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꼬까신 아기 그림책 3
최숙희 글.그림 / 웅진주니어 / 2005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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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는 작아
괜찮아! 영차영차 나는 힘이 세.
고슴도치는 가시가 많아
괜찮아! 뾰족뾰족 나는 무섭지 않아.
뱀은 다리가 없어

괜찮아! 사사사삭 나는 어디든 잘 기어가.
타조는 못 날아
괜찮아! 다다다다 나는 빨리 달려.
기린은 목이 너무 길어
괜찮아! 길쭉길쭉 나는 높이 닿아.
 
   …
그럼 너는?
괜찮아! 나는 세상에서 가장 크게
웃을 수 있어

아이들도 엄마들도 다들 좋아하는 책이다. 그림도 산뜻하고 특히 아이가 귀엽다. 단순하게 반복되면서 운율을 느끼게 해주는 글도 유아들에게 딱 적당하겠고, 단점이라고 생각되는 것을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게 해주는 가치관도 썩 훌륭하다. 그런데,
그래도 뭔가 좀 어색하다. 리드미컬한 가운데, 내게는 뭔가 덜컥 걸리는 게 있다. 예를 들어, 
  

고슴도치는 가시가 많아
괜찮아! 뾰족뾰족 나는 무섭지 않아.

뭔가 동문서답같은 느낌. 속 내용이야 고슴도치가 가시가 많으니 “너 좀 안 좋겠다~”라는 뜻을 담아 아이가 한 마디 하자 고슴도치는 “아니, 난 (그것 때문에 오히려) 다른 동물들이 무섭지 않은 걸!” 하는 것이지만, 가시가 많은 게 뭐 결함인가? 너 안 됐다, 아니 난 괜찮아 할 만큼? 내게는 애초에 그런 생각이 없어서인지 위의 문장이 어색하게 들린다. 전체적인 흐름에 맞게 문장의 길이도 조절했겠지만, ‘뾰족뾰족 나는 무섭지 않아’라는 말도 모호하다.

이어 다섯 동물들이 자기들은 다 “괜찮아! 난 이러이러하니까” 라고 말한 뒤 아이에게 갑자기 말한다. “그럼 너는?”
아이는 “괜찮아! 나는 세상에서 가장 크게 웃을 수 있어”라고 말하며 진짜 크게 웃는다.

동물들이 아이에게 겉보기에 ‘어떤 결함’을 느꼈던 걸까? 아이가 뭘 어쨌다고 그렇게 묻는 걸까? 뒤에 이어지는 아이의 대답을 들으면, 동물들이 마치 “그럼 너는 뭘 잘하는데?”라고 묻는 듯 들린다. 앞에서 이어진 대화와는 갑자기 맥락이 끊어지는 셈이다.
아이는 또 뭐가 어떻다고 동물들에게 “난 괜찮아!”라고 하는 걸까. 아이가 세상에서 가장 크게 웃을 수 있는 것은 아이가 ‘잘 할 수 있는 일’이고, 그게 꼭 뭔가 부족할 거라는 선입견에 대한 반전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러니 말머리에 “괜찮다”고 시작하고 이어질 말은 아니다. 아이는 환하게 웃고 있지만, 황당하게 흐름을 잘못 탄 것처럼 그만 그 웃음이 생뚱맞다.

이미 유명해질 만큼 유명해진 그림책이고 또 대부분 호평을 해준 그림책이어서 기대도 컸지만 며칠 전 처음 보았을 때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문장이나 내용이 그리 명쾌하지 않아서 내심 의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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