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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비행기를 탔어요 - 저학년 그림책 16 ㅣ 파랑새 그림책 66
올리비에 멜라노 글 그림, 배은주 옮김 / 주니어파랑새(파랑새어린이) / 2001년 9월
평점 :
절판
그냥, 정말로 아이들끼리 비행기를 타는 이야기이다. 엄마 아빠와 함께 공항에 들어서는 그 순간부터, 아이들 둘이서만 비행기를 타고 여행한 끝에 도착한 다른 공항, 마중 나와 계시는 할머니를 만나는 것으로 끝이 난다. 이야기라고 하기엔 밋밋하지만 일종의 지식 그림책이라고 하면 되겠다.
할머니 댁이 제주도인 탓에 아기때부터 비행기를 일년에도 몇 차례씩 탔던 우리 아이들은, 익숙해질 만도 하건만 아직도 비행기를 타면 흥분한다. 아마도 가장 큰 흥분 요인이야 중력을 무시한 채 하늘을 날고 있다는 것이겠지만, 공항의 모든 특별한 요소와 비행기 안에서의 익숙치 않은 일들도 충분히 흥미로운가보다. 보안검색, 안전 수칙 설명, 나눠주는 사탕, 창문 아래로 보이는 구름들...가끔 옆으로 비행 날개가 보이거나 착륙을 위해 바퀴가 툭 하고 빠져나오는 것도 볼 수 있다. 가끔 귀가 아프기도 하고 기상 요인으로 인해 비행기가 흔들리면 불안할 때도 있다.
이 책의 주인공은 어떻게 우리 아이들과 나이도 거의 같은 듯하다. 이미 다 큰 누나와 아직 어린 남동생. 밑의 아들은 비행 중에 언제나 컨베이어 위에 가방을 놓을 때 '내가, 내가!' 를 외치고, 언제나 창가에 앉으려고 누나에게 잉잉거리고, 비상시 대처 요령을 적어 놓은 안내서를 사뭇 진지하게 본다. 사탕이 오기를 학수고대하고, 음료수를 나눠줄 때는 작은 테이블을 내려놓고는 기다린다. 안전벨트를 혼자서 맸다가 풀었다가 하는 것도 재미있는 모양이다.
한시간 가량밖에 안되는 짧은 비행 시간 동안에도 온갖 일들을 신나게 경험한다. 이런 아이들을 데리고 비행한다는 것도 덩달아 신나는 일이다. 어른들만의 비행이란 얼마나 맨숭맨숭할까. 정말로 어른들은 거의 대부분 잠자거나 신문을 본다. 속으로 (비행기야 원래 그렇지 뭐--)하고 있는 것일까? 아이들이랑 함께 날고 있을 때는 한 순간도 원래 그렇다고 생각할 수가 없다.
이 책과 함께 우리 아이들과 나는 비행의 모든 순간을 너무 생생하게 되새겨 볼 수 있어서 한참이나 즐거웠다. 비행기를 아직 타보지 않은 아이들은 재미가 없을까? 절대로 그렇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언젠가 비행기를 처음 타게 될 때, 그림책에서 그토록 생생하게 보았던 그 일들이 실제로 빠짐없이 그대로 일어난다는 것을 알고는 환호하지 않을까?
제목은 아무래도 좀 걸린다. <혼자서 비행기를 탔어요> 라고 하기엔, 물론 어른들과 함께가 아니고 아이들만 탔다는 이야기이겠지만, 분명히 둘이서 탄 건데! 우리끼리 비행기를 탔다고 하는게 더 낫지 않았을까? 원제가 어떻게 되어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쉬움이 남는다. 아이도 그렇게 물었다. '엄마, 누나랑 같이 탔는데 왜 혼자야? ' 아이들끼리만 탔다는 것을 설명하면서도 <혼자>라고 표현하지 않을 수 있었을텐데. 어쨌든 이 제목은 출판사 쪽에서 좀 고려해보는게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