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가는 교실 사계절 아동문고 17
에리히 캐스트너 지음, 문강선 옮김 / 사계절 / 2000년 11월
평점 :
절판


1933년에 독일에서 처음 출판된 이 책이 과연 지금도 재미있게 읽힐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잡았다. 형식 면에서도 서론과 후기를 아주 정색을 해서 따로 두는 특이한 방식, 내용에서는 그 당시(1933년 이전) 독일 김나지움과 옆의 실업학교를 무대로 해서 처음에는 생소하게만 느껴졌다.

그러나 반을 넘어가면서부터는 한달음이었다.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할만큼 그때 그곳의 상세한 학교 이야기와 생활상이 재미있었고(아마 처음에는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좀 걸렸나보다), 아이들과 선생님은 건강하고 능동적이어서 활력이 있었고, 엄숙한 표정을 지은 채 아이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선생님이 등장하는데다가, 몇가지의 감동적인 이야기들이 잔잔하게 연결되어 잠시도 눈을 돌릴 수가 없었다.

주인공 격인 다섯 아이들과 정의 선생님, 그리고 금연 아저씨들은 각자가 정말로 주인공의 역할을 충분히 한다. 각자의 특성을 가지고 각자의 위치에서 정말로 자신답게 일을 해 나간다. 게다가 그 어느 것도 삐걱거리지 않고 자연스럽고 조화로왔다. 가난한 아이도 있고 겁쟁이였던 아이도 있고, 공부는 관심 밖이지만 용감하고 운동에는 최고인 아이, 부모가 없는 아이, 과학을 좋아하고 자기도 모르게 좀 재는 편이지만 자기 몫을 하는 아이, 그리고 선생님들.

그들이 요니의 연극 <날아가는 교실>을 한 축으로 하면서 여러 가지 일들을 겪는다. 생각해보니 정말 많은 일들이 한 동화책 안에 버무려져있다. 그런데 실제로 그것이 그들의 생활인 것이다! 한가지 주제를 심각하게 다루는 것도 아니면서, 여러가지 이야기를 학교 생활과 맞물리게 엮어 나가면서 전혀 어수선하거나 놓치는 것 없이 이야기를 끌어가는 솜씨가 탁월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이 마르틴에게 특별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시고 마르틴의 갈등이 날아갈 듯 해소되면서(전혀 어색하지 않고 너무나 상쾌하게!) 에필로그가 덧붙으면서 책이 끝난다.
마치 책 제목이 <날아가는 교실>이 아니라 <사랑의 학교>라야 되는 것 아닌가 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사랑과 신중함과 조화가 넘치는 학교였다. 이 책의 원제가 <날아가는 교실>이었던가? 책 어디에서도 책의 원제가 명시되어 있지 않아 답답했다. (외국 책인 경우는 원제와, 원작자의 책 혹은 번역본을 다시 번역한 것인지 정도는 꼭 기록해주었으면 한다)

하지만 만약 원제를 그대로 번역한 것이라면, 작가는 동화속 요니의 연극 제목을 보다 더 희망적인 교육 현장의 상징으로서 차용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002년 지금도 어디로 갈지 모르는 교육의 앞날을 두고 이리저리 상처받고 있는 우리의 교육 현장을 생각해볼 때, 각자가 자신감에 차 있고 따뜻한 아이들과 또 그 아이들 사이의 교류, 깊은 인상을 주는 선생님과의 관계들은 1933년이라는 세월을 넘어서 '아름다와라!'라는 탄성을 불러 일으켰다.

익숙하지 않은 작가였는데 (그는 1899년 태어난 작가이다) 이 책으로 60년에 안데르센 상을 받았다니 많은 사람들에게도 그 역량을 인정받았던 것 같다. 책에는 소개되어 있지 않았는데, 인터넷의 작가 소개에 최근 번역 출판된 <로테와 루이제>의 작가라는 것을 알고 무척 반가왔다. 거의 30년쯤 전에 계몽사의 창작동화에서 너무나 재미있게 읽었던 <두 로테>가 이즈음에 새로 번역되어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그 어렸던 시절 내게 환상적이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들려주었던 그 작가가 바로 이 작가라니 마치 오래된 벗을 오랜만에 만나 그의 진가를 새로이 발견한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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