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장의 명반 오페라
안동림 지음 / 현암사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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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어쩐지 끌리면서도 손이 닿지 않던 오페라. 일단은 이같은 시골에서는 볼 기회가 없고, 본들 즐길 수 있을까 싶어서이다. 조안 서덜랜드와 플라시도 도밍고가 노래하였던 베르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음반 하나만이 내게는 나와 오페라를 잇는 유일한 끈이었을 뿐이다. 그 가냘픈 끈이 처음 이어진 지 십오년 쯤 지나서 <오페라 읽어주는 남자>가 내 귀에 속삭였다. 바로 그 떠들썩했던 초대형 오페라 '오페라의 유령'의 연출가인 김학민씨가 쓴 책이다.

그런데 그것이, 대체 오페라에 관한 책인지 사랑에 관한 책인지 모를 만치 부드러웠고 달콤했고, 흥미로왔다. 제도권 학교에서 배운 적이 없던 모짜르트의 '코지 판 투테'를 거기서 처음 보고 너무나 흥미로왔다. 로시니의 '세빌리아의 이발사'와 모짜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이 이어지는 이야기라는 것도. 이렇듯 처음 오페라에 살짝 발을 걸치고 보니, 그만 그 주옥같다는 아리아들이 듣고 싶어지고, 집에는 없는 DVD를 어서 장만해서라도 몇 시간짜리 오페라를 보고싶었다. 그래서 세 장의 음반을 사고, 맨 첨 들을 때는 열 곡 중에 한 곡 쯤 아는 노래가 나오던 그 씨디들을 이즈음에 듣고 또 듣다보니 어느새 열 곡 중에 열 곡이 아는 노래가 나오는 상태가 되었다 (물론 내가 가진 씨디만 들었을 때 얘기지만 ^^).

그런 행로를 거치다보니, 바로바로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나듯 덥썩 집어든 책이 바로 이 책, 안동림의 <이 한 장의 명반, 오페라> 이다. 전체 쪽수 843쪽, 책 전체에 걸쳐 칼라 인쇄된 그림과 사진이 실려있고, 71편의 오페라가 실려있다. 여러 형태의 다양한 색인이 있어서 어떤 것 하나를 알더라도 찾아 들어갈 수 있다. 마치 중요 오페라 백과사전과도 같다. 처음에는 이런 백과사전이 필요할 것 같아서 샀다. 어떤 오페라든 알고 싶을 때 들춰볼 수 있으면 좋겠지... 요즘 들어 부쩍 오페라 공연도 많아지는 것 같은데... 이런 생각에서.

그러나 그것이 아니었다. 이제는 열이면 열 다 아는 아리아로 가득찬 내가 가진 세 장의 아리아 씨디에 들어있는 사십여 곡의 노래들을 들으며 나는 그 아리아가 들어있는 오페라들을 다 읽어내고야 말았다. 하나의 아리아를 들으며 미처 이 책에 든 오페라의 내용을 다 읽지 못하고 다음 아리아가 흐르기 시작하는 일들을 겪으며, 어느새 나는 이 책의 열혈 독자가 되어있다.

길어봤자 한 달도 채 안 되는 기간 안에 나는 이 책에 실린 오페라 이야기가 궁금해서, 내 씨디에 들어있던 아리아가 대체 뭔 말을 하는 것인지도 궁금해서 또 John Martinez의 너무 멋진 일러스트가 보고 싶어서 또 '돈 지오반니'가 그렇다는 '드라마 지오코소'가 뭣인지 알고 싶어서... 또 칼라스의 '노르마'에 대한 평이 듣고 싶어서... 이런 또 이런 이유들로 책이 닳도록 펼쳐보았다. (음.. 그런데 이 책은 어지간히 봐서는 결코 닳아서 헤어지지 않을 두껍고 실한 종이로만 되어있다!)

이러저러, 한 달 남짓한 시간에 나는 이 책 안에 든 오페라들을 어쨌든 거의 다 한 번 이상은 보게 되었다. 내용의 뼈대만 듣다보면 참 황당하기도 하다 싶던 그 많은 오페라들이, 자세한 줄거리와 그 줄거리를 만들어가는 대사만큼 구체적인 아리아들의 가사를 읽다보면 모두가 개연성 있는, 아름다운 이야기들로 변해간다. 어쨌든, 필요한 만큼은 알아야 즐길 수도 있는 법이다. 이제 DVD를 장만해야 할 때가 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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