 아직 새댁이었을 때 입었음직한 알록달록 땡땡이 무늬가 프린트된 한복 차림인데다가 파마머리인데 거참 자연스럽다. 우리 어머니의 젊었을 적 사진에서 본 듯한 모습이라 낯설지 않고 내눈에 익숙하다. 주먹이 아버지는 아예 앞가리마에 포마드를 바른 듯 착 붙인 머리, 아마도 그 당시로는 최신식이었음직한 알록달록 프린트 셔츠에 헐렁한 체크무늬 바지를 입었는데 뒤에 낚시터에서는 아예 ‘빨간 마후라’까지 목에 두르고 있다. 나름 신여성과 모던뽀이 다운 차림. 이게 묘하게 이 책과 어울린다. 호랑이 담배먹던 시절, 절대 아니고! 그렇다고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는 더더욱 아니고! 이 그림책을 볼 우리 아이들에게는 낯설지만 궁금하고 이 그림책을 읽고 골라줄 수 있는 어머니들에게는 은근히 향수를 자극할, 그 정도의 옛날. 방 안에는 그 당시 각시가 썼을 듯한 경대, 신문물이었을 라디오, 그리고 공산품으로 등장한 반짇고리가 보인다. 그렇게 시대 설정을 했다. 대체 어떻게 이 시대로 잡을 생각을 했을까.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옛날로... 이렇게 함으로써 옛이야기는 와락 우리들에게로 다가든다.  

옛이야기 그림책의, 새로운 체험이다.

그런 시대 설정이지만, 뒤이어 진행되는 이야기는 주먹이가 낚시터 옆 풀밭을 뛰어다니거나, 황소 뱃속에 들어가거나, 다시 똥무더기에 섞여 나왔다가 솔개한테 채여 하늘로 올라가거나, 물속으로 떨어져 잉어 뱃속으로 들어가거나 하는 과정이니 시대적인 특성이 드러나는 장면들은 아니다. 대부분의 시간이 주먹이의 특별한 모험으로 채워지는데 그건 자연을 배경으로 하여 어느새 그 흐름에 생각을 집중하게 된다. 처음에 두드러지던 시대적 배경은 어느새 슬쩍 물러나 주는 것이다. 그렇게 이 놀라운 시도는 그림책에 녹아들어가 있다. 

주먹이가 아버지로부터 멀어져 낚시터 풀숲에서 아버지를 소리쳐 부르는 장면을 보면, 맨 왼쪽 한 귀퉁이에 주먹이가 애타게 고함치는 진짜 생생한 표정, 멀찌감치 오른쪽에는 무심한 듯 커다란 눈으로 주먹이를 보는 듯 마는듯한 황소의 얼굴, 그리고 가운데 쪽 저어 뒤로는 아버지가 이제 막 낚시로 잡아올린 물고기를 망태로 담으려는 모습이 자그마하게 보인다. 낚싯줄을 드리우고 가만 기다리는 모습이 아니라 아주 역동적인 장면이다. 주먹이가 외치는 소리가 안 들리는 장면 설정으로는 아버지가 조용히 한가롭게 낚싯줄을 드리우고 있는 모습보다는 한결 설득력 있다. 게다가 주먹이 주변을 보면 우리에게는 그저 발에 밟힐 만큼 작은 풀일 뿐이지만 주먹이에게는 키만큼 한 풀들이 빽빽하다. 그러니 우리에게는 보이는데 주먹이에게는 안보이는 아버지의 모습도 충분히 개연성을 얻는다. 청개구리 한 마리가 말끄러미 주먹이가 고함치는 걸 지켜보고 있다.

다음 장면에서, 풀과 함께 황소 뱃속으로 쑥 빨려들어가버린 주먹이는 캄캄한 뱃속에서 무서워하며 주저앉아있지 않고 여기저기 더듬거리며 기어다닌다. 아이니까! 주먹이야말로 아이 중에 아이 아닌가. 이 책을 보는 작은 아이들도 주먹이는 자기보다 더 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주먹이가 황소 뱃속을 이리저리 헤집으며 기어다니는 장면도 재미있다. 황소는 주먹이 정도가 뱃속에서 이리저리 꼬물거려도 전혀 기별도 안간다는 표정이고, 작가는 주먹이의 상황을 드러내는데 황소의 뱃속을 뭐 생생하게 내장 그대로 보여줘버린다. 소똥 무더기도 푸짐하고, 똥구멍도 왠지 딱 그럴 것 같은 모습이고, 파리가 몇 마리 그 주위로 붕붕 날아다니는 것도 ‘훈훈하다’. ^^

거기서 나왔으니 소똥을 온몸에 묻혔을 주먹이는 쓰다달다 말도 없이 또 아버지를 찾아 옹골차게 달려간다. 얼굴이고 모자고 옷자락이고 손에까지, 소똥이 푸짐하게 묻어있고 그 뒤를 그러니 파리 몇 마리가 똥냄새를 따라 날아가고 있다. 그러다 솔개한테 채여 하늘로 날아오르니 이제 얼떨결에 (아버지 쪽으로) 공간이동이 가능해져버렸네. 솔개는 주먹이의 바지 멜빵을 발톱에 걸고 있다. 주먹이가 대롱대롱 매달린 모습, 그 표정도 볼만하다.

그다음, 독수리한테 공격을 받는 바람에 털까지 여럿 뽑혀 날리며 분투한 솔개가 그만 주먹이를 놓쳐버리자, 아래 보이는 강물 속으로 주먹이가 풍덩 떨어지는 장면. 주먹이가 개구리밥이랑 물풀들이 떠 있는 물속으로 쓩 떨어지는데 드디어 소똥들이 그 물에 푸르르 씻겨나간다. 개구리가 놀라 펄쩍 뛰는 모습까지. 물고기처럼 헤엄치는 주먹이의 모습도 절로 눈이 간다. 그리고 오른쪽에 잉어 등장. 다음 장에서는 잉어 뱃속에서 버둥거리고 있는 주먹이. 그림책은 가득 펼쳐진 상태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상황을 계속 진행시켜 보여준다. 물의 흐름을 따라가다보면 이야기와 함께 그림도 끊어지지 않고 속도감 있게 진행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어김없이 잉어를 낚아올린 아버지, 뱃속에서 나온 주먹이. 아버지에게나 주먹이에게나 소름이 돋을만큼 심각한 상황일텐데 이야기는 둘의 만남에 집중할 뿐이다. 이러저러하니 이제 다시는 혼자서 멀리 가지 말아라, 그게 다다. 심심하다 느낄 수도 있겠지만, 여태 감정을 드러냄없이 물 흐르듯 흘러온 이야기에 참 잘 어울린다. 편안한 결말에 웃음이 싱긋.  

그림을 다시 보면 두드러져 보이는 아빠의 빨간 마후라와 셋트로 맞춘 듯한 주먹이의 빨간 보자기, 그 위에 중학생 모자, 하하. 대체 어떻게 이런 차림의 주먹이가 가능했던 걸까. 이영경 작가의 그림은 볼수록 절묘하다.

표지, 강아지풀과 쇠뜨기와 나란히 흙 위에,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볼이 발그레한 주먹이가 비스듬히 선 채 이쪽을 말끄러미 보고 있다. 그 특별한 빨간 보자기에 교모를 쓰고, 평범한 노란 셔츠에 파란 멜빵 바지를 입고 있다. 하얀 고무신은 벗겨지지 말라고 끈으로 질끈 묶어놓았다. 암만 봐도 그림책에서 내가 만난 가장 귀여운 주인공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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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이 - 우리 옛이야기 곧은나무 그림책 16
서정오 글, 이영경 그림 / 곧은나무(삼성출판사)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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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이영경의 그림책! 옛이야기 작품에 독특함과 신선함을 불어넣는 작가의 내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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