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난골족 우리시 그림책 9
백석 지음, 홍성찬 그림 / 창비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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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가 많아 여우난골이고 거기 살아 여우난골족이다. 백석 시인의 시를 좋아해서 이동순님이 엮은 시집을 장만한 이래 드문드문 본다. 참 희한하게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시인이다. 이 책에 쓰인 시처럼, 아이들을 앞에 놓고 그저 "그래, 그때는 거기서는 그랬단다", 라고 이야기하는 모양새의 시가 또 이렇게 그림책이 되니 아름답구나!

눈많은 동네, 설을 맞아 멀리 떨어져살던 식구들이 모여들고 오랜만에 반가운 만남이 신명나게 이어진다. 만남의 순간을 이렇게나 신명나게 그려낸 건 또 그림작가의 몫이다. 한 식구 한 식구 만남을 더해가며 아이들은 반가움에 거의 춤을 추는데, 내겐 그 과장스런 몸놀림들이  어색한 게 아니라 외려 너무나 정겹고도 기분이 좋았다. 와, 이렇게 한번 만나봤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이 들만큼 부러운 장면이었다.

여기저기 흩어져 각각 사연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잠시 그 사연들을 덮어둔 채 정다운 식구들과 만나고 설을 맞아 또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한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오랜만의 만남을 마음껏 즐긴다. 밤새 놀고 엎치락뒤치락 자는 모습도 흐뭇하다. 여우는 눈 많은 동네에 많은 법, 눈 내리는 풍경에 무우징게국 끓는 냄새와 함께 새아침이 열리고 그 고소한 것을 함께 나눠먹으며 식구들도 새날을 맞는다.

정다운 시에 재미가 오달진 그림. 절로 마음이 눅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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