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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크리스마스, 늑대 아저씨! ㅣ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46
미야니시 타츠야 글 그림, 이선아 옮김 / 시공주니어 / 200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참, 창작의 세계는 무궁무진하구나.. 그렇게나 많은 재밌는 그림책들을 읽었는데 또다시 이런 즐거운 그림책을 보게 되다니! 그림도 익히 보던 그림들과 또 다른 새로움이 있고, 내용도 유쾌하고 따뜻하기 이를데 없다. 어쨌거나 배고픈 늑대는 꼬마 돼지들을 잡아먹으려 한다. 그런데 배만 고픈 것이 아니라, 언제나 홀로인 듯하고 아마도 따뜻한 사랑을 받아보지 못했을 법한 늑대는 심술이 가득하다.
'쳇! 신나는 크리스마스 좋아하네! 모조리 잡아먹어 버릴 테다... 고것 참 맛있겠군!'
그리곤 뛰어가더니 아기 돼지들만 잡는게 아니라 그저 부수고 망가뜨린다. 심술! 그러다 그만 꽈당! 하고 넘어지는데 바로 자기가 부러뜨린 것에 걸려 넘어지는 것이다. 눈을 떠보니 심한 부상에 팔다리, 입에까지 붕대가 칭칭 감겨져있는 불쌍한 신세다. 여기서부터가 하이라이트다.
보호를 받게 된 힘세고 심술 가득한 늑대와 보호 하게 된 약하지만 태생적으로 착한 듯한 아기 돼지들. 일견 여기서 뻔한 결론이 날 것 같다. 늑대의 후회, 사과, 개과천선. 아기돼지들의 용서와 화해 등등.. 그런데 어떤 방식으로 일어날까? 하는 궁금증이 생길 때 되어가는 걸 보면 그게 아니다. 결국 남는 것은 따뜻한 사랑의 마음이지만, 거기로 가는 길이 너무나 유쾌하고 따뜻하다. 늑대는 묶여있어도 큰소리고 심술도 변함없다.
그러나... 정말로 기분좋은 오해를 통해, 억울하고 분해서 흘린 눈물은 그만 그대로... 마음속에 어쩌지 못하고 피어오르는 사랑의 눈물이 되어버린다. 그리고 받은 사랑을 그대로 돌려주고 사라지는 늑대의 입에서 흘러 나오는 말. '메리 크리스마스...' 작가의 말처럼 사랑은 정말 신기한 일을 이루어낸다. 아들과 엄마는 이 책을 읽으며, 새로운 그림, 따뜻하고 유쾌한 내용이 주는 즐거움을 한껏 누렸다. 오해가 계속되는 부분에서는 웃음이 터져나왔다. 그리고... 그런데... 그래서 해피엔드라고 해야되나?
이건 그림책의 주제를 벗어나도 한참 벗어난 이야기지만, 이런 생각이 떠오르는 걸 막지는 못했다. 배고픈 늑대는 남들 다 즐거워하는 크리스마스날, 그 고픈 배를 이제 어찌하나? 이제 돼지도 못 잡아먹게 되었는데 어쩌지? 하는 걱정을 하릴없이 했다. 늑대도 배부르고 기분좋은 크리스마스가 되었으면 좋겠다. 아마 이런 이야기는 작가의 다음 그림책 쯤에 나올지도 모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