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 골무가 가져온 여름 이야기 비룡소 걸작선 22
엘리자베스 엔라이트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비룡소 / 200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참. 뉴베리상은 정말 그냥 주는게 아니다. 39년 작품이라니. 어디 이런 작품이 숨어있었던 것일까.

엘리자베스 엔라이트라는, 내게는 생소한 작가가 보여준 것은 정말 경이로운 것이었다. 제목이 주는 느낌 때문이었을까. 내용이 마법에 관한 것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읽는 내내 뭔가 마법에 홀린 듯한 느낌으로 책을 읽었다. 이런 책이 있었네!

얼마전 <우리들의 여름>이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역시 생소했던 콘스탄틴 파우스토프스키라는 작가가 쓴 책이었는데, 그 당시에는 시대 자체가 <자연>이라는 중요한 무대를 떠나서는 어떤 것들도 부자연스러운 것이었던지, 모든 이야기들이 자연과 더불어 혹은 자연 속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자연은 실로 무대일 뿐만 아니라 주역이었다. 이책, 골무-여름에서도 자연은 또 그러하다.

그것이 너무나 자연스럽고도 아름다와서, 우리의 주인공 가넷을 따라다니는 것이 그다지 극적이지도 드라마틱하지도 않은데도 불구하고 숨돌릴 틈 없이 따라다닌 것이다.
물흐르듯 청량하고도 경쾌한 이야기들, 안타까운 일들은 봄눈 녹듯 순하게도 사라지는 이야기들, 단순 소박한 농부의 삶을 회의하는 젊음과 강파른 세상 체험 끝에 농부의 삶에 안착하고픈 또다른 젊음의 이야기들이 한해간 가넷이 성장한 것 만큼이나 읽는 나를 넓게 또 깊게 만든다.

마법의 골무라. 원래의 제목에서는 그냥 골무일 뿐이다. 원제가 thimble summer였으니 제목에는 마법이 들어가 있지 않은 셈이다. 내용의 의미를 더 잘 전달하려고 마법을 넣었을까 아니면 독자를 더 끌어들일 효과적인 수단으로 마법을 사용한 것일까. 만일 후자였다면, 확실히 그 효과를 달성한 듯 싶다. 마법 골무가 가져다 준 여름 이야기라니, 얼마나 신비로운 제목인가. 하지만 책을 읽는 중간쯤까지도, 언제쯤 그 은골무가 신비로운 마법의 힘을 드러낼지 궁금해하며 기다렸다.

중간을 넘기면서부터는, 아, 이 책에서는 마법이 마법이 아니네, 하면서 가넷의 여름에 집중할 수 있었다.

가넷, 에릭, 제이, 프리바디 씨... 이 깊고 넓고 따뜻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다가 어째서 우리는 이런 삶에서 이다지도 떨어져 있는가, 라는 은근한 아픔이 밀려왔다.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을 그들의 삶에 어찌 그런 여유가 배어있는지를 생각해본다. 아무래도 콘크리트 덩어리 속에 모두 별개의 혹성을 만들어 살아가고 있는 현실이, 그토록 자연과 유리된 채 유지되는 우리의 삶이 낯설게만 느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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