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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먹고 잘사는 법
박정훈 지음 / 김영사 / 2002년 8월
평점 :
우리 집도 아토피 아이가 둘씩이나 있는 집이다. 그것도 둘째 아이의 아토피는 정말 엄청나다고 말할 수 밖에 없어서, 이 도시에서는 하나의 특별히 유명한 사례가 되다시피 한 전력이 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아이들의 아버지는 소아과 의사이고 그 엄마인 나는 약사이다. 우리는 처음에는 배운대로, 아토피에 대해서는 알만큼 안다고 생각했고, 어렵지만 그래도 방법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의학적인 여러 시도를 해보았다.
그러나 그런 방법을 완전히 포기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 것이 아니다. 그 이후 찾아나선 방법을 쓰자면 책 한권으로 모자랄 지도 모른다. 그렇게 5년을 지냈다. 지금 아이들은, '조심을 하면' 아무 문제가 없는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어릴 적 아이들의 모습을 아는 사람들은, 그걸 보고 '기적과 같다'고 한다.
우리는 너무나 여러가지 방법을 써서 아이가 무엇 때문에 좋아졌는지 제대로 알지도 못한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먹는 것은 너무나 너무나 중요한 요소라는 것이다. 우리 집은 자연스럽게 먹는 것의 중요함을 깨닫게 되었다. 우리 집 식탁에 오르는 것들은 대체로 아이들이 피해야 되는 것들은 모두 피해가는 식품들이다. 그러면서 영양이 골고루 배치되도록 나는 이제나 저제나 신경을 쓰다가 이제는 그게 그냥 사는 일이 되어버렸다.
여름철에는 아예 주말농장에서 야채를 길러서 먹고, 겨울동안에는 여러 유기농 식품을 인터넷으로 구입해 먹는다. 아이들이 먹을 간식들도 우리밀로 된 것을 고른다. 이런 생활이 여러 해 갈 수록, 이런 방식이 귀찮아지기는 커녕, 좋은 먹거리를 먹는다는 것은 내 맘에 감사의 마음까지 들게 한다. 안타까운 것은 주위 사람들에게 그렇게 이야기를 해도, 막상 실천에 옮기는 사람이 너무나 적다는 것이다.
어느새 우리 아이들은 '조심만 하면' 아무 문제가 없는 아이들이 되어서, 가끔 학교앞 불량식품들을 사먹어도 금세 탈이 나지는 않는 상태로까지 좋아졌다. 아이들이 학교에 입학을 하고 급식을 하게 되니까 새로운 걱정이 생겼다. 피해야 할 식품들이 많은데... 나는 그 학교의 영양사 선생님께 다음 한 주일의 식단을 메일로 받아 아침마다 아이에게 오늘은 뭣을 먹지말고 다른 것들을 맛있게 먹으라고 일러서 보낸다.
이렇듯, 많은 요소들이 중요하지만, 그 중에서도 먹는 것은 가장 중요하다고 믿는다. 아토피가 있는 아이들은 유해한 많은 식품들을 피하지 않을 수가 없을만큼 민감한 아이들이다. 그러나 바꿔 생각하면 그 민감함 덕분에 그들은 평생 몸에 유해물질을 쌓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혜택을 받게 된 지도 모른다. 아마도 나는 그 특별한 아이들 덕분에 좋은 먹거리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더 특별히 가지게 되었다. 그 아이들 덕분에 일찍 바뀐 우리집의 식단은, 이제야 이 책을 보면서도 가슴을 치지 않을 수 있게 만들어 준 것이리라.
나는 이 책 말고도 여러 책을 수도 없이 보았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이 책은 내 마음에 깊은 확신을 준 책 중에 하나였다. 이 책을 읽기 이전에도 우리 집에서는 거의 시도되고 있던 일들이지만, 그런 나의 행위에 신뢰를 더해주었고, 더 기분좋게 할 수 있는 일들로 바꿔놓았다. 이제 4월, 올 봄부터는 텃밭을 더 늘리려고 생각하고 있다. 어쨌든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제대로 먹지 못한다면 제대로 살았다고 할 수 있을까? 이 책의 메시지가 더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졌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