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봄 여름 가을 겨울 - 감성 발달을 위한 사계절 그림책
린리쥔 지음, 린리치 그림, 린리치웅 미술편집, 심봉희 옮김 / 베틀북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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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정말 반갑다. 이렇게 섬세하고 아름다운 그림에 시와 같은 감성을 지닌 글이라니. 향기로운 글과 그림을 벗하며 자연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이 너무나 상큼하다. 

봄 여름 가을 겨울, 풀과 벌레와 새들의 세계를 우리를 이끄는 이들을 생각하면, 그들의 자연과 더불어 충만한 삶을 생각하면 내가 다 두근두근하다. 온 세상의 아이들을, 진정으로 이 세계로 초대하고 싶다.  

기나긴 겨울이 가고 햇살 가득한 봄이 되자 아이는 흙 조금, 씨앗 몇 알, 물, 따스한 봄볕으로 정말 새싹이 자라나는지 실험해 보기로 한다.

씨앗을 심고 / 날마다 아침 저녁으로 물 주는 일을 잊지 않았습니다. / 나는 하루빨리 새순이 껍질을 벗고, / 나를 만나러 와 주길 기다렸지요.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 하루, 이틀, 사흘.... / 일 주일이 지났는데도 아무런 소식이 없어요. / 나는 엄마에게 왜 씨앗이 아직도 싹을 틔우지 않느냐고 물었지요. 

 그러자 엄마가 말씀하셨어요. / "한 가지가 빠졌는 걸." / "그게 뭔데요?" 

 "인내심 말이야! /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한단다." 

새싹을 기다리는 아이의 마음이 그대로 노래가 되었다. 화분에서 싹이 얼른 트기를 기다리는 조그만 도토리 요정들이 그대로 아이의 마음을 보여주는 듯하다. 이 노래의 마지막 장에서 파릇파릇 소복소복 나란히 자라난 초록의 싹들에 내 마음이 벅차다. 기다리고 기다렸기 때문에! 

실은 내게도 꼭, 이 책에서 보여주는 것과 같은 보물 상자가 있다. 나는 언제나 대자연 속의 보물찾기를 즐긴다. 내 상자 안에 있는 것은  

빨갛고 여린 날개를 가진 단풍나무 열매들, 북실북실한 모자를 쓴 상수리나무 도토리, 귀여운 쌍동이 같은 고추나무 열매, 활짝 벌어지거나 혹은 푸른 채 꽁꽁 닫힌 소나무 열매, 노랗고 빨간 노박덩굴 열매, 신비로운 파랑을 지닌 댕댕이덩굴 열매, 단단하기 그지없는 물오리나무 열매, 터져버린 박주가리 씨앗 주머니, 빨갛게 익은 찔레 열매, 어느새 깜짝 놀랄만큼 작아져버린 고욤 하나, 보랏빛 작살나무 열매...  그리고 여름의 흔적을 보여주는 조약돌, 조개껍질, 바다유리들.

그리고 내게는 또 보물을 담은 책이 있다. 그 책갈피 속에는 섬세한 단풍나무 잎, 당당한 왕고들빼기 잎, 물오리나무 잎, 붉게 물든 산딸기나무잎, 손바닥같은 고로쇠나무 잎, 기기묘묘 까마귀머루 잎, 솜털 보송한 산철쭉 잎사귀, 저마다 조금씩 다른 산뽕나무 잎 형제들, 잎자루에 날개를 단 붉나무잎, 개암나무잎, 마른 억새 가지, 아직도 보랏빛을 갖고 있는 제비꽃, 돌돌 말린 댕댕이덩굴, 얼룩덜룩한 망개나무잎, 겨울눈을 달고도 반짝이는 잎으로 남아있는 감태나무 잎사귀, 접힌 채로 말라버린 자귀나무 잎들, 아직 연두색 그대로인 어린 졸참나무잎...  

나는 늘 숲에서 나올 때면 주머니가 마른 열매들로 불룩했다. 목에 감았던 손수건을 풀어 작은 주머니를 만들어 예쁜 나뭇잎이 다치지 않게 담아 손에 들고 돌아오곤 했다. 그것들은 내게는, 거의 언제나 그냥 지나치지 못할 만큼 예뻤고 신비로왔다. 눈을 질끈 감지 않으면 숲길을 걸어나오지 못할 만큼... 새들의 노래소리에 발 소리를 죽이며 멈춰야 했고, 벌레들의 연주에도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었다. 바람이 향기를 담아 불어오면 눈 감지 않을 수 있었던가?... 그 순간의 행복을 나는 지금 이 순간에도 느낀다. 들여다보고, 냄새 맡고, 만지고, 소리를 들으며 또 때로 행운처럼 다가온 산뽕나무 오디 열매를 맛보며, 온몸으로 나아가던 그 순간들은 내게는 전율이었다. 그 심정을, 나는 이 책의 지은이에게서 느낀다. 내가 가슴 벅차게 느끼던 그 순간들을 이토록 아름답게 보여주는 사람들이 있다니  

행복하다. 그들의 노래를 듣고, 그들의 화폭을 들여다보고, 그들을 따라 숲속으로 들어가는 내 마음이야말로,  

가득하고 가득하다. 세상 모든 아이들에게, 또 지친 삶을 이어가는 어른들에게도 이 가득함을 나눠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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