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디숲 속의 이쁜이 1 이원수 문학 시리즈 6
이원수 지음 / 웅진주니어 / 1998년 11월
평점 :
품절


요즘 나오는 아이들 동화책들을 보면 거의 소설같은 생각이 든다. 뭐 본질적으로야 동화든 소설이든 마찬가지일것이고, 독자 대상이 아이들이냐 어른들이냐 하는 것이 차이라면 차이겠지만, 요즘의 동화들은 종종 그 아이와 어른의 영역을 거침없이 오가는 것 같다. 그래서 동화는 아이들의 책이라는 주장은 이제 더이상 덧없는 주장이 된 듯하다. 나만 해도 <동화읽는 어른>이라는 모임에서 공부하며 동화를 자나깨나 읽고있다. 그러다보면 더이상 동화는 아이들에게만 읽히는 책이 아니다.

아이에게 좋은 책, 어른에게 좋은 책, 이런 구분은 별로 좋은 잣대가 아니다. 아이에게 좋은 책이 어른에게도 좋은 책이다라는 말이 동화에서는 그대로 들어맞는다. 좋은 동화책은 아이시절을 잊고 사는 어른들에게 그야말로 훌륭한 연결 다리가 된다. 아이와 어른을 이어주는 굳건한 조화의 다리, 그 이상형이 바로 동화가 아닌가 한다. 물론 그림책, 동시집, 이러한 형태의 아이들 책 전반과도 통하는 이야기이다.

이 책을 쓴 이원수 선생님은 정말 특별한 분이다. 한국 아동 문학에 너무나 확실하고 두텁고도 올바른 발자국을 남기신 분이라 더 말하기가 어색할 지경이다. 너무 많은 작품들이 있고, 그 하나하나가 놀랍다는 생각이 드는 작품들이다. 요즘에야 이야기로도 글쓰기로도 훌륭한 작품들이 많이 나오고 작가군도 한층 두텁지만, 이원수님이 활동하시던 당시를 생각하면 선생님의 작품들은 더욱 빛난다.

<잔디숲 속의 이쁜이>는 지금 읽어도 아주 재미있다. (나만 그런지 여러 아이들에게도 물어봤는데 한결같이 진짜 재밌다는 것이다) 시대를 넘어서는 재미, 그것은 삶의 보편성에 그 근거를 두어서일 것이다.

개미라는 공동생활 집단, 그 속의 규율, 엄격함, 이런 것들이 아마 작가가 당시에 느꼈던 시대상의 답답함이었으리라. 이쁜이는 정말로 연약하디 연약한 개미지만, 그 전통적인 삶의 양식에 의문을 갖는다. 그리고 그것을 벗어나 새로운 생활을 꿈꾼다. 그리고... 온갖 위험을 무릅쓰고 새 삶을 시도한다. 그리고 그 새로운 삶을 스스로 일구어 나간다.
이런 주제를 개미들의 생활에 도입하여 풀어나간다.

이쁜이는 개미 체제를 전복시키는 혁명적인 개미는 아니다. 너무나 답답하고 폭력적인 그곳을 탈출하여 새 세상을 만든다. 그리고 모든 개미를 변화시키는 막중한 임무를 띤 정의의 용사가 아니라 여전히 작고 약한, 그러나 자신의 세상에 대한 의지가 뚜렷한 용감한 개미다. 주변의 개미를 변화시키고, 적이나 우리 편이나 할 것 없이 죽어가는 것들에 대해 불쌍한 마음을 갖고 도와준다.

사람 이야기로 친다면, 마치 핍박받는 집단이 민족애 등으로 똘똘 뭉치기 쉬운데 오히려 인류애까지를 지향한다고 할까. 이원수 선생님의 삶의 지향과 고민이 느껴지는 이야기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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