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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사랑이었네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9년 7월
평점 :
하고 싶은 일을 하라!
그 이야기를 이렇게 당차게, 계속해서 설득력있게 하는 이가 또 있나? '한비야처럼 살고 싶은' 모든 이들의 마음을 단박에 사로잡은 그녀의 '행로 자체'가 우리를 향한 설득이다. 이 펄펄 뛰는 삶을 살아온 주인공의 이야기는 늘 설렌다. 깜짝 놀랄만한 꿈의 현재형이고, 지금도 계속 또 새로운 꿈을 꾸면서 이룰 계획을 세우고 있고, 그 꿈을 이루어 가는 과정을 너무나 솔직 담백하고 힘차게 우리를 향해 재잘거린다. 그리고 그 꿈을 이루어 가는 과정에서 자기를 이끌어 온 것이, 그것이 사랑이었다고 말하는 여자.
한비야씨라면, 주기적으로 책이 나온다. 어느 순간부터 그걸 빌려 보지 않고 사서 보게 되었다. 그 책 안에서 끓고 있는 긍정의 에너지를 가까이서 조금이라도 더 나눠받고 싶어서일 것이다. 그의 말마따나 그의 책은 점점 더 가열차게 달아오른다. 심지어는 이번처럼 사소하게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순간에도 그렇다. 글을 쓰는 품새도 더 단련되어간다. 그이의 삶 자체가 점점 더 뜨거워지고, 점점 더 확장되어가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겠는가? 계속 이어지는 그이의 책을 읽으면서 그 삶의 행로를 먼발치에서나마 바라보고 있는 것도 기쁨이다. 그이의 권유대로 월드비전에 관심을 갖고, 아이들에게도 소개하여 아프리카, 베트남으로 인연을 맺게 되는 것도 바라봄의 한 방법이다.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가 내가 처음 접했던 긴박한 세상과의 만남이었다면, 이번 책은 지은이가 잠시 쉬면서 삶의 여러 자락을 더듬어보며 풀어내는 이야기들과의 소소한 만남이라고 했다. 실은 그런 소소한 만남을 생각하며 나도 느긋이, 편안하게 읽을 작정으로 이 책을 들었지만, 정작 그 만남은 그리 소소하지도 그리 편안하지만도 않았다. 그이의 책은, 언제나처럼 어느새 끓어오르고 있었다. 나도 덩달아, 달아오르게 만들면서. 그 전염성은, 그 어떤 플루보다도 강력한 것 같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감염되고야 마는 것인지.
어느 새 한 귀퉁이를 접어가며 읽었다. 여기저기서 몇 번은 보았음직한 문구들, 그런 문구들조차 다시 곱씹어보게 한다. 그이의 말이 아니라 그이의 삶이 그렇게 하게 만든다. 세상에 흔한 자기계발서의 문구는 그렇게 많은 유익한 경구를 담고 있지만, 그 안에는 스스로 치열한 삶이 담겨있지 않다. 그래서 그 무게가 너무나 다르다. 나도 이런 구절을, '이토록 평범한 구절을' 되새기며 살아가리라, 마음 먹는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최선을 다하고,
내가 할 수 없는 것은 체념할 수 있는 용기를 갖도록 노력하자.
그리고 이 둘을 구분할 수 있는 지혜를 기르는 게 중요하다."
한비야님의 삶은 어느새 많은 이들에게 하나의 표상이 된 것 같다. 많은 젊은이들이 그이로 인해 인생의 행로를 스스로 더듬게 되고, 많은 나이먹은 이들도 그이로 인해 앞으로의 인생 행로를 더 소중하게 다듬어가도록 할 것이다. 한비야님이 열심히 알리려고 하는 세상은 사실 내게 있어서는 생면부지의 오지에 불과했고, 그 땅이 내게 어떤 의무감도 마음의 짐도 지우지 못했던 곳이었다. 그러나 실은 '언제나 엄연히 존재하는' 곳이라는 걸, 일깨우고 또 일깨우려는 게 그이가 하려는 일인 듯하다. 그것을 더 널리 알리려고 동분서주하던 지은이가 이제 또 현장의 경험을 정책에 반영하려고 다시 공부에 뛰어든다고 한다. 자신을 더 잘 쓰기 위해서란다. 그렇게 다시 또 다른 문 앞에 선다. 나는 또, 놀라움에 가득차 그녀를 바라본다. 공부를 끝낸 후의 그녀는 또 어떤 그녀가 되어있을까? 이번에는 <보스턴 견문록>을 들고 우리 앞에 서는 것일까? 만일 그렇다면, 그것도 흔쾌히 지켜보고 싶다. 그이의 여정 자체가 저 어딘가에서 반짝이는 하나의 표지가 되어있으니 말이다. 한비야, 참 아름다운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