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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조는 엄청나 ㅣ 웅진 지식그림책 12
조은수 글 그림 / 웅진주니어 / 2004년 7월
평점 :
즐겁게 보는 타조 이야기!
동물원에서 혹은 동물백과사전, 심지어 그림책에서라도 타조가 나오는 걸 본 적이 있는 어린 아이라면, 타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게다가 얼마나 알고 있을까. 큰 움직임 없이 두리번 거리고 있는 타조의 모습 만으로는 타조를 알 수 없다. 지은이는 타조가 굉장히 신기하고 놀라운 동물이라고 생각했음에 틀림없다. 다른 사람들-아이들마저-이 이 놀라운 동물에 대해 자세히 모르고, 또 별로 높이 사지도 않고 뭐 그저 그런, 날지 못하는 큰 새 정도로 생각하는 걸 보고 "이야 이것, 뭔가 자세히 얘기해줄 필요가 있는 걸! 타조야말로 정말 억울하겠어!" 이랬음에 틀림없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다 알게 해 줘야지, 그래서 그림책을 구상한다. 여기까지는 순전히 나의 발랄한 상상 영역. ^^ 재밌는 그림책을 보면 펼쳐지는 나의 상상이다. 작가는 어떻게 이런 그림책을 만들 생각을 했을까? 하는 거다.
보면, 타조는 실로 엄청나다. 타조는 몸무게가 자그마치 150킬로그램이나 되어 남자 어른 두 사람 만큼이나 된단다. 새 한마리가! 타조는 목구멍이 불룩하기도 한데, 먹은 것들을 잠시 모아두기도 한다는 거다. 목구멍 저금통이라니, 굉장히 편리한 장치다. 타조는, 위험해지면 날지 못하는 대신 빨리 달려 달아나야 하니까 실제로 엄청 빠르다. 시속 65킬로미터라니, 시내주행을 하는 자동차의 속도보다 더 빠른 거다. 타조 알 하나는 1킬로그램을 훨씬 넘는다니 계란 무게의 스무배가 훨씬 넘는다. 그러니 진짜, 타조 알도 엄청나다. 이래저래 타조는 엄청나다, 그래.
3~6세 아이들이 모여 있는 공공 도서관에서 책을 읽어줄 때, 아이들에게 타조가 엄청날까, 아빠가 엄청날까? 했더니 아이들은 타조를 안다면서도 다들 아빠가 훨씬 엄청나다고 한다. 아빠가 분명 키도 더 크고 더 무거울 거라고. ^^ 그러면서 나중에 책을 다 보고는, 음.. 쩝.. 믿기가 어렵다는 표정들. (정말 타조는 엄청나지? )
그림책 답게 풀어가는 말이 리드미컬하고 재미있다. 타조에 대해 뭔가 궁금증을 유발하고 정보를 전달하고 있는데도, 말 자체가 마치 놀이말처럼 재미있게 이어진다. 적절하게 반복되는 것도 리듬감을 살리고 기대감을 갖게 만들어준다. 나름 동물에 대한 과학적 정보를 전달하고 있는데도, 읽어주기에도 딱 좋은 그림책이다. 사실에 근거한 정보를, 문학적으로 재미있게 풀어낼 수 있다는 것, 그게 작가의 역량이 아닐까. (타조 말고 다른 동물 그림책은 더 안 만드나? ^^)
그리 꼼꼼하지도 않게 또 전혀 추상적이지는 않게, 적당한 생략과 과감한 표현이 커다란 타조를 아주 시원시원하게 그려놓은 그림도 내겐 아주 맘에 들었다. 타조를 멋지게 표현했구나! 라고 생각했으니. 내가 정말 좋아하는 아베 히로시의 <동물원 친구들> 생각이 날 만큼. 군데군데 과감한 배색도 그림책 보는 즐거움을 더해줬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표지 그림만은 좀 아쉬웠다. 한눈에 척 보기에, 그리 타조 같아 보이지가 않는데다가 너무 산만한 느낌이었다. 중간에 나오는 타조 알은 예전에 한 번 본 적이 있는데, 진짜 실물 크기 그대로였다. 알 뿐만 아니라 타조도 진짜로 보고싶다! 동물원에서 가만 있는 타조 말고 초원의 타조를.. 안되면 다큐 필름으로라도 보게 될 때 자세히 봐야지 싶다. 그림책 한 권으로 나는 (혹은 아이들은) 타조에 대해 호감어린 관심을 갖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