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새 - 사계절 나이테 그림책 사계절 그림책
조혜란 글 그림 / 사계절 / 2002년 4월
평점 :
절판


   참새, 가을걷이 철이면 아까운 곡식을 축내서 얄미운데도, 그래도 정답고 귀여운 이름. 어릴 적 새 하면 그저 참새려니 했던, 그토록 익숙한 참새를 다시 보며 여러 생각에 잠긴다. 
   이 그림책에 나오는 그림들은 참 정겹다.  기와집과 초가집이 어우러진 작은 마을, 들창코에 딸랑하게 깎아올린 단발머리를 하고 볼이 빨간 아이들이 나온다.  이야기를 따라 포로롱 짹짹 조잘재잘하는 참새들도 딱 내가 생각하는 참새 바로 그대로다.  툇마루에 놓인 사기요강도, 머리맡 앉은뱅이책상 위에 놓인 못난이 삼형제 인형도 그림책에서 만나게 되니 어찌나 반가운지 모르겠다.  연필에다 색연필로 쓱싹쓱싹 그리고 칠한 듯한 그림들이 하도 정다워서 보는 나도 그만 연필을 잡고 아이와 함께 그려보고 싶어진다.  구석구석 숨어있는 작은 이야기들이 그림에서 톨 톨 털려나온다. 조근조근 낮은 목소리로 들려주는 이야기도 좋지만, 우선 그림에 흠뻑 빠져들고 마는 걸 어쩔 수 없다.


  아기 참새, 아기 병아리, 작은 물고기들…. 아이 때는 나도 그저 한번 길러보고 싶어서 학교 앞에서 “삐약삐약” 소리만 들려도 주머니를 뒤지곤 했는데, 그렇게 기르던 어린 것들이 그만 죽어버리고 나면 그 아픈 마음을 어찌 추스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지금도, 행여 남의 집에 가서  살아있는 것들을 보면 좋아 어쩔 줄 모르는 아이들의 간절한 희망을 계속 접어두는지도 모른다.



   이 책의 주인공도 참새 둥지를 뒤져 찾은 새끼 참새를 하룻밤 데리고 재우면서,  내일이면 아이들에게 자랑하며 새끼참새랑 맘껏 재밌게 놀 상상을 한다. 그러나 정작 어미 품을 떠난 새끼 참새는 몸을 떨며 어미만을 찾을 뿐이다.  아이가 밤새 따뜻한 이불 속에서 내가 찾은 새끼참새와 노는 단꿈을 꾸는 그 순간에 현실의 새끼 참새가 밤새 창호지 문에 어린 어미의 그림자를 어미인 양 좇으며 안타깝게 파닥거리고 있는 한 장의 그림은, 그 이야기가 숨이 막힐만큼 가파른데도 놀랍게도 고요하다.  


  그리고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새끼 참새를 찾는 아이와 이미 차갑게 식어버린 새끼 참새…. 아이의 놀람과 실망, 후회가 가득 담긴 얼굴.  마음 안에서 팽팽하던 무엇인가 '툭!'하고 떨어져버린다.  양지바른 곳에 새끼 참새를 묻어주고 학교로 가는 길 내내, 하루 종일 새끼 참새가 마음속에서 떠나지 못한다. 이제 처마 밑에 모여드는 참새들을 보고도 “우리 집에서 나가!”라고 소리치지 못하게 된 아이를 보며 어린 시절 그토록 아프던 내 마음이 겹친다. 



   이 책의 주인공처럼, 어린 시절 초가집에서 살면서 처마를 뒤져 새끼 참새를 꺼냈다가 죽게 한 일이 있던 지은이가 어린 시절의 실수와 그로 인한 가슴앓이를 기억하며 만들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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