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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네코무라 씨 하나
호시 요리코 지음 / 조은세상(북두) / 2009년 2월
평점 :
품절
ㅋㅋ
어디서 이런 만화가 튀어나왔을까? 다소 엽기적이지만 거의 고전적인 보호자 스타일의 가정부, 그것도 자신의 주제를 조금도 잊지않고 있는 고양이 가정부라니! 네코무라의 탄생 자체가 신기하기 짝이 없는데 천연스럽게 이어지는 이야기들은 거의 판타지 수준이다. 이 작품의 재미를 창출해내는 건 역시 작가 호시 요리코의 참신하고도 영리한 발상!
오늘의 네코무라씨가 만일 이쁘장하고 순진하고 약간은 보호본능까지 자극하는 젊은 여자 정도였다면, 그러니까 이 이야기의 네코무라씨에 만일 그 사람을 대입시킨다면, 이 만화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그저그런 이야기여서 한 번 흘낏할 만한 것도 아닐테다. 자신을 두고 외국으로 떠나버린 주인을 만나러 가기 위해 가정부 일을 자원하고, 성실히 일하고, 여태 배우고 살아온 대로 한번 맺은 인연에는 정을 주고 살아가는 사람. 네코무라씨가 가진 특성들은 그런 선량하고 다소 고지식한 보호자 스타일의 가정부다. 조금도 특별할 것이 없을 것 같은.
그런데, 어느 순간 그 평범한 가정부에 고양이 네코무라씨를 대입시키는 순간, 모든- 모든 것들이 유쾌해지기 시작한다. 이 만사형통하고 오지랖도 넓은 고양이의 존재를 모든 등장인물들이 천연스럽게 받아들이질 않나, 게다가 네코무라씨 자신은 자신이 사람 세상의 고양이 주제라는 걸 절대 잊지도 않는다. 오로지 인간적인 능력이 뛰어난 고양이이니 선처해 주신다면... 이런 자세로 일관한다. 거기서 온갖 소소한 즐거움, 유쾌한 반전, 평이하지 않은 에피소드들이 천방지축 발생하는데, 그게 이 만화의 묘미가 아닐까. 정말 특이할 것도 없는, 오히려 너무나 평이해서 교과서 수준의 이야기를 슬쩍 패러디 하는 것일까, 생각마저 하게 만드는 스토리가 네코무라씨의 설정으로 단번에 통통 튀는 상상력의 세계로 들어가 버린다. 게다가 네코무라씨는 진정한 고양이의 특성을 서슴지 않고 내비치기도 하는데, 그게 또 보는 이를 키득거리게 만든다. "뭐야, 정말! 이 만화~ ^^ "
예컨데 주인집 반항아 오니코 아가씨에게, 성장기에는 영양가 있는 음식을 많이 먹어야 한다며 다들 포기한 식사를 끝까지 챙겨주는 네코무라씨, 하루는 오니코가 발칵 하며 애써 만든 네코무라이스를 집어던져 버린다. 와장창, 하고 깨지는 접시와 쏟아져 버린 네코무라이스, 네코무라씨는 그걸 주워들고 이렇게 말한다. "아까우니까 주먹밥으로 만들어 먹어야지.. 절대로 버릴 순 없어!" ㅋㅋ
그런데 좀 있다 보면, 정말 네코무라씨는 저녁에 퇴근해서 돌아간 가정부 센터에서 저녁밥으로 그걸 뭉쳐서 먹고 있다. 너무 피곤해서 이야기하며 먹다가 그만 쿵, 하고 앞으로 엎어져 상에 코를 박고 잠들어버린다. 네코무라씨를 들어올려 잠자리에 누이러 가는데, 그런 네코무라씨의 얼굴에는 밥풀이 한금~ ^^
이 만화에서는 요즘 만화들이 어디서나 흔하게 구사하는 과장된 놀라움 같은 제스츄어도 별로 없다. 그저 다들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니 나 또한 그리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자연스럽게 네코무라의 특이한 존재를 평이하게 받아들였다가, 갑자기 불쑥 "뭐야, 역시 고양이였잖아!" 하는 깨달음이 올 때 킥킥! 웃을 수밖에 없다. 호시 요리코, 정말 영리하다.
건성건성 그리는 듯 단순하기 이를 데 없는 그림도 이 내용이라면 완전 짱! 만화는 역시 모든 것을 제쳐놓고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만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