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특별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되어버린...

아담을 기다리며 - 개정판
마사 베크 지음, 김태언 옮김 / 녹색평론사 / 2005년 5월

마사 베크의 회상록 <아담을 기다리며>를 읽으며 정말 특별한 그이의 경험에 대해 생각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다운증후군 아기를 가진 한 인텔리 여성의 이야기가 아닐까 하면서 읽기 시작했지만, 세상의 모든 다운증후군 아이를 가진 엄마가 거의 하지 못할 경험을 하는 특별한 임신기를 겪는다. 그이와 그이의 남편은 하버드 출신이고 거기서 계속 높은 학위를 위해 공부하는 중이다. 하나 있는 아이조차 기를 형편이 안 되는 부모이기도 하다.

그런데 두번째 아기가 임신이 되고, 지은이 마사는 아기를 임신하고 있을 때는 정말 특별한 고통을 겪는 특이 체질이다. 그런데 그 아기는 또.. 산전검사 결과 다운증후군을 가진 아기란다. 이제 갈등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산전 검사라는 건 어째서 행해지는 것일까? 아기가 태어나서 남들처럼 잘 살아나갈 수 있는지를 미리 알아보고 만일 아니라면 차라리... 알아서 하라는 검사? 어떤 것은 그정도면 괜찮은 것이고 어떤 것은 태어나서는 절대로 안되는 것일까?

마사는, 바로 이 편의적 발상을 그대로 따르지 않고 그녀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물음에 충실히 대답하려고 애쓴다. 세상이 인정하는 높은 지성을 가진 그녀의 이런 행동은 많은 사람들을 당황하게 하지만 오히려 깊은 울림을 준다. 하지만, 그녀의 아기는 너무나 특별하다. 일반적인 다운 아기를 낳아 기르는 부모들이 결코 겪지 않을 너무나 특별한 체험들을 그녀는 한다. 그이와 그이의 남편은 온통 신비로운 세계에 둘러싸여있다.

빛과 같은 어떤 존재, 천사, 영적인 환시와 환청, 남편과의 통째로의 교감. 이런 예시들은 확실히 이 지적인 어머니의 마음을 오롯이 열게 만들고 사물과 현상을 있는 그대로, 본질로 이해하게 만들지만, 그것은 그이의 정말로 특별한 경험이 아닐까. 그런 놀라운 체험들을 하지 않고 아기를 낳게 되는 수많은 다운 아기의 부모들을 그와 같은 깨달음을 얻기는 힘들지 않을까.

그녀는 고비마다 험난한 가시덤불을 헤쳐나가며 슬기로운 길로 나아가지만, 그때마다 그이가 겪는 신비로운 체험들은 너무나 특별해서 나는 오히려 아득한 생각이 들었다. 내 친구 집도 둘째 아이를 낳고 보니 다운이었다. 그 아이는 지금 행복하고 건강하게 나름대로의 삶을 살고 있다. 그 부모들도 잘 해 나가고 있지만, 특히 아이 엄마의 인생은 그 아이의 삶과 완전히 결속되어있다. 그 엄마를 생각하면, 어쩌면 이 책의 저자가 곱씹고 곱씹어 깨닫게 되는 모든 아기들의 저마다의 조건에서의 소중함이라는 것을 많은 다운 아이들의 엄마들은 이미 깨닫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이토록 특별한 체험을 통해 온 아기가 아니라도, 많은 다운 아이들은 주위의 여러 사람들에게 전혀 새로운 깨달음과 즐거움을 주기도 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있다. 물론 한 방향으로 굳어져 있는 사회의 여린 한 부분으로 살아가는 것이 어렵다는 것도 알려져있다.

마사 베크의 회상에 의한 이 이야기는 그래서, 결코 다운증후군 아기를 가진 한 여성에 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없다. 오히려, 너무나 완고하게 굳어져 도저히 지혜의 세계로 나아갈 수 없는 한 견고한 지성인을 특별하디 특별한 체험을 통해 깨고 또 깨면서 번쩍 번쩍 깨닫게 만드는, 인생에 대한 통찰에 관한 이야기로 보인다. 그래서인지... 읽는 내내 신비한 영성에 휩싸인 채로 있었으나, 다 읽고 나니 어쩐지 그 신비의 체험은 다시 원래 그것이 있던 자리로 돌아가버리는 듯 허전한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