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 할머니 중앙문고 45
파울 마르 지음, 유혜자 옮김, 프란츠 비트캄프 그림 / 중앙출판사(중앙미디어) / 200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혼자서 하는 울리의 첫 기차여행! 두시간 동안 슈투트가르트 역에서 뮌헨 역까지 가야한다. 옆에는 누가 앉을 것인가? 제발 내 또래 아이나 아니면 멋있는 젊은 사람이랑 같이 가게 되면 좋겠는데...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할머니 옆에 앉게 된다. 울리는 기분이 좋지 않다. 그리고 두 시간의 기차 여행동안 대체 울리와 할머니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

울리는 뮌헨 역에 마중나온 안네의 물음에 이렇게 대답한다.
안네 '너 굉장히 심심했겠다. 계속 저런 노인이랑 같이 타고 왔으니.'
울리 '심심해? 천만의 말씀!' '노인들이 얼마나 재미있게 놀아주시는데. 집에 갈 때도 저런 할머니랑 같이 타고 갈 거야.'

울리의 선입견과는 달리, 할머니는 아주 멋지고 자상하고 더없이 재미있는 분이다. 처음 기차를 타서인지, 울리는 기차표를 찾지 못해 허둥댄다. 차장은 당장 표를 찾아야지, 하고 채근한다. 할머니는 천천히, 하면서 차장에게 다른 곳에 먼저 갔다 오라고 한다. 그 사이에 찾아놓겠다면서. 그래놓고 차근차근 울리의 기억을 더듬어 벗어놓은 겉옷에서 울리의 기차표를 찾아주신다. 멋진 분이다.

울리는 그런 할머니에게 금세 마음이 열린다. 그렇게 울리가 마음을 열자 할머니는 마치 '그래 울리, 기다렸어-' 하시듯 재미있는 이야기를 끝없이 들려주신다. 할머니가 어릴 때 하셨다는, 울리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들은 사실 얼마나 재미있나. 게다가 할머니가 알고 계시는 놀이도 무궁무진하다.

말짓기 놀이는 이 책을 통해 나도 브뤼크너 할머니에게 배운 놀이이다. 할머니는 어릴 때의 기억을 되살려 동시도 들려주시고 신기한 거울놀이도 보여주신다. 울리는 이렇게 할머니에게 푹 빠져버린다. 아마 할머니는, 마음을 열고 들을 준비가 된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도 이런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실 것이다. 마음을 열지 않으면 아마 들려주고 싶어도 들려주실 수 없겠지...

울리는 중요한 걸 알게 된 거다. 이 책을 보는 누구나 그걸 깨닫게 되겠지. 어려운 일도 아니고 귀찮은 일도 아니다. 지금은 두 아이의 엄마로, 아직 내게는 할머니라 하면 저 먼 후일의 이야기로 생각되지만, 어느새 나도 할머니가 되겠지. 더불어 행복하게 살아가는 삶을 생각할 때, 이 이야기책에서 받은 할머니의 인상은 오래오래 남을 것 같다.
아이들의 마음을 잘 알고 그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한 무궁무진한 이야기거리를 그 삶을 통해 가지게 된 멋진 할머니. 실로 나이든다는 것은, 늙어서 쇠잔해 가는 것이 아니라 생의 경험을 차곡차곡 더해가는 것이리라. 나도 나중에 브뤼크너 할머니처럼 여유롭고 멋진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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