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느낌일까?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65
나카야마 치나츠 지음, 장지현 옮김, 와다 마코토 그림 / 보림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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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쪽 안에 담긴, 이토록 깊은 이야기. 나중에야 크게 다가오는 깨달음.  

시와 같은 간결한 문장과 단순하지만 한없이 풍부한 이야기를 담은 그림. 마음에 뚜렷한 흔적을 남기는 메시지- 그림책이 이보다 더 아름다울 수 있을까?

장애가 있는 친구들에 대한 생각, 장애가 없는 친구들에 대한 생각, 나 자신에 대한 생각- 지은이 나카야마 치나츠가 한 아이를 만난 후에 했던 생각이란다. 일본에서도 희귀한 병에 걸려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손가락 끝과 눈동자, 입 뿐이었던 그 아이는 하고 싶은 공부가 있어서 대학에 가고 싶어하는, 의욕이 넘치는 아이이다. 그 아이와 만난 후에 이 책이 생겨났다. 그 여자 아이는 이 그림책에서 생각이 많은, 아주 특별한 히로가 되었다. 그들의 만남은 얼마나 귀한 만남이었나! 나 또한 이 책을 보고, 장애가 있는 친구들에 대한 생각, 장애가 없는 친구들에 대한 생각, 나 자신에 대한 생각을 했던 것이다.   

잠시 눈을 감으면, 

깜짝 놀랄만큼 많은 소리가 들린다. 다시 눈을 뜨면 아까와 다름없는 세상이다. 그래, 안 보인다는 건 그렇게 많은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인 걸. 보인다는 건, 조금밖에 들을 수 없는 것인 걸. 

잠시 귀를 막으면,  

갑자기 많은 것이 보인다. 그래, 안 들린다는 건 그렇게 많은 게 보인다는 거구나. 들린다는 건, 조금밖에 볼 수 없는 것인 걸. 

히로는 보이지 않는 마리와, 들리지 않는 사노와, 부모님이 없는 키미 들에게 물으며 그 느낌을 알아간다. 그들에게 세상은 어떻게 다가오는 것인지, 히로는 잠시 겪어보며 느낀다. 히로에게 그것은 정말 중요한 일이다. 느낌, 생각, 그리고 그것을 다른 이들과 나누는 것, 히로가 할 수 있는 것 중에서 그건 정말 큰 일들이다. 키미와 그런 걸 나눈 다음 일요일, 키미는 이렇게 말한다.  

"나 말이지, 온종일 쭉 움직이지 않고 있어 봤어. 어떤 느낌일까 싶어서." 

히로는 움직일 수가 없는 아이다. 움직일 수 없다는 건, 

움직일 수 있다는 것보다 백 배나 더 많은 생각을 떠올린다는 것. 우주에 대한 생각, 분자에 대한 생각, 고대에 대한 생각, 그리고 움직일 수 있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하는 생각.... 

히로는 휠체어에 몸을 고정한 채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 있다.  

차분히, 천천히  

읽고 나서, 생각하고 눈을 감고 소리를 듣고, 귀를 막고 사물을 볼 일이다. 온 세상과 내가 고요해지도록. 표지 그림에서 히로는 싱긋 웃고 있다. 히로의 머리 뒤로는 히로의 온갖 생각들이 별처럼 반짝반짝 떠 있다. 히로, 너는 대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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