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릉 숲에서 보내는 편지 - 생명의 온기 가득한 우리 숲 풀과 나무 이야기
이유미 지음 / 지오북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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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쓴 이유미님,  참 행복한 분이 아닌가 한다. 나무와 풀 가득한 숲과 산이 그의 일터이고 그들의 이야기를 골라내서 글을 쓴다. 마치 풀과 나무의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전혀 그 언어를 알아듣지 못하는 우리들에게 우리가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풀어주는 분이 아닌가. 그것도 풀과 나무의 입장에 서 보려고 하면서. 나에게 이유미님은, 실로 풀과 나무의 언어를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는 통번역자에 다름 아니다. 그것들에 대한 사랑, 그 사랑을 퍼뜨리고 싶은 열정, 그리고 그들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고 온갖 우행을 일삼는 우리 인간들에 대한 안타까움... 그런 것들의 기가 모이면 이렇게 쓰지 않을 수가 없을지도 모른다. 물론 당연하게도,그렇다고 누구나 이렇게 쓸 수는 없다. 이유미님은 그만의 독특한 분위기와 글솜씨로 이미 많은 사람들을 사로잡은, 글쓰는 학자이다. 그래서 참 행복하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

벌써 이십여년이 넘은 일이지만, <샘이깊은물> 이라는 잡지에서 풀과 나무에 대해 비교적 상세한 볼거리, 읽을거리를 우리에게 제공한 사람이 그이다. 그때, 그 읽을거리 뿐만 아니라 그이의 글맛에도 반해서 자주 음미하며 읽었다. 그때 그이가 쓴 글들은 나중에 <이유미의 우리꽃 사랑, 한국의 야생화> 라는 책에서 부분적으로 다시 만나게 되었으니, 그때는 책 한권을 앞에 두고 여러가지 감회와 함께 한참을 행복하게 보냈던 기억이 난다. 오백 쪽이 넘는 책에 백여 가지 풀들을 실었으니 하나에 약 네댓 쪽 씩을 차지하여 비교적 상세한 정보와 느낌도 아울러서 참 풍요롭게 여겨지던 책이었다. 지금 들여다봐도 그 책에는 계속 볼 거리가 있다. 물론 정보가 많으니 한번에 다 볼 수 있는 책이 아니기도 하고, 한 번 본다고 그 내용을 다 알아버릴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인데다가, 언제 봐도 촘촘한 그 책은, 지금도 내 곁에 두어서 든든하다. (물론 그 분야를 전공하는 독자가 아니라 일반 독자인 내게 그렇다는 말이다. 전공자들에게는 오히려 쉼터와 같은 책일지도 모르겠다)

작가 이야기인지, 다른 책에 대한 이야기인지가 길어졌는데, 이 책 <광릉 숲에서 보내는 편지>를 보면서 당연하게도 앞에서 길게 이야기한 책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비교가 되었다. 이 책, <광릉 숲..>은 상대적으로 아주아주 성글다. 그러고 보니 이 책은, 두 해에 걸쳐 일간신문에 매주 한차례씩 연재했던 글을 다듬고 사진을 보태어 묶어낸 것이다. 그말은 곧, 체계적인 분류와 지식을 기대할 수는 없다는 것이기도 하다. 계절의 흐름에 따라 지은이가 그때 떠올리는 풀과 나무들, 다시 말하자면 그때그때 지은이에게 말을 건네는 풀과 나무들의 이야기를 우리에게 전해주는 것이니, 우리의 삶과 함께 흘러가되 삶의 흐름에 따라 한 군데 머물러 진득하게 이야기를 하고 있을 수는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런 제한성으로 하여 한 이야기에 두세 쪽, 그것도 전문적이기보다는 우선 흥미로운 이야기-예컨대 일반 독자가 잘못 알고 있거나 잘 아는 듯하지만 무심코 넘겨 실제로는 모르고있기 십상인 이야기들, 지은이의 느낌, 인간사에 엮어 풀어낸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그래서 손에 잡으면 전혀 어려움 없이 술술 읽히고, 뜻밖에 듣는 이야기들로 하여 흥미롭고, 자연현상을 인간사에 비유하는 대목에서는 꼭히 이 책이 숲의 이야기라기 보다는 숲을 빌어 이야기하는 한 편의 수필을 읽고있다는 느낌을 준다. 그것이, 독자에 따라서는 끌리는 점이 되기도 하고 아쉬운 점이 되기도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여태 풀과 나무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살아올 틈 없었던 독자들에게는 이 책은 더할나위없는 반가운 손이 될 것이다. 우리네 삶과 연결되어 살갑고, 약간은 낯선 첫 손길이지만 묵직하지는 않아 사소하고, 이제 막 귀를 열기 시작한 독자에게는 그지없이 신선한 이야기이니 말이다. 이 한 권의 '편지'를 다 읽고 나면 어느새 그 땅에 발을 성큼 들여놓아 이제 열혈독자가 될 준비를 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혹은, 여태 풀과 나무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살아올 틈을 조금이라도 낼 수 있었던 독자들에게는, 이 책은 그저, 잘 아는 이의 가벼운 인사이거나 오며가며 나누는 세상사는 이야기처럼 들릴 것이다. 새로울 것 없으나 한번씩 주고받고 싶은 정다운 이야기라고나 할까... 잊고 있던 그들과 잠시 길거리에서 조우하듯, 그래서 다시 그들을 상기하듯. 그러나 보잘것 없다고 말해지기보다는, 그렇게 만나서 반가웠노라고 말해주고 싶은 그런 만남이다. 간단하고 명료한 그들의 인사는, 오히려 그 단순함으로 하여 다른 무관심한 이들에게 그들의 인사를 전해주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듯하다.  내가 자주 만나는 어린이들이나 세상사에 하릴없이 바쁜 그 어머니들에게 이 쉬운 인사는 곧바로 그들의 마음을 열게하는 열쇠가 되기도 했다. 풀과 나무들이 보내는 인사는 때로 신비롭고 때로 소박해서 이 책의 지은이를 공명시키고 나를 공명시키고, 이어 아이들과 어머니들을 공명시킨다. 이렇듯 이유미님의 '편지'는 곧바로 내가 또다른 그들에게 보내는 '편지'가 되곤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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