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페라 읽어주는 남자 - 오페라 속에 숨어 있는 7가지 색깔의 사랑 이야기 ㅣ 명진 읽어주는 시리즈 2
김학민 지음 / 명진출판사 / 2001년 12월
평점 :
품절
세상이 점점 더 재미있어진다. 문화유산 제대로 보게 도와주는 학자, 신화 읽어주는 소설가, 그림 읽어주는 여자, 건축읽기, 영화 더 재밌게 보기, 재즈 이야기 등등 궁금했던 걸 모두모두 친절하게 풀어주는 사람들이 나온다. 드디어 오페라를 읽어주는 남자도 나왔다. 이런 책을 읽다보면, 이런 저런 조언들을 들으면서 한번 그 세계를 엿보는 경험을 하고 돌아나오게 된다. 잘 쓰인 책들은 향기도 강하고, 그 여운이 오래 가서 실로 책을 통해 만난 그 세계를 3차원의 현실세계에서 겪도록 유도하기도 한다.
오페라 읽어주는 남자의 이야기를 들으니 정말 한번도 구경 못한 오페라 구경이 하고 싶어진다. 내가 사는 이곳 시골에서는 오페라 공연이라고는 일년내 한번도 구경하기 어렵지만, 마음 단단히 먹으면 가까운 도시로 오페라 나들이를 할 수도 있는 곳이다. 하지만, 오페라가 어디 그리 호락호락 우리에게 그 즐거움을 나눠주기나 할 것인가?
무슨 내용인지 말이 통해야 알아듣지... 무대나 의상같은 볼거리도 있고, 음악이 있으니 완전히 외국말로 하는 부조리극 같은 수준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어디 지존의 오페라가 그 속내를 나같은 문외한에게 드러내 줄건가 말이다... 하면서 오페라 구경은 뒷전이었다. 오페라가 나를 거부한 건지 내기 오페라를 거부한 건지 잘 모르겠지만 말이지.
그래도 클래식 음악 듣기를 좋아하고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를 첨부터 끝까지 씨디로 들은 것만도 수십번이리라. 내용은 대충 알고, 누가 노래하는지 알고, 실제로 무대에서 공연되는 것은 한번도 본 적 없지만 수록된 노래들은 노랫말이 통하지 않더라도 얼마나 아름답게 느껴지던가! 하여 오페라 읽어주는 남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된 것 같다. 아름다운 오페라, 어떻게 하면 그 아름다움을 느껴볼 수 있을까 하여.
이 책은 아주 재미있게 보았다. 오페라도 마음 먹으면 즐길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갖게 해 준다. 즐길 수 있을 만큼의 훈련만 거치면 그야말로 거침없이 즐길 수 있을 것 같은 환상(?)도 준다. 오페라의 내용에 관한 이야기를 듣다보니, 그 배경과 돌아가는 이야기를 알고 거기 나오는 노래를 알고 나면, 뭐 즐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나의 오페라를 여러 연출가와 여러 가수들로 만날 수 있다면 더더 재미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노래라는 것은 좀 아는 걸 들어야 즐겁지 않던가.
이 책은 오페라의 사랑 이야기를 작가의 생각대로 풀어주고 있는데, 그 보편적인 사랑이야기가 나와 같은 오페라'치'에게도 오페라를 흥미롭게 여기게 만들어 준다는 걸 어떻게 간파했을까?
많은 영화나 연극들이 사전 준비가 없이도, 일상을 살아나가는 것만으로도 언제 어느때나 불쑥 즐길 수 있는 것이지만, 오페라는 조금의 준비만 한다면 역시 한껏 즐길 수 있는 장이 아닌가 생각된다. 김학민씨의 안내로 오페라 공연장에 발 들여놓을지도 모르겠다. 내 인생에 한 즐거움을 더해줄지도 모르는 이런 시도가 반가웠고, 이렇게 재미나게 더 많은 오페라를 준비작업으로 우선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