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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종의 라틴화첩기행 ㅣ 문학동네 화첩기행 5
김병종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보고나면.
누구나 다 떠나고 싶어질듯하다. 나도 당연, 그랬다. 그리고 떠나기 전에 준비 좀 해야겠군, 하고 생각했다. 화가이자 글쓰는 이인 저자는 남미의 문학, 남미의 예술을 스치듯 맛보고 지나간다. 주저앉아버린 게 아니라 깊은 맛을 보기는 물론 어렵지만, 책으로 보고 풍문으로 들은 이야기들이 지은이의 발걸음을 따라 또박또박 이어진다는 것은 무한 매력적이었다. '나도 이 길을 걸으리라' 라는 동참의식과 함께 여행의 로망은 한껏 무르익어 부풀어오른다.
쿠바, 아르헨티나, 멕시코, 브라질, 칠레, 페루. 하나같이 언젠가는 꼭 가봐야지, 하던 곳이 아니던가. 한번 가면 한 달은 돌아야지, 라고 생각만 하다보니 아예 갈 엄두를 못 내던 곳이 아니던가. 결국, 언젠가 한 달을 내서 떠나게 될 때, 이 책을 들고가게 되겠지.
하지만, 그때 내가 쓰는 여행기는 다른 맛이 나겠지. 그야 물론 나만 보는 여행기이겠지만. 내게 이 책은 약간 과잉의 느낌을 주었다. 감정의 과잉, 우수와 페이소스의 과잉. 남미를 보는 작가의 시선이 그랬을까? 카스트로에 대한 넘치는 애정을 현지에서 목격하고 어이없어하며 비판을 주저하지 않는다. 게바라에 대해서는 연민과 존경이 넘친다. 어떤 것이나 '낭만'이다. 물론 누구나 비판하고 누구나 또 존경하는 인물들이지만, 작가의 시선이 너무 유명세를 좇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거부감이 들었다. 코드가 좀 다르구나, 하는 느낌이라할까.
그러나,
"라틴은 말한다. 현실의 크고 작은 결핍 쯤이야. 존재란 이토록 눈부시게 아름답고 달콤한 것이거늘." 이라는 광고문구, 거기에 꽂혀서 사보게 된 책이라는 사실은 엄연하다. 라틴, 이야말로 우리에게 진정한 이국의 이미지가 아니었던가. 책을 보며 역시나 그런거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이 남미에 대한 나의 환상을 한층 더 두텁게 만든 게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