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 - 공지영 에세이
공지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09년 2월
평점 :
품절


작가 스스로의 말에 의하면, 여태 너무 심각하고 까탈스럽고 엄숙하게 글을 써온 탓에 자신은 잔뜩 오해를 받고 있다. 원래는 소탈하고 재미있는 사람이라는 것. 글을 쓴 동기와 시절이 유머 같은 것, 상상도 못할 시대 아니었냐 말이다, 하면서 이번에는 꼭, 부질없는 글을 써보겠다고 한다. 부질없는 글. ^^ 그렇게 말하고 있지만 이 책은 실은, 부질없는 책이 아니라 유머 가득한 책이 되었다. 보는 내내 때로는 사심없이 웃게 만들고, 때로는 썰렁한 가운데도 웃게 만든다. 가벼움 만도 무거움 만도 아닌 것이, 어느 새 마음 가득 포만감을 준다. 

한겨레신문의 목요 섹션 ESC에 줄곧 연재했던 글들을 모아 책으로 낸 것이니, 실은 목요일마다 기다려서 출근하기 전에 꼭 보고 갔다. 작가의 바램대로 아침에 노란 풍선같은 즐거움을 준 때도 많다. 어떻게 그이의 일상에는 이렇게 재미있는 이야깃거리가 넘쳐나는 걸까? 하고 갸웃거린 적도 있다. 목요일 아침마다 그이가 풀어놓는 이야기들은 거의가 친구들 이야기, 가족 이야기, 자신의 옛적 경험 이야기들인데 그게 참 재미있는 이야기이기도 하며 듣고 있으면 참 부럽기도 하다는 생각이 슬며시 들 때도 많은 것이, 묘하게 중독성이 있어서 목요일마다 기다리게 되는 것이었다. 끝나니 아쉽더니 책으로 나왔다기에 사서 보고 진짜 무겁게 사는 데 질렸다 싶을 때는 그저 누구에게라도 사서 주고 싶은 책이 되었다. 그 뒤로도 이 책이 집안 어느 곳인가를 이리저리 굴러다니며 불쑥불쑥 존재를 알리니, 다시 슬쩍 보는 김에 웃고 가자는 심정으로 한번씩 봐주는 책이 되었다.  

언제부터인가 가족 이야기며 친구 이야기며, 자신의 이야기까지 소재로 삼아 뭐, 이게 내 생각이야 하면서 자신감있게 드러내는 걸 보고 지지하는 마음이 더 커졌다. 그이가 사는 것도 남다르지 않고, 생각도 유다르지 않고, 소탈하고 마음이 열려있구나 하는 신뢰감, 게다가 원래 그런지 살다보니 그렇게 되어버렸는지 알 수 없지만 낙천적인 품새까지 느껴져 편안했다. 아이 키우는 것이랑 주변 사람들과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이랑, 세상을 버티고 살아가는 것도 다 편히 들어도 새겨들을 이야기들이어서 좋았다. 어느새 이렇게 마음으로 가까와져버리다니, 깜짝! 

물론 시시콜콜 세상 돌아가는 이치에 궁금함이 많은 아줌마가 이 이상하게 돌아가는 세상사가 가볍기만 할 수는 없는 법, 때로 가벼워도 무거운 이야기가 있고 또는 희한하게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는 붕 뜬 세상의 뜬구름 같은 이야기도 있지만, 정말 깃털만큼 기분좋게 가벼이 팔랑거리는 기분이 들 때가 많다. 그럴 땐 딱, 완전히 수다쟁이 아줌마다 (아마도 참새 깃털? ^^ ). 어떤 땐 '아유 말도 많아,뭐 그리 소소한 것들 가지고 수다를 끝도 없이 늘어놓아~ 이제 자기가 뭔생각으로 사는지 척, 생글거리는 눈빛만 봐도 알 거 같아~!!' 라는 생각이 참말로 들기도 하니, 그거야말로 작가 공지영이 이번 기회에 딱 이루어보고 싶었던 경지가 아니겠는가!  

그건 그렇고 참, 이게 궁금하다. 이 책의 면면을 메꾸면서 빛내고 있는 이만한 감각있는 일러스트에, 작가 소개도 없이,책날개 한 귀퉁이에 너무너무 쪼그만하게 '일러스트 이민혜'라고만 해버리는 것, 이 무슨 부당한 처사인고? 이 책에서 공지영 작가 말고 이민혜 작가 때문에도 즐거웠을 이들 많을 터인데 걸맞는 소개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일러스트레이터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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