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이 막바지에 이르니

아이들과 함께 뭐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이 든다.

지곡 휴빈이네 가서 나뭇가지를 주워서 나무곤충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한겨레신문에 반쪽이 최정현 씨가 연재한 <나무곤충 만들기>를 쭉 봐 왔는데,

그게 책으로 엮어져 나왔다.  그 책을 펼쳐놓고 아이들과 함께 야심차게 시작했건만....

 

막상 톱으로 굵고 가는 나뭇가지를 썰어내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언제나 힘을 써야 할 때는 절대 빠지지 않고 엮이게 되곤 하는 김봉은이 계속 톱질을 하고 아이들은 잠자리 날개 하나씩 받아들려고 기다린다.  책을 펼쳐놓고 다들 만들어보려고 하는데 어, 풀칠을 해서 붙여도 계속 떨어진다.  한참 지나고 봐도 또 다시 떨어져있곤 하니... 아이들은 그만 다른 재밌는 놀이감을 찾아 벌써 떠나고 없다.  처음 만져본 전정가위, 그걸로 작은 나뭇가지를 톡 톡 끊어내는 게 재밌다고 생각한 것도 잠시. 

열심히 만들다 둘러보니, 어... 아무도 없다.  난 재밌는데... 왜 다들 없어졌지?

김봉은도 열심히 톱질 하고나서 아이들 자리에 와서 이리저리 부실한 부분을 손봐주더니, "머.  이제 고만.."  이런 얼굴로 앉아있다. 

결국 나 혼자 잠자리와 대벌레를 만들고 접었다.  아이들은 물놀이하러 갔다.

휴빈이아빠가 하던 일을 마치고 전기톱으로 굵은 나뭇가지들을 잘라줬다.  그것들이랑 잔가지들을 챙겨서 집으로 왔다.  그날 저녁, 승현이를 옆에 앉혀놓으려고 노력하며, 좍 펼쳐놓고 곤충들을 하나씩 만들었다.

승현이는 공벌레를 더 만들더니 갖고논다고 정신없고,  나는 그저 한 마리씩 곤충이 늘어난다는 그 단순한 재미에 빠져 자꾸 만든다.  나중에는 반쪽이 최정현씨가 만든 게 성에 안 차서 아예 곤충도감, 나비도감을 펼쳐놓고 나대로 만든다.  나비, 길앞잡이, 사마귀는 도감을 펼쳐놓고 만들었다.  나뭇가지가 더이상 없어서 못 만들었는데, 들에 나가 바로바로 나뭇가지를 찾을 수 있으면 끝없이 만들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머..

재밌었다.  사진을 찍어 기록으로 남긴다.

 


휴빈이네 집 배 위에서 만들기 시작.


반쪽이 아저씨가 만든 곤충들을 들여다보며 연구. 음... 머 어렵지 않겠는 걸.


붙이고 자르고 다들 열심히.


이 정도로 마무리.. 어느 새 다 달아나버린 녀석들. 앞일을 기약하며 나뭇가지와 도구들을 챙겼다.


휴빈이아빠가 전기톱으로 잘라준 나무 토막들. 그 옆에 반쪽이가 만든 나무곤충의 모습들.


무엇보다 먼저 만들어보고 싶었던 반딧불이와 매미.


도감을 펼쳐 사마귀를 조금 개성적으로 만들고 대벌레도 나뭇가지 생긴 대로 만들었다. 가운데 한 마리는 승현이랑 함께.


나비와 하루살이.


왼쪽은 길앞잡이, 오른 쪽은 거위벌레. 둘 다 적당한 나뭇가지를 찾는 재미가 쏠쏠했다. 길앞잡이는 도감을 보고 눈과 이빨(혹은 턱)을 보탰다.


아기 공벌레와 엄마 공벌레.


맨 첨 아들과 함께 만들었던 잠자리 두 마리. 아들이 만든 걸 나뭇가지 위에 앉혔다.


모두 모여 기념촬영.  2005년 8월 29일 찰칵!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