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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와 초콜릿 공장 (반양장) ㅣ 시공주니어 문고 2단계 7
로알드 달 글, 지혜연 옮김, 퀸틴 블레이크 그림 / 시공주니어 / 2000년 2월
평점 :
품절
로알드 달의 글과 퀜틴 블레이크의 그림이라. 현대인들이 정말 좋아할만한 조합이 아닌가. '별 새로운 일도 없는 세상, 정말 한번 재밌게 살아봤으면!' 하고 날마다 갈망하는 현대인들에게는 정말 잠시나마 온갖 구질구질한 실제 상황이라는 걸 죄다 잊게 해주는 묘약같은 이야기였다. 초등학생들부터도 요즘은 얼마나 스트레스가 심한가. 그래서 아이들도 이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이야기에 더욱 매료되는 것 같다. 이 책을 보는 동안 크고 작은 갖은 스트레스가 한방에 날아가는 것처럼 여겨졌으니까!
찰리, 부모가 찢어지게 가난한 탓에 생일날 초콜릿 하나 받는 것이 큰 낙인 아이. 절대로 비뚜로 가지 않고 자기를 사랑해 주는 네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항상 기쁘게 해드리려고 애쓴다.(넷이라!! 정말 놀랄만한 숫자다. 나는 이 책 말고는 엄마쪽 할아버지 할머니와 아빠쪽 할아버지 할머니랑 다 함께 사는 가족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이 순간부터 뭔가 기대가 되면서 입가에는 슬슬 웃음이...)
그런 찰리에게 기적이 일어나 반짝이는 50펜스짜리 은화를 줍는다. 그리고 더 기적같은 행운이 그를 보필한다.(행운이 따라주는 게 아니고, 조심스럽게 그를 보필하는 것 같다.그렇게 보이게 하는 것이 이 작가의 탁월한 능력인 것 같다) 그리고는 초콜릿 공장의 환상적인 이야기들! 제목 그대로 찰리의 이야기와 초콜릿 공장의 이야기다.
한 축에서는 착하고 사려깊은 찰리와 다른 온갖 뻔뻔스럽고 탐욕스럽고 제멋대로이고 바보같은 아이들을 선악의 구도로 대비시키며 찰리는 선택되게끔 하고 다른 못된 아이들은 다 혼쭐을 내준다. 아마 대부분 사람들은 이 책에 등장하는 못된 아이들에게 한두번씩은 질린 경험이 있을지라, 이 권선징악은 시원하다는 느낌을 준다.(하지만 아이들은.. 어쩐지 약간 뒤가 켕기는 면도 없지 않을 것 같다. 뻔뻔함과 무례함은 사실 아이들의 한 특징이기도 하니까!)
또 다른 한 축에서는 그 흥미진진한 초콜릿 공장의 비밀! 초콜릿 강에 분홍빛으로 반짝이는 투명한 사탕배를 띄우고 초콜릿 폭포를 즐긴다... 그 옆에 핀 미나리아재비는 몽땅 달콤한 사탕. 게다가 그 공장에서 만드는 것은 이런 것들이다. 아무리 오래 씹어도 단물이 안 빠지는 껌, 10초마다 색깔이 바뀌는 캐러멜, 빙그르르 돌아가는 사탕, 몸을 둥등 떠오르게 하는 붕붕 주스, 따끈한 아이스크림, 핥아먹는 벽지 등등.. 보기만 해도 마음이 녹아버릴 것 같은 달콤한 꿈의 공장이 아닌가! 어른인 내가 보아도 혹할 만 한데 이 초콜릿 공장은 아이들에게는 마법의 세계일 것이다.
이렇게 찰리의 이야기와 초콜릿 공장의 이야기로 이 책은 정말 재미있다. 아이들이라면 가끔 한숨도 쉴 것 같다. (먹고 싶어서!) 결국, 가난했고 또 착했던 소년 찰리는 기괴한 공장 주인에게서 꿈의 초콜릿 공장을 물려 받는다. 그건 바로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것을 언제나 실컷 먹을 수 있다는 꿈같은 소리! 그렇게, 착한 찰리와 멋진 초콜릿 공장이 잘 버무려져서 처음부터 끝까지 생기발랄하게 재미있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