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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머지 하나 꽁당이 ㅣ 아이세움 수학 그림책 3
보니 맥케인 그림, 엘리너 핀체스 글, 이지현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03년 3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보고는, '아하, 수학 그림책이라는 게 정말 말이 되는구나!' 라고 생각했다. 재미있는 그림책인데, 나눗셈의 원리를 아주 실감나게 풀어놓았다. 그림책이고 수학적이니, 수학 그림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처음 읽어줄 때 여덟살 난 아이는 중간중간 씩 웃으며 집중해서 듣더니 나중에는 아주 깔깔 웃어댔다. 다 끝났을 때도 너무나 재미있어하며 며칠을 계속해서 읽어주라고 해서 내심 흐뭇하더니...^^ 일주일이 지나도 계속 읽어주라고 하니 어른인 나는 그만 지겨워졌다.(이게 그렇게 재미있나?) 그래도 아이는 지칠 줄 모르고 재미있다 하니 그 아이 속을 내가 어찌 알꼬. '그게 그렇게 재미있나?' 하고 물으니 씩씩하게 '응! ' 한다. 그러니, 이 책은 수학이니 과학이니 하며 공부라는 개념을 집어 넣어 만든 그림책이 어쩐지 썩 믿을 만하지 못하다고 생각했던 나를 조금 흔들어 놓았다.
꽁당이는 25마리 딱정벌레 중의 하나인데 맨 막내인가보다. 과수원에서 멋진 행진을 하려는데 두 줄로 서니 그만 하나가 남는다. 그래서 막내 꽁당이가 빠지고 짝을 맞춘다. 조금 풀 죽은 꽁당이, 밤새 고민을 해서 다음날에는 세 줄로 맞춰본다. 그런데 그만 또 3*8=24 하고 나니 하나가 남는다. 또 꽁당이는 빠진다. 그날 밤도 고민. 다음날은 네 줄이 된다. 이번에는 기대를 했지만, 야속하게도! 4*6=24 로 또 하나만 남는다. 완전히 기가 죽고 슬퍼진 꽁당이. 다음날, 5*5=25! 드디어 꽁당이는 쏙 들어간다. 씩씩하게 행진하는 꽁당이의 주위에는 광채가 번쩍번쩍하는 것 같다.
그러고보니 25라는 숫자가 그렇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최소공배수니 최대공약수니 하는 것을 배우게 되는데, 그때 24라는 숫자를 보면서 참 여러 수로 나누어지는구나 라고 생각해본 적이 있다. 24는 그렇게 2로 3으로 4로 6으로 8로 12로 매끈하게 떨어지는데 25는 5말고는 나누어 지는 수가 없다. 그게 한편 생각으로 신기하기도 했는데, 엘리너 핀체스라는 작가는 그 사실 하나로 이렇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 내다니 역시 글작가로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이 엘리너 핀체스라는 작가는 첫손자를 보고 나서야 글쓰기를 시작했다니!!)
보니 맥케인의 그림도 돋보인다. 비슷하면서도 조금씩 다른 딱정벌레 스물 다섯 마리를 재미있게 그렸는데, 맨 마지막에 다섯 줄의 행진을 보면 모두 다섯 개의 큰 갈래로 색이 나누어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마구 섞어 놓아 모두가 나름의 색깔이던 것이 딱 떨어지는 순간에 명쾌하게 그 색깔의 비밀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더 재미있게 느껴졌다. 보니 맥케인의 그림책 작업은 이야기가 아닌 그림 만으로도 이 작은 그림책을 돋보이게 한다. 판화 특유의 칼 맛이 잘 살아있는 데다가 파스텔 톤의 색을 입혀서 이채롭다. 과수원 길을 줄지어 행진하는 딱정벌레들을 생동감있게 표현하면서도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아기자기한 이야기들이 많이 숨어있어서 더욱 좋다. 딱정벌레들의 무늬만 보고도 저절로 입가에 웃음이 머금어진다. 이래저래 여러가지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하는 책이다.
근데, 이야기 속에서 꽁당이 상관의 이름이 벌벌이인데, 번역하기 전의 원래 이름이 무엇이었을까 정말 궁금해진다. 벌벌이, 꽁당이, 얼뜨기, 부끄럼쟁이, 말라깽이 들과 같은 이름을 보니 그 번역 이전의 이름은 무엇이었을지 호기심이 이는데... 어떻게 이 궁금증을 풀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