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상스 미술 이야기 - 피렌체편 - 김태권의 미술지식만화
김태권 지음 / 한겨레출판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조르조 바사리가 썼다는 <르네상스 미술가 열전>이라는 책이 있다 한다. '고대의 재생'을 뜻하는 '르네상스'라는 명칭을 처음으로 썼고, 르네상스 시기에 활동했던 200여명의 예술가의 전기를 기록한 책이라는데.  

물론 그 책을 본다면, 많은 정보와 그 당시를 알게 해줄만한 생생한 지식이 담겨 있겠지만, 막상 내가 그걸 얼마나 즐기면서 읽을 수 있을 것이며 또 그 안에서 얼마만한 양의 정보를 건져내 나의 것으로 만들 수 있으려나? 크게 기대할 수 없다는 게 현실일 것이다. 그런데 <십자군 이야기> 이래 내가 좋아하게 된, 박학다식한 데다: 보는 각도 공감가고: 유머 감각있는 김태권 작가가 그걸 풀어 보여주겠다는데, 어찌 안 볼 수가 있으랴! 기대하고 보았는데(도) 이 책은 상당히 재미있고 유익했다.  

주로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미켈안젤로의 이야기, 보티첼리의 변천사, 도나텔로의 살아있는 듯한 조각품, 위대한 자 로렌초가 이루어내는 피렌체 메디치 가문과 그가 전폭적으로 지원한 예술가들의 관계 등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그 이야기들은 종종 시대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비견될 만한 거리로 함께 등장해서 이해를 돕는다. 작가가 미학을 전공했을 뿐 아니라 역사와 철학에 큰 관심을 갖고 있으며 지금도 그리스, 라틴 문헌을 공부하고 있다는 걸 알고나면 어째서 이렇게 종횡무진 르네상스를 오갈 수 있는지도 수긍이 간다. 요즘은 신문을 통해 에라스무스의 라틴어 격언을 소개하는 것도 보고 있다.  

현재와는 딱히 접점을 갖기 어려웠던 고대 그리스 로마와 중세, 또 르네상스 시대, 어쩌면 학교에서 세계사와 미술사를 통해 딱 그만큼만 알았을, 당연 복잡하고 의미도 못 찾겠고 재미조차 없다 생각하고 말았을 수도 있는 그 시대들이 그를 통해 이렇게 다가오는 게 신기하고 좋은 느낌이다. 지난 겨울 피렌체에서 보냈던 단 하루, 오랫동안 우피치 미술관의 보티첼리 방 안에 있는 커다란 작품들 앞에서 설레며 서성댔던 기억이 새롭다. 그리고 안타깝다. 그때 어째서 도나텔로의 <막달라 마리아>가 있는 두오모 미술관에 들르지 않았던 것인지, 산타 마리아 노벨라 성당의 겉 모습에만 감탄하며 그냥 지나쳤던 것인지, 이 책을 보면서 얼마나 후회되는지 모른다. 마사초가 그린 브랑카치 예배당의 <낙원에서의 추방>은 또 어떻고...

어쨌든, 미술사의 가장 찬란했던 시기 15, 16세기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로의 여행을 김태권이라는 가이드와 함께 갈 수 있다는 건 행운임에 틀림없다. 뒷면 미술사연표에 등장하는 더 많은 작가들과 얽힌 이야기들, 예컨데 미켈안젤로와 라파엘로의 시대, 뒤러의 판화 이야기, 베네치아에서 활동했던 티치아노를 통해 보는 베네치아 미술 들에 관한 이야기도 계속 이어지면 좋겠다. 그러나- <십자군 이야기 1,2>를 차마 잇지 못하고 있는 걸로 볼 때, <르네상스 미술 이야기, 피렌체 편> 다음의 이야기는 언제서야 빛을 볼 지 저으기... 의심스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기대하며 기다리지 않을 수 없다는 게 열혈 독자된 이의 사명 혹은 운명일지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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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28 12: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1-02 15:1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