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마일 스티븐 킹 걸작선 6
스티븐 킹 지음, 이희재 옮김 / 황금가지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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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영화로 아주 유명한 작가지만 책으로 만나기는 처음이었다.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에, 인간미 넘치는 데다가 글을 풀어가는 방식도 좋았다. 영화로 몇 편 보았던 다른 이야기들에서 굉장히 강렬하고 드라마틱하다고 느꼈던 작품들이 많은데, 이 작품도 그랬다. 유명세 만큼이나 역량있는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사형수들을 가두어두는 감방이 있는 형무소에서, 어느 날 불려나가 형장으로 가는 그 복도가 초록 리놀륨으로 깔려 있는지라 이 곳에서는 일반적인 '라스트 마일'이 아니라 '그린 마일'로 불린다. 그러니 전기 의자로 이어지는 길이다. 그 길을 지나 결국 전기 의자에 앉아 보자기를 뒤집어 쓰고 죽음에 이르게 되는 몇몇 사형수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목숨을 내놓아야 할만큼 나쁜 일을 했다고 법은 그들을 전기 의자에 앉힌다. 하지만 거기에 앉는 사람 중에는 실제로 전혀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을 수 있고 그저 가두어 두는 것 만으로도 충분한 벌을 받으며 살아갈 사람도 있다. 언제 법이 그토록 현명하고 공정해서 죄지은 자를 모두 정확히 골라내 그들을 응징하기나 하는가 말이다. 백배 천배 되는 무거운 죄를 짓고도 큰소리 치고 사는 사람도 얼마나 많은가... 그들을 골라내 정확히 응징하지 못할 거 같으면 그 손으로 골라낸 사람도 정확하지 못하다는 게 내 생각이다. 잘 고른 건지 아닌 건지 시간을 두고 충분히 지켜보면 될 일 아닌가. 

어쨌든, 사형제도, 사형수, 전기 의자, 교도관, 사형 참관인들, 등등 평소에 어려워서 잘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길게 보았다. 꼭 그것만의 이야기라고만 할 수는 없지만, 소재의 강렬함이 물씬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치료하는 사람'인 존 커피의 존재도 중요하다. 그 존재를 알아차린 교도관들은 형 집행에 대해 갈등하지만, 커피는 너무나 뜻밖의 말을 한다. 

"괴로움을 느끼고 듣는 데 난 지칠 대로 지쳤어요. 비에 젖은 새처럼 외롭게 떠돌아다니는 데도 지쳤고요. 같이 다니면서 우리가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지, 왜 가는지를 나한테 말해 줄 길동무 하나 없었어요. 서로에게 비열한 짓을 일삼는 사람들 모습을 보는 데도 지쳤고요. 내 머릿속에 꼭 유리 조각이 들어있는 느낌이에요. 돕고는 싶었지만 결국 도움이 못 된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고, 이젠 지쳤어요. 어둠 속에서 지내는 데도 지쳤어요. 괴로움이 많습니다. 사방에 깔려 있어요. 괴로움을 끝낼 수만 있다면 그러고 싶은데, 내 능력으론 벅차네요." 

"나는 떠나기를 바라는 사람입니다." 하는 말을 남기고 커피는 전기 의자에 앉는다. 그를 죽인 모든 것들, 인간 세상의 온갖 비열한 짓들, 그리고 그 비열한 짓을 일삼는 사람들의 존재는 이 책에서도 그리 특별한 것이 아니다. 책 안에, 그 책속 세상 안에 온갖 비열함이 넘쳐 난다.  

에지콤 교도관의 회고라는 방식도 결과적으로 아주 좋았다. 말년을 요양소에서 보내면서 일레인이라는 파트너가 생기고, 오래 산 자에 어울리는 중후한 방식으로 소통하는 게 아름답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그런 아름다움을 치밀하게 계획하는 자... 훌륭한 소설가의 이야기를 듣는 건 즐거운 체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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