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청가 - 어린이 판소리 그림책
최은미 그림, 이현순 글, 김동원 감수, 이슬기 어린이 소리녹음 / 초방책방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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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이 책을 펴놓고 시디를 들으며 따라 흥얼거리는 맛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거참, 여러번 접하고 싶었는데도 왔다가는 그냥 가버리던 판소리의 세계가 이런 방식으로 올 수도 있구나 싶다.

이 책은 판소리 여섯마당 중 하나인 '심청가'를 판소리 원문으로 실었다. 물론 그림책 분량에 맞게 이야기를 따라가며 부분씩 발췌해서 실어두었다. 길벗어린이와 사계절에서 각각 출판되었던 '사물놀이' 그림책을 만들었던 김동원씨가 감수를 맡았고 해설을 읽어주고 있다. 그이의 공이 많이 느껴지는데, 이 책에는 판소리의 본맛을 느낄 수 있도록 원래의 노랫말을 그대로 실어두었다. (만일 현대어로 바꾸어서 부르게 했다면 맛은 반으로 줄어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 힘든 말들은 뒤에 충분한 풀이를 달아놓았다.

직접 들어보면, 아이의 목소리로 녹음된 판소리 부분과 김동원씨의 목소리로 들리는 해설 부분으로 이어가고 있다. 해설로 이야기의 흐름을 잇고 소리로는 판소리의 맛을 최대한 아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열망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일러스트도 아주 매력적이다. 그만그만한 심청이와 심봉사의 얼굴을 그린 것이 아니고 전통 탈을 쓴 것으로, 마치 탈놀이 한마당을 보는 것으로 꾸며서 하나의 공연을 보는 듯한 효과를 얻고있다. 심청이 울고 웃는 얼굴이 탈이라는 연극적인 요소를 통해 보여지므로 이야기 자체에 전적으로 몰입하기보다는 하나의 연극을 보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된다. 효녀 심청의 이야기에 익숙한 아이들, 어른들까지도 완전히 새로운 기대감으로 이 책을 만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나와 우리 아이들도 그랬다. 이 책을 만나는 것은 심청전을 보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체험이었다.

그림책도 그렇지만 노래라는 것이 또 원래 한번 듣고 마는 것이아니어서... 듣고 또 듣다보니 아이나 나나 어느새 아는 데가 나오면 우리의 어린이 가수를 따라하고 있다. 정말로 판소리가 이렇게 우리의 삶 속으로 슬그머니 들어 올 수도 있는 것일까. 그렇게 멀게만 느껴지던 판소리는, 그러나 분명 우리의 삶 속으로 들어오기 시작한다.(얼마나 놀랍고도 신나는 일인지!)

처음 들어 이해가 안 되는 말들도 노래라는 형식으로 반복해 듣다보니 아주 외우게 되어서 뜻풀이를 한두번 보아 알게 된다. 책이 주는 전체적인 느낌도 아주 좋다. 이대로 사라지게 내버려두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우리의 문화 한 자락을, 그림과 글과 소리가 다 들어있는 종합 예술로 엮어낸 솜씨와 공이 너무나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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