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개츠비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방대수 옮김 / 책만드는집 / 2001년 8월
평점 :
품절


대체로 읽고 좋았던 책에 대해서 무언가 쓰고 싶어지는 법인데.. 서평을 쓰기가 약간 주저가 된다. 하지만 정리하는 차원에서 시작하기로 한다. 위대한 개츠비, 영화로도 유명하고,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에 극적으로 등장해서 꼭 읽어보고 싶었다. 사십 나이에 읽기에 어쩐지 좀 열없게 생각 되었지만 <상실의 시대>에 공감했으니... 좋을 것 같았다.

하지만, 정말, 처음 보았을 때는 믿기지 않았다. 어째서 이 책은 그렇게 명성을 얻었나? 무엇이 사람들을 그리 사로잡았나? 싶었다. 나로서는 책의 내용이 정말 허탈했고, 책을 만든 모양새나 책 속 그림까지도 정말 실망스러웠다. (나중에 보니까 다른 곳에서 나온 책이 두어권 더 있던데 내게는 그것이 더 낫지 않았을까 싶다)

젊은 날의 슬프고 아름다운 욕망, 단 한번도 잊은 적이 없는 첫사랑. (표지에 있는 말)
맹목적인 열정에 자신을 바치는 순정파 남자의 이야기인가. 그가 열정적으로 사랑하는 그 여자는 과연 그럴만한 여자인가... 사실 그리 매력적인 여자가 아니다. 내게는 데이지라는 그 여자가 자신의 이름만큼도 매력적이지 않았다. 그러니 그 남자의 맹목적인 열정도 그만 허무하게 피어오르는 안개같기만 했다. 별로 매력적이지 않은 여자와, 그 여자를 일생을 바쳐 어렵게 사랑하는 남자의 이야기. 전혀 공감이 안 갔다.

도처에 얼마나 가슴을 설레게 하는 이야기들이 많은가.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이란 그 자체가 얼마나 비밀한 아픔과 설렘과 아름다움을 간직하는가. 하지만 지금, 그러니까 바로 지금에 이 이야기는 얼마나 진부한가? 아마도 이 이야기의 진가는 그 첫 출판연도가 아닌가 한다. 1925년, 그 아득한 옛날, 미국에 이 이야기가 처음 등장했을 때 아마 이것은 너무나 놀랍고 흥미롭고 가슴아픈 이야기였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2002년, 얼마나 많이 얼마나 자주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만들어졌던가? 그것도 계속 새로운 버젼으로 새로운 옷을 입으며 갈수록 세련된 방식으로 너무나 많이 보아서 너무나 익숙한 이야기, 그 명성의 자자함으로 하여 '설마 이렇게 뻔한 이야기가 끝까지?' 하는 의구심을 끝까지 떨칠 수 없다가 '결국?' 하며 허탈했다.

그렇다. 1925년에 그것은 아마 대단한 책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것은 조금도, 조금도 대단하지 않다. 아무리 오랜 세월이 흘러도 바래지 않고 깊은 공감을 주는 책이 있지만, 이 책은 세월과 함께 더이상 그 명성을 이어가기 어려운 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내게는 그랬다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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