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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식을 먹으러 온 호랑이 - 3~8세 ㅣ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39
주디스 커 지음, 최정선 옮김 / 보림 / 2000년 4월
평점 :
일시품절
글쎄, 분위기도 완전히 다른 것 같은데도 이 책을 읽는데 레이먼드 브릭스의 <곰> 과 <눈사람> 생각이 났다. 이 책이나 그 책이나 그저 황당하지만 또 그저 재미있다고나 할까. 그냥, 원래 좀 으스스해야 할 호랑이라는 존재가 생뚱맞게 나타나는 것 부터가 '그냥 그렇지 뭐!'라는 듯하다. 그것도 이렇게 말하면서. '배가 고파서요... 간식 좀 주세요...'
레이먼드 브릭스는 아이와 어른을 차별화해서 아이는 상상의 세계를 현실로 받아들이게끔 하면서 어른은 그 아름다운 상상의 세계에 들어오지 못하는 사람으로 거리를 둔다.
<간식을 먹으러 온 호랑이>에서는 어른들도 아이 못잖다. 그리고... 그래서인지 이 책은 그저 소박하게 즐겁다. 아이는 호랑이가 온 집의 음식을 동내는 동안 사랑스러워 죽겠다는 듯 꼬리를 얼굴에 비비며 논다. 엄마도 아이나 마찬가지, 다음에 또 올지 모르니 아예 음식까지 준비해두고. 아빠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이참에 외식이나 하자고 식구들을 이끌고 멋진 식당에 가다니... 이렇게 어른 아이 할 것없이 모두, 받아들이는 데 전혀 무리가 없는 즐거운 상상의 세계. 그저 우리도 따뜻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기만 하면 되어서 편안하고 즐거웠다고나 할까.
레이먼드 브릭스의 <눈사람>이나 <곰>을 생각해보면, 엄마나 아빠는 결코 갖지 못하는 세계, 아이하고만 이루어지는 그 세계로 하여 (어른이 되면 결국 잃어버리는 어떤 세계에 대한 비정한 암시인듯도 하여) 어쩐지 마음이 아련해지지 않았던가. 물론 그 아련함이야말로 그 책의 짙은 향기중의 하나였다. 하여간, 주디스 커는 이 세계에 우리 어른들을 끼워주는 맘 좋은 어른이어서인지, 이 책은 그런 아련한 아쉬움 같은 것 없이 오로지 흐뭇하게 미소지을 수 있어서 편안했다. 우리 어른들도 한번씩 그 잃어버린 땅을 밟아볼 수 있다는게 어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