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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와 늑대 ㅣ 눈높이 어린이 문고 23
진 크레이그헤드 조지 지음, 유기훈 그림, 작은 우주 옮김 / 대교출판 / 200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에스키모 소녀 미약스, 그러나 알래스카가 미국의 영토에 속하면서 에스키모 문화는 표류를 시작한다. 이 책의 공간적 배경은 광활한 알래스카의 대평원이지만, 같은 알래스카 안의 또다른 무대는 이미 백인 문명에 대한 막연한 동경으로 술렁거리는 곳이다. 그리고 미약스는 이곳에서 줄리라는 미국식 이름으로 불리게 된다.
어린 시절 정신적 지주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인내심과 강인함을 가진 에스키모의 전통적인 생활에 자부심을 느끼는 소녀 미약스가 주인공이라면, 아버지가 행방불명 되고 옛날의 정혼자와 결혼하면서 그 술렁거리는 새로운 세계에로 떠밀리듯 들어가게 되는 줄리는 마치 미약스의 그림자같은 주인공이다. 그러나 도저히 견디기 힘든 결혼과 그곳의 생활...결국 편지를 나누는 백인 친구인 에이미를 찾아 혼자 샌프란시스코로 가기 위해 탈출한다. 마치 거기 꿈의 도시가 기다리고 있다는 듯이.
그리고 대평원에서 열세살 소녀가 혼자 겪어내는 일들. 먹을 것도 없다. 해가 지지 않는 밤에는 방향을 가르켜 줄 별도 뜨지 않는다. 그때 이 열세살의 야성을 간직한 소녀 미약스는 훌륭한 에스키모였던 아버지의 가르침을 되새기며 집중한 결과, 늑대 가족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진다. 대자연과 어울려 살아가는 강인한 늑대의 무리, 그 대장 아마록이 미약스를 보호하고 먹이를 주어 지켜주는 것이다. 그런 아마록을 통해 미약스는 진정한 에스키모로 거듭난다. 그러나.
미약스의 정신적인 지주였던 아마록은 백인들의 사냥감이 되어 안타깝게 죽고 미약스는 마음에 치유할 수 없는 커다란 상처를 입는다. 열세살, 에스키모의 딸인 미약스는 샌프란시스코 대신 대자연의 평원에서 홀로 살라가는 것을 택하고 돌아선다. 여기까지 따라오며 나 또한 미약스와 아마록을 벗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거기까지였으면 좋았으련만! 그러나 작가인 조지 여사는 그것으로 끝내지 않는다. 미약스는 잃었던 아버지를 찾게 되고, 미국인 여자와 결혼해 있는 아버지는 이제 너무나 변해 더이상 옛날의 자긍심 높던 아버지가 아니다. 다시 대자연의 품으로 돌아가려고 그곳을 나서지만... 작은 친구 토네이트가 죽으면서 미약스는 한 장을 마무리한다. 미약스는 줄리가 되어 아버지가 있는 캉킥으로 향하는 것이다.
이 부분, 불과 두 줄 밖에 안되는 이 짧은 마무리는 그 전의 모든 내용들을 완전히 뒤엎는다. 미약스는 줄리로 변해 있고, 대자연의 품을 믿었던 자부심 강한 에스키모 소녀 미약스는 그 두 줄에서 줄리가 되어 아버지를 찾아간다. 무엇때문에? 아무리 집중해 봐도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결말이 아닌가! 무언가 잘못 된 것이 아닌가 싶었다.
게다가 번역자의 해설에조차, 미약스는 대자연 속에서 혼자 살아가기를 시작한다고 되어있다. 납득이 가지 않는 결말이다. 작가의 어처구니 없는 마무리와,그것과 반대의 결론을 말하고 있는 번역자의 해설...천분의 일, 혹은 만분의 마지막 일에서 어이없게 배신당한 기분이어서 아직도 얼떨떨하다. 조지 여사와 번역자, 둘 다 이해가 가지 않아서... 번역자에게라도 묻고 싶은 심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