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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높이 더 빨리 - 비행기의 100번째 생일을 축하하는 그림책
이현주 그림, 조현권 글 / 길벗어린이(천둥거인) / 200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1903년 12월 17일, 라이트 형제가 플라이어 1호로 처음 동력비행에 성공하여, 인류에게 비행기의 역사를 열었다.
2003년 12월 17일, 비행기의 100번 째 생일을 축하하는 어린이 그림책, <더 높이 더 빨리>의 초판 1쇄가 돌베개어린이에서 출판되었다. 무심코 출판일을 들추어 보았더니, 진짜로 그렇게 되어있었다. 비행기의 생일을 맞아 비행기에게도 어린이에게도 의미있는 선물을 하고싶었던 출판사의 계획은, 성공적이다. 아주 멋진 한 권의 그림책을 보고 새의 비행, 라이트 형제와 오토 릴리엔탈과 같은 사람들을 떠올린다.
하늘을 쳐다보면, 새들은 난다. 자유롭게 난다. 얼마나 오랜 옛날부터 사람은 새처럼 날고 싶었던가? 새처럼 가볍지도 않고, 새처럼 힘차게 날갯짓을 할 수도 없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날고 싶은 꿈을 버리지 않았다. 그 꿈은 사람을 결국 공중으로 띄워 올린다. 열기구로, 비행선으로, 글라이더로, 그리고 비행기로. 막연하게, 시대의 흐름과 상관없이 하늘 위를 떠다니던 날것들이 그림책 안에서 정연한 흐름으로 질서를 잡는다.
열기구는 어떻게 하늘로 뜨는 것인지? 누가, 어떤 열기구로 얼마나 오래 떠 있을 수 있었는지? 열기구로는 어떤 점이 불가능했는지? 그리고는 비행선이다. 다시, 비행선은 어떻게 뜨고 어떻게 나아가는지? 떠다니는 비행선 말고 날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되지? 거기서 양력이 나온다. 공기보다 무거운 물체도 하늘로 들어올릴 수 있는 힘, 새들의 비밀이 풀리는 순간이다. 그렇게 글라이더가 나타나고, 2000번이 넘는 실험으로 비행기 발전에 크게 기여한 오토 릴리엔탈의 새 날개 연구 이야기가 이어진다. 이어서 더 오랫동안 날기 위해,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지 않고 날아오를 수 있기 위해 연구한 라이트 형제, 글라이더에 엔진과 프로펠러를 달아 새처럼 제 힘으로 날 수 있는 비행기가 등장한다. 라이트 형제의 설계도, 플라이어 1호, 직접 만든 비행기 엔진 등, 보고 싶던 많은 중요한 것들이 빠짐없이 배치되어있다. 서로서로 어울리며, 조화롭게.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들에 대해 어린이가 알고 싶은 이야기는 거의 다 정리되어 있지 않나 싶을만큼, 세심하게 기분좋을만큼 질서있게 배치되어있다.
1783년 11월 21일, 처음으로 사람을 태우고 비행에 성공한 몽골피에 기구로부터 라이트 형제의 플라이어 1호에 이르기까지, 역사 속에서 한 때 사람들을 설레게 하고 술렁거리게 했던 모든 중요한 날 것들이 정교한 그림으로 등장해서 눈이 즐겁다. 사진을 이용해서 꼼꼼하게 일러스트 작업을 한 듯한 그림들은 사실적이면서도 사람의 손맛이 느껴져서 아름답다. 지금 쓰이고 있는 다양한 비행기들을 보여주며 책은 비행기에 대한 헌사를 마무리하는데, 책의 영향에 힘입어서인지 책에 등장했던 모든 기구, 비행선, 글라이더, 비행기 들이 "꿈"의 결정처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