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드레스 백 벌이 있어 일공일삼 11
엘레노어 에스테스 지음, 루이스 슬로보드킨 그림, 엄혜숙 옮김 / 비룡소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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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레노어 에스테스가 이 책, <내겐 드레스 백벌이 있어> 를 쓴 때가 언제일까? 1944년! 책날개에는 이 책으로 44년 뉴베리상을 받았다고 되어있다. 그러나, 놀랄만큼, 마치 이제 막 씌어진 글처럼 여겨진다.

실제로, 주목받는 우리나라 작가인 황선미씨가 쓴 <초대받은 아이들>에서처럼, 완다나 민서는 조용히, 상대방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었고,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표현된 '자신의 소중하고 아름다운 세계'가 있었고, 거부당했으나, 그들에게는 내면의 세계가 있고 그것을 소중하게 여길 줄 아는 자아가 있다. 거부당했을 때, 그것을 넘어설 수 있는 힘을 그들이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여간, 2001년에 초판이 찍혀 나온 책과 그 보여주고자 하는 세계의 비슷함에서 나는 1944년에 이 책이 씌어졌다는게 정말 놀라왔다.

이 책의 완다는 아주 조용하게, 자신의 진실이 외면당할 때 그곳을 물러선다. 그러나 끈질기게 (유치한 쾌감에 휩싸여) 그런 완다를 괴롭히는 페기와, 완다의 괴로움을 충분히 알면서도 자신조차 비웃음의 대상이 될까봐 괴로운데도 불구하고 나서지 못하는 매디. 이런 일은 지금도 우리의 학교에서 가정에서 사회에서 끊임없이 일어나는 일이다. 물론 완다는 드레스 백벌을 갖고 있었고 그것들은 모든 사람들을 사로잡을 만큼 아름다왔다....

하지만 이책은 오히려 매디, 매디의 시선을 따라간다. 완다처럼 이방인도 아니고 그애만큼 가난하지는 않지만, 떠들어대는 페기만큼 내세울 것은 없는 많은 매디들. 그 많은 매디들은 완다를 매디처럼 이해하고 매디처럼 초조하게, 안쓰럽게 바라볼 뿐이다. <까막눈 삼디기>라는 우리 동화에서는 그런 상황을 보라라는 시골뜨기 활달한 아이가 깨트려나간다. '얘들아 정신차려! 삼디기는 기회가 없었을 뿐이야- 우리가 도와주면 다 해낼 수 있어! '라면서. 그리고 삼디기는 그것을 해낸다.

<내짝쭝 최영대>에서도 영대는 참다참다 울음을 터뜨린다. 그리고 그 울음의 의미를 이미 알고 있는 아이들은, 영대의 울음으로 인해 비로소 그 상황이 얼마나 터무니없이 진전되었는가를 깨닫는 것이다. 하여간... 대다수 아이들은 결코 저절로는 깨닫지 못한다. 집단의 최면에 걸려드는 것이다. 그러나 또한 대다수 아이들은 그걸 깨닫는 순간, 소중한 경험과 함께 자신의 어리석음을 받아들인다.

내겐 이 책이, 완다라는 고귀한 품성과 상상력과 재능으로 반짝이는 아이의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매디의 시점에서 풀어나간 것이 정말 좋았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터무니없는 왕따에 대한 이야기는 아주 중요한 이야기가 되고 있다. 물질이 정신을 능가해버린 세태에서 이런 이야기는 아마 끊임없이 되풀이될런지도 모른다. 하여간 44년에 씌어진 이 이야기가 2002년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에 그리 낯설지 않다는 것이 놀랍기도 하고... 게다가 이 이야기의 주인공 완다는 그 깊음으로 하여 매디와 페기와 선생님, 다른 아이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또한 많은 우리의 아이들을 움직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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