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고비와 함께한 80일 - 김성호 교수의 자연관찰 일기
김성호 지음 / 지성사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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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가 쓴 <큰오색딱따구리의 육아일기>(2008) 이래 두 번째 읽은 책이다.   

지은이에게는 큰오색딱따구리를 관찰하게 된 것이 운명적인 일이었다 싶으면서도 강의 준비하랴 여러가지 맡은 일을 책임지랴 하면서 새들의 곁을 자주 떠야했던 관찰 상의 미흡함이 얼마나 아쉬운 일이었던지, 2010년에는 아예 한 해동안 강의를 쉬면서 80일 간을 오롯이 동고비에게 바치게 되는데 이 책이 바로 그 동고비와 함께 한 80일간의 기록이다. 그리고, 놀랍고도 대단한 기록이다. 

그 기록은 말할 수 없이 생생하다. 동고비 한 쌍이 옛 딱따구리 둥지를 고르고고른 끝에 새끼를 길러낼 둥지로 삼고 짝짓기를 하고 알을 낳고 그 알이 부화하여 새끼가 되니 먹이고 지키며 길러내는 것을, 실로 바로 그 둥지 앞에서 지켜보듯 하게 보여주니 어찌 놀랍지 아니할까. 지은이가 새벽부터 어둠이 깃들고 나서의 시간까지 날마다 그 둥지 앞을 지킨 것만큼 우리는 그 시간을 함께 할 수 있다. 흥미롭다, 라고 말하기 전에 먼저 뭉클하다. 동고비의 시간도 그렇고 지은이의 시간도 그렇다. 두 가지가 모두 존귀하고 경이롭다.  

지은이가 재직하고 있는 학교는 지리산 자락에 있으니 이 책의 무대도 그곳이다. 지리산 자락의, 학교에서 이어지는 산책로, 새 길이 생기며 잊힌 한적한 도로가의 가로수, 그중 은단풍나무, 거기 뚫린 옛 딱따구리 둥지가 동고비가 고른 육아둥지이다. 여러 날을 그야말로 눈이 빠지도록 그 둥지를 바라보고 시간을 재고 사진을 찍어 기록하고, 의미를 찾아내는 작업을 해낸다는 것, 지은이의 선택과 노고에 꾸벅, 인사를 올린다. 그 덕분에 나는 이 책을 누리게 되었으니. 

이런 기록물은 전 세계적으로도 유래가 없다고 한다. 지은이의 첫번째 책이 있고 이 책 다음에 나온 <까막딱따구리 숲>이 있으니 세 권이겠다. 종에 대한 과학 다큐멘터리 기록일 뿐 아니라 생명의 흐름을 온몸 온마음으로 느끼게 해주는 책이며, 서정성 풍부한 문학작품인 책이 어디 흔한가. 은단풍 찻집의 이야기도, 새끼들의 비상 뒤에 남겨진 부모 새의 이야기도 잊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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