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런, 벌거숭이네! 비룡소의 그림동화 22
고미 타로 / 비룡소 / 199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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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 타로, 이 작가가 만든 그림책들을 보다가 보면 꼭 작가의 얼굴이 궁금해진다. 그이의 얼굴에는 얼마나 장난기가 다글다글할까! 마치 우리 집 꼬마처럼 얼굴 가득 장난기를 머금지 않았다면, '아니, 설마, 저이는 고미 타로가 아닐거야!'라고 외칠 것만 같다.
이 책 말고도 <악어도 깜짝, 치과의사도 깜짝>, <아빠는 미아>나 <창문으로 넘어온 선물>을 보았는데 거기 나오는 인물들의 눈과 입에 담뿍 담긴 장난스런 웃음을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았다.

이 책은 아이에게 소리내어 읽어줄 때 그 진가가 드러난다. 짧고 운율이 살아있는 말들이 꼭 엄마나 아이의 대화체 그대로 나와있다. 벗기고 또 벗긴다는 것이 이 책의 기본 설정인데, 그게 다가 아니라는데 더 큰 묘미가 있다. 마지막 반전은 아마 아무도 예상치 못한 게 아니었을까? 아이를 앞에 두고 책을 읽어주는 엄마나 엄마가 읽어주는 책을 싱긋이 웃으며 듣고 보고 있던 아이나 모두, 그 마지막 반전에서는 마주 보고 웃음을 터뜨렸다. 야아, 정말 톡톡 튀는 발상인걸!

그러고 보니 사자 가면을 훌훌 벗었던 곰의 얼굴에서 움직이는 부분은 눈밖에 없었던 거다. 일자로 꾹 다문 입은 말을 할 때도우스울 때도 절대로 바꿀 수가 없었던 거다. '그래 어쩐지 표정이 이상하다 했어!' '아하, 가면이니까 그랬구나~' 작가의 이런 장치는 두번 세번 볼 때야 발견이 되는데 아이나 어른이나 그 작가의 의도를 눈치채는 기쁨은 겪어보지 않고는 알 수 없으리.

나는 도서실에서 아이들을 모아놓고 이 책을 읽어준 일이 있었는데, 그냥 읽어도 재미있지만 벗기고 또 벗긴다는 것을 좀더 실감나게 하려고 작은 종이인형을 만들었다. 그림도 워낙 쉬우니 간단했다. 먼저 용이를 소포 포장하는 종이를 잘라 앞뒤를 만들고(나는 뒤에는 아예 여자아이로 그렸다) 그 안에 약통안에 들어있는 솜을 얄팍하게 채워 폭신하게 만들어 붙였다. 그 위에 그 용이 인형의 어깨에 걸어주는 식으로 옷을 입히는데 책의 순서와 반대로 조금씩 크게 만들어 나가면 맨 나중에는 사자가 되는 식이다.

아이들 앞에서 보여줄 때는 맨 먼저 사자 가면을 벗고, 사자 옷을 벗고, 곰이 조끼- 셔츠-바지-양말-팬티를 벗고 다시 곰 옷을 벗고 곰 가면을 쑤욱 벗는 것이다. 그러면 벌거숭이 용이가 나오는데 그 앞에 조그만 단풍잎을 한 장 딱 붙여놓으니 아이들이 깔깔거리고 만져보려고 아우성을 쳤다.

책을 읽어주며 인형으로 하나씩 하나씩 벗겨나가는 것은 분명 새로운 즐거움을 준다. 아이들은 너나없이 용이의 옷 하나씩을 들고 입혀보고 벗겨보고는 즐거워했다. 간단하게라도 아이와 엄마가 함께 만들어보면 훨씬 훨씬 재미있게 이책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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