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님 안녕 하야시 아키코 시리즈
하야시 아키코 글ㆍ그림 / 한림출판사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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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이 책을 꺼내보니 다시 새로운 마음이 든다. 이미 아이들이야 작은 녀석이 올해 초등학생이 되었으니 이 책은 벌써적에 졸업을 해 버렸다. 그래도 가끔 한번씩 꺼내서 양념처럼 보여주면, 잊을만 할 때 한번씩이어선지 여전히 씩 웃으며 좋아한다. 내가 가진 하야시 아키코의 그림책이 아이들을 키우며 하나씩 구입하다보니 열 권도 넘었지만, 이 책은 여전히 가장 눈에 띄는 그림책이다. 조금 큰 아이들이 보는 그림책들은 그렇지 않은데 이 <달님 안녕>과 <싹싹싹> <손이 나왔네>, 또 <구두구두 걸어라> 까지는 정말 한 마디로 놀라왔다.

이렇게 유치해보이는 색깔로, 이렇게 단순한 그림으로 어떻게 이렇게 좋은 걸 만들어낼 수 있지? 거의 불가사의한 느낌이었다. 달님이고 아이들이고 할 것없이 볼때기는 왜 그리도 촌스럽게 빨간지... 거의 탄성이 나올 수준이었다. 그러나 결국 좋은 것은 좋은 것. 아무리 촌스러워도 아무리 단순하고 또 유치해도, 아이들은 너무나 좋아한다. 그 티없이 좋아하는 모습은 어른인 나마저도 감염시켜 다시 보니 그만, 그 유치함도 매력이라. 메롱, 하는 달님에 나도 메롱, 하고 말았다.

그림이나 색은 어른의 눈에는 그렇게 보인다 해도, 이야기는 절대 유치하거나 촌스러운 게 아니다. 이 책에는 한 순간 깨닫게 되는 밤하늘의 즐거운 이야기가 들어있다. 아이들과 무심코 보름달의 하늘을 보고 있다가 그 티없이 맑고 둥근 달을 가리는 미운 구름을 볼 때가 있다. 이 책을 보기 전에는 그냥 구름이 가리고 좀 있으면 또 달이 환해지고... 뭐 그랬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을 아이들과 함께 보고 난 뒤는 물론 그게 아니다.

구름이 하나도 밉지가 않다. 그냥, 잠시 달님과 이야기를 하는 달님의 친구다. 어떤 때는 좀 이야기가 길다... 한동안 나와 아이들도 그런 시간을 보냈다. 그림책 하나로 하여 우리는 서로 눈을 맞추고, 의미심장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하게 달님과 구름의 이야기가 끝나기를 기다리기도 했던 것이다. 그렇게 그림책 한 권이 우리 아이들과 나를 따뜻하게 이어주고 또 밤하늘 저 높은 곳의 비밀 한 가지도 우리에게 가르쳐 주었었지. 얼마 전, 초등학교 5학년들 앞에서 그림책과 이야기책을 읽어주고 마지막에 덤으로 이 그림책을 보여주었다. 아니나다를까, 아이들은 너나없이 빙긋 웃음을 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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