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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풍경 - 김형경 심리 여행 에세이
김형경 지음 / 예담 / 200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여러가지로 좋았다. 책을 보기 전에 이미 이 책을 소개하는 여러 글줄을 읽었기때문에, 이 책에서 여행지 소개같은 것을 기대하지는 않았다. 집을 팔아 여행 경비를 마련했고, 마흔을 넘어서는 고개에서 어떤 '마음' 때문에 혼자서 낯선 곳으로 여행을 했고, 작은 제목들이 '베니스' '노트르담' 들과 같은 것이 아닌 것은 물론, '무의식' '분노' '의존' '동일시' 와 같은 것들이니, 김형경의 생각을 잠시 따라가보고 싶었던 것이다. 이십대 중반부터 정신분석과 심리학 책을 읽어온 마음, 생의 한 시기에 정신분석을 받았던 마음, 그 뒤끝에 여행을 떠났던 마음들이 이 책을 계기로 일단락지어진 듯하다, 고 김형경은 말했다.
책 뒤쪽 추천사를 쓴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의 말마따나, 이 책은 기품있다. 그이의 말에 의하면, "문학적 향기가 나는 정신분석서"란다. 정신분석서로서 유용하되, 작가의 기품이 서려 향기롭고도 재미가 있다는 것이다. 그 명명에 공감한다.
책을 읽으면서 우선 아픈 김형경( 혹은 아팠던 김형경)이 먼저 보였다. 언제나 어디서나 그것은 불쑥불쑥 떠올랐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아픈 김형경을 바라보고 있는 김형경이 보였다. 그이는, 이제 아픈 이가 아니라 아팠던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이가 되어 이글을 쓴다. 아마도 여행, 여행지라는 시간과 공간은, 자잘한 일상에서보다 그 돌아보기를 더 선명하게 만드는지... 작가는 여행지에서 돌아와 한 시기를 일단락짓는다. 그이의 여행을 바라보는 것, 그 안에 있는 나를 바라보는 것이 나의 몫이다.
혼자 여행을 하리라, 다짐해본다. '언젠가.'
책 282쪽, 혼자 여행하는 이들을 생각하는 부분에서 깊이 공감한다. 그 향기로운 표현을 흠뻑 들이마시고, 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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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혼자 여행하는 이들은 바삐 이동하기보다는 한자리에 가만히 머무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았다. 아니, 한자리에 조용히 오래 머무는 사람들을 보면 대체로 혼자 여행하는 이들이었다. 그들은 박물관 계단이나 유적지 그늘에, 공원 벤치나 길가 풀숲에, 어디든 마음 내키는 곳에 머무르곤 했다. 그런 때 그들은 의식과 감각의 어느 지점에 샛길이 열리고, 그 샛길을 따라 한없이 걸어 들어가 세상을 잊은 지점에 도달해 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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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샛길을 따라 한없이 걸어들어가, 그 한 지점에 앉아 있는 한 사람을 본다. 언젠가의 나였고, 그 어느 시기의 나일지도 모르고, 지금의 나이기도 한 그 사람. 혼자 여행하는 모든 이들은 알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