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화가 이중섭과 아이들
강원희 / 예림당 / 199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복숭아와 아이들, 은지화, 일본인 아내, 아고리 군, 발가락 군, 그리고 황소 그림들. 이중섭에 대해서는 어른이 되어서 본 전기가 아슴아슴한 기억 속에나마 남아있어서 그냥 아이들이 보기 좋은 책은 어떨까, 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골라 보았다.

책은 기대 이상으로 훌륭했다. 여러가지 사실에 기반한 그의 행적들, 그의 삶을 따라가면서 골라 놓은 그림들도 치우치지 않고 골고루 실려 있어서 좋았다. 보기 힘들었던 사진들도 군데군데 실려 있어서 흥미롭기도 하고 마음이 짠하기도 했다. 이런 사진들로 해서 이중섭의 삶은 그의 빼어난 그림들과 더 잘 어우려졌다.

고귀한 인간의 삶이란 이런 것이다, 라는 것을 보여주는 듯한 이중섭의 삶. 그의 천재성, 순수함에 경외를 느낀다. 혼란의 시기를 거치면서도 놓치지 않았던 민족에 대한 인식과 무엇보다도 돋보이는 따스한 마음을 간직했던 사람에 대해서도 그러하다.

진정 다정도 병이던가. 끝내 사랑하는 아들들에게 약속했던 자전거를 선물하지 못한 채, 그토록 사랑했던 어여쁜 아내를 가슴 속에 사위어 재가 될만큼 묻어만 둔 채 이승에서의 자리를 비워버린 그 한 사람의 슬픈 이야기가 그의 예술 만큼이나 크게 보이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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