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지생태보고서 - 2판
최규석 글 그림 / 거북이북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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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확실히, 이 정도로 재미있는 만화가 연재되는 신문이라면 정기구독 신문을 바꿔볼까, 하는 생각이 들 만 하지 않을까? ^^  (경향신문에 연재했던 만화였다니)

나는 최규석의 만화를 좋아한다. <공룡 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 때부터 그랬다. 만화라는 장르를 무지 좋아하는 편이지만, 물론 모든 만화에 끌리는 건 아니다. <캔디>와 <유리가면>부터 <쥐><팔레스타인>까지, <또디>부터 <오늘의 네코무라씨>, <내이름은 팬더댄스>에 대해서 리뷰를 써본 적이 있을만큼은 좋아한다. 어떤 것은 재기발랄해서 즐겁고, 어떤 것은 스토리에 땡기고, 어떤 것은 시사적인 무게감과 독창적인 표현 방식이 좋다. 대체로 그런 경향성이 뚜렷이 구분이 되는 만화들이지만, 내가 처음 본 최규석의 만화는 그 사이 어딘가에, 엄연히 있었다. 

<습지생태 보고서>, 제목부터 맘에 쏙 든다. 여기 등장하는 주인공 다섯은, 그들의 삶을 '습지의 삶'이라고 규명하는 순간 이미 독특한 카리스마를 내뿜는다. 그들 모두, 진짜 매력적이다. (^^ 심지어 녹용이까지 ) 그 다섯은, 언제 햇볕 들어 깔깔한 양지의 삶을 살 수 있을 지, 어쩐지 아무도 장담이 되지 않는 캐릭터들이다. 너무 철저히 습지,적이어서 아마도 나중 언젠가 해뜰날이 온대도 포슬포슬 깔깔해지지 않을 것만 같다. 습지 삶은 그들의 몸에, 뇌에 완전히 배어서 ... ^^ 마치 유전자처럼 지니고 살아갈 것만 같다.  

그들은 비굴 속에서 당당하고, 개별화 되어있으면서도 공동체적이고, 냉철하다가도 갑자기 허물어진다. 그들은 당연 적당히 위선적인데, 스스로 그러하다는 걸 알고 있는 그 상태가 그들의 습지 삶을 지탱한다. 그 점, 바로 그 점을 작가가 내세우면서 이 만화는 당당해지고 풍자가 되고 젊음이 된다. 대부분 인간의 삶은, 결국 누구에게나 비루하지 않나?  

'양지의 삶은 그 비굴을 좀체 인정할 수 없고, 아닌 척 위선적이 되고, 결국은 그 사실을 외면하고, 마지막엔 스스로 잊어버린다.'  

합리화를 시키면서 우아한 부분만 인정하고 살게 되면서, 그들은 유머를 잊어버린다. 기분좋은 유머란, 못남을 스스로 인정할 때, 고조되어 저절로 터져버리는 고무 풍선처럼 경쾌한 것이다. 스스로 비루함을 알고 있는데, "아는데 뭐? " "그래도 때로 우아한 척도 좀 해보자 뭐!" 이러는 것, 스스로 조롱하고 자학하고 체면을 구기기도 하고 세우기도 하면서 그들은 그들의 삶을 풍자한다. 그 풍자로 하여 우리는 그들의 습지 삶에서, 구차함과 유쾌함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  그들의 습지 삶, 이라 하지만 실은 우리 모두의 삶은 일견 습지적이고, 그건 내 삶의 여러 풍경과 결국 공명을 일으킨다.  

최규석의 '작가의 말'에서 첫 문장에 이렇게 뇐다.  

"만화가 재미없는 것은 작가가 게을러서다." 

재능있는 작가가 그런 말을 하다니, 얼마나 이쁜가! 언제나 성실하게, 재미있는 만화를 만들고야 말겠다는 젊고 재기발랄한 작가의 다짐은 독자를 들뜨게 한다. 첫 작품부터 그에게 투항한 독자로서, 세상에 널리 그의 작품의 우수함을 알리고(^^),  앞으로도 당연히 그의 작품집을 애면글면 기다리고야 말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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