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름다운 집 ㅣ 일루저니스트 illusionist 세계의 작가 29
손석춘 지음 / 들녘 / 2001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나라를 생각해보면 정말, 여전히 가슴이 막막해지는 나라다. 때때로 온갖 고생만 하다 결국 조금 허리 펴고 눌 자리 찾은 시점에 돌아가시고 마는 우리네, 혹은 나의 어머니를 보는 것만 같다. 얼마전 읽은 책 <지구로부터의 귀환> 이라는 책을 보면 전 우주적인 시각에서 지구를 보면 그 민족, 국가간의 경계라는 것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를 알게 된다는데... 요즘에는 심심찮게 내셔널리즘을 국수주의 쯤으로 여기기도 하는 모양이다.
하긴, 민족, 국가라는 개념보다 인류, 혹은 전 생물종의 입장에서 보는 것이 더 보편적이고 오히려 상식적일지도 모른다. 내 민족 내 국가만 잘 되어서 어디 될 일이던가? 하지만 말 안되는 전쟁을 일으키는 거대하고 부도덕한 제국이 여전히 말이 되고, 오늘도 생명이 스러져간다. 부여받은 삶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게 하는 자들 그 누구인가? 이렇듯, 우리에게 민족이라는 개념은 스스로를 지켜내는 힘과 따로이 생각할 수가 없게 되었다. 전 지구적 모순의 온갖 형태가 이땅에 고스란히 내려앉아 실험되고 있는 마당에, 민족이라는 단어는 아직도 스스로의 숙연함을 지닌다.
이진선이라는 혁명가의 지난 삶은 그래서 지금도 여전히 우리에게 출렁인다. 개인의 자유와 행복이 보장되기 위한 전제조건인 인류적 자유와 행복이라는 커다란 화두를 놓고 한 생애를 고스란히 내맡길 수 있었던 그의 순정한 삶은, 그의 삶의 무대가 되었던 이땅, 대한민국과 조선 민주주의 인민 공화국의 실질적 역사와 함께 깊은 울림을 준다. 분산되어 오던 사건 중심의 역사가 한 개인에게 거미줄과 같이 연결되어 당위와 우연, 필연으로 엮어진다.
결코 따라걸을 수 없는 길이었겠지만, 그의 뒤를 따라밟으며 선명히 느끼게 한다. 이렇게 한 인간의 양심과 신념의 족적을 밟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삶은 최소한 한발짝 건강해지리라. 허구인지 사실인지 하는 궁금함이 들었지만, 수많은 각각의 이진선들의 삶을 이리저리 엮은 픽션이라한들, 그것이 어찌 허구이기만 하랴 싶다. 성공이냐 실패냐를 훌쩍 뛰어넘는, 진실하기 위해 노력한 삶의 기록이 한동안 내마음에 쿵! 하고 내려앉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