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사라 페리 글, 그림|이경우 옮김 / 아가월드(사랑이) / 200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처음에 본 느낌은 정말 유쾌하다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한 장 한 장 넘겨가며 보여주는데 매번 기대에 차서 만약! 을 외친다. '만약 발가락이 이라면...' 이 압도적인 엽기 장면에서는 아이들 둘이서 넘어가도록 웃어댔다.

다시 보니 그림이 정말 아름답다. 아주 사실적이고도 실은 완전히 비사실적인 그림들. 마치 사실처럼 재현된 비사실이 우리를 한껏 유쾌하게 한다. 치약을 짜는데 애벌레가 슬금슬금 기어나오고 있다. 진짜처럼 생긴 애벌레가! 충분히 그 상상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을 만큼 정교하고 사실적으로. 저녁 양치질에서 치약을 짜면서 다시 한번 구멍을 들여다 보게끔 만드는...만약.

또다시 볼 때는 아쉬웠다. 책의 말미에 '이제 더 재미난 상상을 해 보세요, 만약...' 이라는 부분은 군더더기처럼 느껴졌다. 진짜로 그 속에 쏙 들어가 웃고 즐기고 있는데 마치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는 것 같다. '사실은 전부 꾸민 이야기예요, 이제 스스로 꾸며 보세요.' 그런 말이 없어도 이미 우리는 새로운 상상을 할 준비가 되어 있는데 말이다.

누군가 이런 그림책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 우리를 즐겁게 했다. 오로지 만약...이라는 말 뿐인데도 얼마나 유쾌한 순간을 보낼 수 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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