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와 게 두껍아 두껍아 옛날 옛적에 10
김중철 지음, 김고은 그림 / 웅진주니어 / 2009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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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세 정도의 유아들에게 읽어주기 적당할 것 같다. 북한의 민담에서 채록한 것이 이야기의 근원이라는데, 뼈대만 남았다는 이야기에 김중철 님은 진짜 살 하나 붙이지 않고 담백하게 글을 썼다. 어른인 내게는 그 군더더기 없이 단단한 글이 좋았다. 이야기의 진행을 막지 않으니 아이들도 좋아할 것 같다. 

쥐와 게가 오다가다 만나 친구가 되었다. 각자 그럭저럭 형편 따라 잘 사는 듯, 여기서는 서로 기우는 처지는 아니라는 전제에서 시작하는 듯하다. 그렇게 나란한 관계라야 하는데, 지내보니 그렇지 않다. 쥐가 놀러오면 (마음이 착하다는) 게는 성심껏 장만해서 대접한다. 쥐는 답례로 내일은 우리집에 놀러와, 라지만 막상 게가 찾아가니 뜻밖에 모른체,다. ?? 다음 날, 쥐는 엉성하게 변명하지만 게는 판단을 미룬다. 그런데, 똑 같은 일이 다시 한 번 더 되풀이 되고, 쥐는 여전히 엉성한 변명을 늘어놓는다. 마치 게가 착해서든, 어리석어서든 꼭 집어 따지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어물쩡 넘어가려는 듯, 쥐의 꼼수가 보일듯 말듯하다. 그래도 실은 '쥐, 뭘까? 안 평범한, 비범한 인물이야? 아님 무슨 비밀이라도 있나?' 그런 생각도 슬그머니 든다. 그러나 세 번 째 그런 일이 되풀이되려 하자, 게는, 쥐의 생각에는 뜻밖에, (내 생각에는 으응, 역시나, 평범한 진리가 중요하지!..)

버럭, 화를 내고 쥐를 응징한다. "야, 거짓말 하지 마!" 란다.  쥐의 다리를 꽉 물면서. 

그러자 쥐가 보인 반응은 어이없기도 하지만, 웃음을 자아내기도 한다. "게가 착한 줄만 알았더니 사납기도 하구나." 란다.  그리고 나중에는 아이스크림을 들이밀며 살짝 얼굴을 붉힌다. (반성하고 화해의 몸짓?)

모르는 척, 속아주는 척 하고 있어도 속으로는 다 안다. 실은 어느 정도 참아주기도 한다. 매번 갋을 수야 있나, 다음엔 안 그러겠지. 하는 게 보통 수더분한 사람들의 인지상정이기도 하다. 또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대가 그렇게 알고도 모르는 척, 해 주는 것 다 안다. 그러니 다음엔 그러지 말아야지 하고 조심하기도 한다. 세상은 자주 그렇게 두루뭉술하기도 한 거다.

그런데 진짜, 이 세상엔, 그런 대부분의 사람들 말고, 진짜 특이한 사람들도 생각보다 많아서, 모르는 척 참아주고 있으면 괜찮은 듯 매번 그러는 사람들도 있다. 자기 좋은 거만 생각하고 남 힘든 건 진짜 몰라서 그런 사람도 있고(멍청이..들이다), 상대가 힘들면서도 참아주기만 하면 내몰라라 하는 사람도 있다(얌체들이다). 사실 20%의 사람들이 80%의 자산을 움켜쥐고 80%의 사람들이 20%로 힘들게 비명지르며 사는 걸 몰라몰라 하는 게 실제 세상이니 달리 덧붙일 필요도 없겠다. 80%의 사람들이 한 번 두 번 참다가 세 번 째 꼭, 깨물어 버린다면 20%는 "80%가 착한 줄만 알았더니 사납기도 하구나." 라고 할까? ^^ 이런 데 까지 생각이 나아갔지만, 이 유아 대상의 그림책에서는 둘의 관계는 그저 내면을 제외하고 외양은 수평 관계이니 그런 생각까진 할 필요 없겠다. 서로 마음을 내 줘야지 관계가 지속된다는 것, 함께 나누어야 서로 사이도 좋아진다는 것, 그런 걸 본때 있게 보여주려는 거겠지.  

어쨌든, 이야기는 단순 명료하다. 군더더기도 거의 없다. 어이없는 성격의 쥐가 나오니 절로 긴장이 유발되어 다음에는 어쩌려나? 게가 언제까지 참으려나? 기다리게 된다. 그것만으로도 유아들에게 충분할 것 같은데, 그러다 보니 내게는 그림이 군더더기가 너무 많은 것처럼 느껴졌다. 아기자기하고 주변 이야기가 많은 만화풍의 그림이다. 나중에 하나하나 짚어보고 마치 숨은 그림 찾기 하듯 자세히 보면 그 나름의 볼거리를 주니 재미있다 하겠지만, 우선은 번잡스럽다. 이야기가 물흐르듯, 뒤로 갈수록 급류를 타듯 진행되는데 뭔가 자꾸만 물의 흐름을 방해하는 것 같다. 이 책을 볼 만한 또래의 아이들에게는 결국 잔재미를 주겠지만, 처음 이 책을 읽을 때는 꼭 그런 주변부는 다 무시하고 그저 이야기를 따라 쭉- 나가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한 번 볼 책이 아니니까 우선은 이야기의 재미를 보고, 그게 충분할 때 그 부수적인 재미에 눈 돌리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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