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조금만 더 시공주니어 문고 2단계 21
존 레이놀즈 가디너 글, 마샤 슈얼 그림, 김경연 옮김 / 시공주니어 / 200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내 느낌으로는 동화라고 한정짓기가 어려운 책이었다.

꼬마 윌리와 할아버지와 번개의 삶은 단순하고 정직하다. 게다가 최선을 다한다. 그러나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삶이 또 그러하듯이 그들에게는 시련이 기다리고 있다. 세상에서 그런 일은 흔하디 흔한 일이다...

열살짜리 소년이지만 성숙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윌리는 주어진 현실을 천천히 바라본다. 그리고는 누구도 생각하기 어려웠던 일, 자신과 자신의 훌륭한 벗인 번개를 완전히 신뢰하지 않고는 도저히 선택하기 어려웠을 일을 결정하게 된다. 그것이 아니고는 평화로운 이전의 삶을 다시 찾을 수 없으리라는 절박한 현실을 외면하지 않아서이다. 그리고 결국은 전설적인 인디언 '얼음 거인'과의 격돌을 맞게 된다.

문장은 간결하고 군더더기가 없다. 가장 극적인 순간에서도 이럴 정도다.

윌리가 외쳤다.
'조금만 더, 번개! 조금만, 조금만 더!'
번개는 있는 힘을 다해 달렸다.
결승선까지 30미터 남았다. 그때 번개의 심장이 터졌다. 번개는 그 자리에서 죽고 말았다. 아무 고통 없이.

그 간결함, 그러나 그것은 마치 수정 얼음이 깨지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때 번개의 심장이 터졌다.> 다시 보니... 그 한 줄의 말이 너무나 중요한, 모든 것이었다. 그것이 다였다. 더이상의 말로서는 도저히 줄 수 없는 무게가 거기 다 실려 있었다고나 할까. 그리고...인디언 얼음거인은 그에 경의를 표함으로써 자신의 존엄과 성실한 인간에 대한 우애를 지켰다. 윌리, 번개, 얼음거인. 그들이 함께 승자가 되는 감동의 순간이었다.

마샤 슈얼의 고요한 그림들은 그 순간들을 더욱 깊이 느끼게 만들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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