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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개를 찾아 주세요! ㅣ 베틀북 그림책 23
에즈라 잭 키츠, 팻 셰어 글 그림, 김경태 옮김 / 베틀북 / 2002년 1월
평점 :
품절
에즈라 잭 키츠의 첫 그림책이란다. 빨강과 검정과 흰색만으롣 된 책을 보는데 그 안에서 색의 부족함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게 신기하다. 오히려 검정과 흰색, 흑백이라는 가장 단순한 데다가 오직 빨강 한 색만 더했을 뿐인데도 넘칠만큼 풍부하고 새롭게 보이기까지 했다. 하여간 그 색의 선택 만으로도 신선한 자극이었다.
<눈오는 날>로 우리에게 유명한 에즈라 잭 키츠, 그림책에 처음으로 소수민족 어린이를 주인공으로 삼았다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책의 후아니토도 그렇다. 스페인어를 쓰는 저 먼 푸에르토리코에서 바로 이틀 전에 뉴욕으로 이사를 온 이방인이고, 소수민족 어린이인 셈이다. 이런 처지에 놓인 후아니토에 대한 작가의 따뜻한 시선, 그리고 인종이나 민족에 상관없이 후아니토의 딱한 처지를 보자마자 도와주려고 나서는 어린이들을 바라보는 시선도 따뜻하다. 후아니토를 도와주겠다고 나서는 여럿 아이들은 뉴욕이라는 도시를 그대로 드러내 주듯 다양하다.
뉴욕 안 '차이나 타운'의 중국인 남매, '작은 이탈리아'라는 동네의 이탈리아 아이, '파크 애비뉴'의 쌍둥이 자매, 할렘가의 흑인아이들. 잘은 모르지만 아마 '파크 애비뉴'란 곳은 뉴욕의 번화가 아닌가? 유행의 중심지라고 들었다. 그곳을 제외한 모든 곳은 후아니토와 처지가 비슷비슷한, 소수인들이 자리를 잡고 사는 곳이다.
이 책에서는 , 작가의 의도이겠지만, 이 모든 아이들은 생김이나 입성은 다들 다르지만, 잃어버린 개 페피토를 찾고싶어하는 후아니토의 마음에 쉽게 동참해서 한 손 씩을 보탠다. 어린이에게서나 가능한 일이겠지만, 작가가 말하고 싶은 것은 아마도 '어린이에게서는 가능하다'는 희망이 아니었을까. 우리처럼 단일민족으로서만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낯설기 짝이없는 이런 풍경은 그것만으로도 하나의 볼거리와 이야기거리를 제공해주기도 한다.
그 한 축과, 후아니토가 페피토를 찾기 위해 처음 만난 아이들에게 언어 아닌 몸짓으로 제공하는 정보들을 보는 재미가 다른 한 축이다. 우리 아이들은 이런 정보에 열광한다.
후아니토의 잃어버린 개 페피토는 '후아니토가 입고 있는 셔츠처럼' 빨간 색이고, '지나가는 아줌마가 입은 털코트처럼' 털이 엄청 텁수룩하고, 신기할만큼 다리를 구부리고 달리고, 크기는 '후아니토가 두 팔을 활짝 벌린 것 만큼' 크다. 그리고 눈은 도대체 저래갖고도 볼 수 있을까 싶을 만큼 실눈이다. 설명만을 듣자면, 어디 정말로 저런 개가 가능할까? 싶다. 그런데 마지막에 후아니토와 눈물의 상봉을 하게 되는 개 페피토는, 진짜 그렇다!!
믿을 수 없을 만큼 기묘하게 상상이 되었던 그 생김은, 진짜로 그렇게 생겼고 그렇게 달린다는 것을 보면 절로 웃음이 난다. 그리고 듬뿍 신뢰가 간다. 정말, 그렇게 이상할 것 같았는데 그대로 모아도 이렇게 예쁜 개가 되네!
각각 그 하나의 축 만으로도 이야기가 될만하다. 하나는 후아니토를 도와주는 여러 다른 손길들, 하나는 페피토를 설명하는 여러 재미있는 묘사들. 그러나 각각 그 하나씩을 따로 했다면 약간 뻔한 반복에다가 심심할 수도 있는 그저 그런 그림책이었을텐데, 그 둘을 절묘하게 이어붙여 훈훈하고도 재치가 느껴지는 멋진 그림책이 되었다.
절대 천진무구한 어린이로만 느껴지지 않는 키츠의 그림책 속 아이들, 그 눈 속에 담긴 알 수 없는 깊이가 작가의 세상을 이해하는 깊이가 아닐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