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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거인
프랑수아 플라스 글 그림, 윤정임 옮김 / 디자인하우스 / 2002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아름다운 거인의 세계... 맑고 고요하고, 순수한 세계. 그들의 피부에는 그들의 역사가 그려진다. 그들의 피부는 대기의 미세한 변화에도 반응한다. 살랑거리는 미풍에도 몸을 떨고, 금갈색 태양 빛에도 이글거리고, 호수의 표면처럼 일렁거린다. 그들은 피부로 말을 할 줄 모르는 루트모어, 작은 인간을 한없이 애처롭게 여긴다. 거인의 삶은 거인의 피부에 그대로 축적이 되는 것이다.
아름다운 그림은 거인의 세계를 신비롭게 보여준다. 정말 거인이 살고 있는 곳, 저 먼 곳, 끝간데 없이 뒤적거리는 작은 인간들을 피해 고요와 평화를 유지하며 살아가는 곳. 보는 것 만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안탈라의 깊이 모를 심연의 목소리, '침묵을 지킬 수는 없었니?'
별을 꿈꾸던 아홉명의 아름다운 거인과 명예욕에 눈이 먼 못난 남자, 의 이야기이면서 결국은 어머니인 이땅, 지금도 가쁜 숨은 토해내며 끊임없이 신음하고 있는 초록별, 그 생명의 근원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땅이 가진 원래의 생명력과 그 생명의 노래들을 서서히 잠재우려는 눈먼 인간의 어리석음을 이렇게 장엄하고 신비로운 이야기로 들려줄 수 있다니... 그 신비로운 이야기의 비극적 결말이 또 하나의 눈먼 인간인 내 마음을 무겁게 한다.
지금도 땅과 대기와 강, 곳곳에서 그 미지를 파헤쳐진 채 쓰려져있는 마지막 거인들의 아픔이 가득 울린다. 우리의 먼 눈은 언제, 어떻게 떨어질 수 있는 걸까. 더 많은 사람들이 거인의 아픔을 보았으면, 많은 사람들이 자연에다 자신이 찍고 있는 발자국을 뒤돌아 볼 수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