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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 여름 ㅣ 헤세 4계 시리즈
헤르만 헤세 지음, 두행숙 옮김 / 마인드큐브 / 201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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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헤세, 여름
휴가철추천도서
노을지는 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본 적이 있다.
별이 쏟아질 듯 하얗게 뿌려진 밤하늘을 목이 아프게 올려다 보기도 했었다.
유년의 기억 어딘가에쯤 자리하고 있는 자연과의 교감의 순간.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으나 바다와 하늘과 바람을 느끼며
비 내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마음이 편안해졌었다.
그 순간만큼은 모든 것이 충만했었던 것 같다.
어른이 되고
엄마로 살아가는 동안
잊고 있었다.
나의 내면을 충만하게 차오르게 만들었던
그 알 수 없는 실체가 바로 '자연'이었다는 사실을
《헤르만헤세, 여름》을 읽어가는 동안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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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헤세의 시집이자 산문집인 《헤르만헤세, 여름》은
그의 작품들 중 계절과 관계되는 부분들을 따로 모아
《봄》, 《여름》, 《가을》, 《겨울》로 펴낸 작품집 중 한 권이다.
요즘같은 휴가철
가방에 넣고 떠나기에 좋은 책!
《헤르만헤세, 여름》은 바쁜 일상 속에서 잊고 살았던 '자연'을 온전하게 느끼게 해 줄 것이다.
단 하루도, 단 한 시간도 소홀히 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헤르만헤세의 감정에 이입되다 보면
그동안 우리가 놓치고 살았던 자연의 세밀한 변화들을 깨달으며 감격하게 될지도 모른다.
휴가는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 한껏 감상에 취해 들기 충분한 시간이므로.
시인이자 소설가이자 화가이자 정원사이기도 했던
헤르만헤세의 충만한 감성에 빠져드는 시간!
나도 모르게 유년의 시간들을 소환했고
그 어느 때보다 릴렉스한 시간을 만끽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정원사로 살았던 헤르만헤세의 노년을 동경해서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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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헤세는 온 몸의 세포를 깨워 계절의 미세한 변화들까지 온전히 느끼며 살았던 것 같다.
그의 삶 속에는 늘 자연이 있었기에
작품 속에 그려낸 '그의 자연'은 친밀하고 세밀할 수 밖에 없다.
우리가 자연으로 인해
얼마나 충만한 감성을 선물받는지
얼마나 충분한 위로를 건네받는지
새삼 깨닫게 된다.
날마다 세상의 충만함이 우리 곁을 살랑거리며 스쳐 지나간다.
날마다 꽃들이 피고, 햇살이 비치며, 기쁨이 미소 짓는다.
우리는 때로는 감사하며 그것들을 흠뻑 들이마시고,
때로는 피곤하고 언짢아서 그런 것들을 알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언제나 우리 주위에는 아름다운 것들이 넘쳐난다.
어떤 기쁨이든 수고하지 않아도 오고
결코 대가를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야말로 참으로 근사한 일이다.
기쁨은 자유로우며, 번져 오는 보리수꽃 향기처럼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신의 선물인 것이다.
- 헤르만헤세, 여름 <보리수꽃> 중에서, 1906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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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는 헤르만헤세의 그림 몇 점도 수록되어 있다.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그가 자연과 시간과 계절의 변화를
얼마나 밀도 있게 느끼며 살았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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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년도 더 지난 일이지만
헤르만헤세의 전시회에 다녀왔던 기억이 일정부분 또렷하게 남아있다.
중학교때 처음으로 《데미안》을 읽고 받았던 충격만큼
그가 자연을 노래하며 화가이자 정원사로 살았던 노년의 삶은
또 다른 의미에서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 전시회에서 보았던 그림들이 이 책에도 분명 수록되어 있겠지 싶어 감회가 새로웠다.
주름진 깡마른 얼굴에 밀짚 모자를 눌러쓴 헤르만헤세의 모습을 나는 잊을 수가 없다.
그의 글도 그의 그림도 그가 사랑한 자연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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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헤세, 여름》을 읽는 동안
마음에 드는 노트와 만년필을 골라 자주 옮겨적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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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전해주는 세세한 자연의 변화들을
농밀하게 느껴보고 싶어서랄까.
내 안의 어느 부분에서도 '자연'을 갈구하고 있고
'자연'으로 인해 충만했던 경험을 한 적이 있으므로
책을 읽는 것 만으로도 나는 때때로 벅차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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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주의보가 내리기는 했지만
하늘 가득한 구름으로 인해 그리 뜨겁지 않았던 날,
저녁 무렵 아이들과 옥상에 올랐다.
나는 책을 읽었고 아이들은 쉼없이 재잘거리며 놀았다.
그러다 작은 아이가 하늘을 가리킨다.
엄마, 구름 봐. 참 예쁘다.
엄마 안아줘. 엄마 안고 있을 때처럼 하늘이 예뻐.
엄마를 안고 있을때처럼 하늘이 예쁘다는 건 무슨 뜻일까.
포근하고 따뜻하고 사랑스럽다... 뭐 그런 뜻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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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마음을 정확하게 알 수는 없으나
그 마음이 그때의 하늘이 예뻐서 책과 함께 찍어 보았다.
사진으로 보니 예쁘다할 정도는 아니지만
사실 이 날은 하늘 가득 구름으로 뒤덮여 있었다.
그냥 구름 천지. 저 멀리엔 먹구름까지 자욱했다.
그러다 파란 하늘이 듬성 듬성 보이기 시작한 건
일순간 몽글몽글 피어오른 뭉게구름? 양떼구름? 때문이었다.
하늘 가득 이 한 부분만 그러했다.
그 찰나에 아이는 하늘을 보았고, 우리는 서로를 안았고, 잠시나마 그 순간을 온전히 공유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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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를 키우면서 늘 생각한다.
아이들이 자연의 어느 부분이라도
충만하게 경험하는 순간을 맞이하기를!
나는 그런 유년을 보냈었고
그로 인해 어떤 말로도 설명할 수 없는
평온한 마음 한조각을 지니게 되었노라고.
그 작은 조각으로 인해
무너져 내릴 것 같던 삶의 어느 한 순간을 잘 버텨낼 수 있었노라고.
《헤르만헤세, 여름》 을 읽으며
때마침 아이가 바라보는 자연의 변화를 함께 느끼며
그것만으로도 참으로 충분한 한 때를 경험할 수 있었다.
+
일에 치여 바쁜 어느 순간, 슬쩍 이 책을 펼쳐든다면 전혀 감흥이 일지 않을 수도 있다.
나와는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자연의 세밀한 변화들을 온 마음을 다해 찬양하고 있으므로.
대신 몸과 마음을 온전히 쉴 수 있는 휴가철 혹은 그 어느 시간즈음
《헤르만헤세, 여름》 을 읽어보시길 권한다.
그동안 잊고 살았던 자연이 온 힘을 다해 말을 걸어올 것이다.
우리의 삶이 결코 자연과 계절의 변화를 떠나서는 온전할 수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온전한 쉼, 온전한 충전, 온전한 평화의 시간을 선사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