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견 : 하늘에서 본 지구 366
얀 아르튀스-베르트랑 지음, 정영문.조형준 옮김 / 새물결 / 2003년 11월
평점 :
품절


  원제가 <reflections on our earth>다.  이 책을 열어보면 정말 그렇다.  우리나라에서 출판된 제목은 <발견, 하늘에서 본 지구 366>인데, 그것도 그렇다.  이 책을 통해 이 지구는, 우리에게 "발견"된다.   우리의 일상에서부터 훌쩍 올라간 곳에서, 조금 더 거시적으로 조금 더 관조적으로, 그래서 더 아름답게 더 안타깝게 발견된다.  지금 너무 아름답게 보이는 것들은 그 아름다움 만큼이나 안타까움을 안에 품고 있다.  '이렇게 아름다웠던가', 하는 깨달음에서 '이런 것이 이제 사라질 수도 있단 말인가', 하는 안타까움으로 온다.  그렇게 안타까움으로 발전하게 하는 인식의 첫 단계, <발견>이라는 제목이 그래서 와 닿는다.  지은이의 뜻이 담긴 원제 <reflection>도 반성의 뜻을 담은 반영으로 읽힌다.  지은이는 우리에게 보라고, 발견하라고 한다.  지은이가 먼저 발견해서 우리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것, 지속 가능하지 않은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우리가 잃고 있는 이 대자연, 문명, 그 속에 얽힌 사람들의 삶이 그 선명함으로 하여 비장하기까지 하다.

 연전 웹 상에서 여러 경로로 베르트랑의 사진들을 본 적이 있다.  네덜란드의 광대한 튤립밭을 하늘에서 본 모습은, 경이롭고 충격적이었다.  그 색과 선으로 깊이 각인된 그 사진은, 그야말로 내게 "발견"의 느낌을 남겼다.  그 사진을 비롯한 다른 많은 사진들을 보면서 이런 작업의 의미에 생각이 미쳤다.  사진찍기를 좋아하는 내게, 그 사진찍기가 내게는 하나의 발견으로 다가온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사진을 찍으면서 나는 대상을 주목하고, 응시한다.  흘려보내지 않고 집중한다.  거기 있는 그것을, 그대로의 그것을 본다.  거기서 놀랍게도, 사랑이 싹튼다.  내가 보고 있는 그 장면, 내가 고정시켜버린 그 장면을 나는 마음에 담는다. 사진찍는 일은, 때로 내게 그러하다.   희한하게도 사랑이 싹튼다.  정확한 말인지 알 수가 없는데... 달리 어떻게 말할지를 모르겠다.  베르트랑의 작업이 전문적이고 기술적이고 광범위하다는 것이 다르고, 사랑과 안타까움을 담고 있다는 것이 같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의 사진집에서 그것을 본다.

  이 사진집은 격조 높다.  사진들에서 그는 통찰력있는 사유를 펼친다.  아무 날, 아무 곳을 펼쳐도 거기서 발견할 수 있다.  우리에게서 사유를 이끌어 낼 초월적인 아름다움을. 

  얼마 전 한국에 와서 전시회를 하였고, 한국의 하늘에서도 사진을 찍었다 하니, 한국이 곧 <reflection> 되는 날을 기다린다.  내가 사는 이 곳이 발견되는 순간의 그 느낌에 벌써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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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rout 2005-01-18 0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쑥스럽지만... 기분이 좋아집니다. 예리하시군요! ^^ 한 일년 마음과 글이 겉돌다가 요즘 다시 책 읽기와 글쓰기에 마음이 들어갑니다. 계속 지켜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