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리뷰 대회에서 버금상을 받았답니다^^  

적립해 주신 2만원으로 좋은 책 사보겠습니다. 

 

이벤트 당첨 공지는 아래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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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포토리뷰 대회"에 참여해주신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여러분의 많은 참여로 풍성한 이벤트가 되었습니다. 다시한번 감사의 말씀드리며,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로 가능한 이벤트 대상에 예외처리 하지 않고 심사하였으니,
다음부터는 이벤트에서 제시하는 방법을 꼭! 준수해 주세요~

* 으뜸 5명 (적립금 5만원)
n_seung***@hanmail.net  나승희 님
tlqlwk***@hanmail.net  박서현 님
elma***@naver.com  홍석주 님
nobel2***@naver.com  이혜련 님
hee7***@hanmail.net  이희정 님

* 버금 10명 (적립금 2만원)
poe***@chollian.net  김금년 님
rwr***@hanmail.net  김봉곤 님
gamer0***@naver.com  김유진 님
hyun6***@naver.com  김현화 님
sasin***@hanmail.net  박주영 님
rang2***@naver.com  박지랑 님
soonok0***@naver.com  이순옥 님
naz***@naver.com  장순옥 님
summerof1***@hanmail.net 조혜진 님
im-ver***@hanmail.net  최정임 님

* 참가상 10명 (적립금 5천원)
liquz***@hanmail.net  김석진 님
na4***@naver.com  김지예 님
zol***@dreamwiz.com  양지은 님
sd3***@korea.com  유선재 님
ix***0@hanmail.net  윤재홍 님
32sk***@hanmail.net  이상미 님
jey***@dreamwiz.com  장연순 님
ailove***@naver.com  정형순 님
cats***@nate.com  주미리 님
ran***@hanmail.net  황미란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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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놀 청소년문학 28
바바라 오코너 지음, 신선해 옮김 / 다산책방 / 2008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이 한 고비만 넘기면 좋은 일이 생길거야!
- 바바라 오코너,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을 읽고

 꼭 그래야만 했을까?
 생각해보면 어린 시절 나는 어처구니없는 일들을 곧잘 저지르곤 했다. 잘못을 저지른 과정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엄마에게 호되게 야단맞던 순간은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선명하게 남아 있다. 대체 무슨 잘못을 저질렀던 것일까. 반드시 그래야만 했던 건 아닐 텐데, 모든 상황은 순식간에 벌어지고 만다. 천사보다는 악마의 검은 손길이 더 매혹적으로 느껴지는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은 크나큰 실수 혹은 잘못을 저지르게 된다. 바로, 조지나처럼!

 무슨 영문이지도 모른 채 한순간 아빠에게 버려진 세 가족. 조지나, 동생 토비, 엄마. 하늘 아래 지붕이 되어줄 곳은 오로지 고물 자동차뿐. 단속에 걸리지 않으려면 이삼일에 한 번 꼴로 새 주차장소를 찾아야만 한다. 맥도널드나 가까운 주유소에서 세수를 하고 속옷을 빤다. 다림질은 고사하고 한꺼번에 빨래를 모아 세탁을 하는 통에 원치 않게 지저분한 아이로 변해간다. 온갖 음식 냄새와 (잡동사니로 변해버린)소중한 물건들이 뒤엉킨 차안에서의 생활. 엄마는 하루에 두 탕씩 일을 하느라 점점 더 녹초가 되어간다. 그래도 집을 장만할 돈은 쉽게 모이지 않는다.
 
 완벽하게 헝클어져버린 생활. 한없이 위축되고 좌절할 만한데 조지나는 그렇지 않다. 어떻게 해서든 곤궁한 생활에서 벗어나기 위해 부지런히 머리를 굴린다. 힘들어하는 엄마를 위해 일명 ‘집구하기 프로젝트’에 돌입한 것. 드디어 기회포착! 사례금 500달러를 내건 빛바랜 전단지에서 힌트를 얻어 개를 훔치기 위한 주도면밀한 계획을 세운다. 먼저 개를 무진장 사랑하는 재력가를 물색한다. 자신의 개를 위해 상당 금액의 사례금을 줄만한 사람인지 파악한 다음 그의 애견을 훔친다. 개를 찾는다는 전단지가 나붙으면 주인에게 개를 찾아주는 척 사례금을 챙기면 끝. 고단수 조지나! 꽤 그럴싸하다. 따지고 보면 훔친 개를 어디에 숨길지, 무엇을 먹일지도 생각하지 않은 허점투성이 계획이지만 나름 기발하다. 조지나가 발견하지 못한 허점은 동생 토비가 채워주니 이 두 남매의 사기 행각은 완벽에 가깝다.

 이 책에는 예기치 못한 의외의 사건이 불쑥 끼어들지 않는다. 대신, 조지나의 내적 갈등과 심리 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읽는 내내 조지나와 같은 심정으로 마음 졸이며 긴장을 하게 된다. 사건들이 빗발치지 않으니 산만하지 않아 단숨에 읽힌다.
 조지나는 또 얼마나 기발한 캐릭터인지. 영리함을 넘어 영악하기까지 하다. 개를 찾는 전단지가 나붙지 않자 윌리의 주인 카멜라 아줌마를 직접 찾아가는 대범함을 선보인다. 전단광고를 권하고 사례금도 제시한다. 그러는 동안 깨닫게 되는 것들. 모든 일은 뜻대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 카멜라 아줌마는 거금의 사례금을 낼만한 부자가 아니고, 다 쓰러져가는 빈집에 방치해둔 윌리에게 한없이 미안한 마음이 든다. 조지나의 정체를 알아차린 떠돌이 무키 아저씨의 출현도 부담스럽다. 무엇보다도 개를 훔쳤다는 죄의식과 사례금을 받아 얼른 새집으로 이사하고 싶은 마음 간에 충돌이 발생한다.

 이 책을 읽어가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조지나에게 푹 빠져들게 될 것이다. 명랑함이 뚝뚝 묻어나는 소녀. 소신 있고 당찬 조지나. 모든 것을 제자리에 돌려놓기 위해선 용기가 필요하다. 맑고 순수한 영혼을 간직한 이 소녀에게는 용기까지 있다. ‘용기’라는 것을 끄집어내기 위해 내적 갈등을 겪는 동안 소녀는 어느새 한 뼘 더 성장해간다.
 성장기의 우울한 한 때를 명랑하게 재해석해낸 유쾌한 소설. 이 책을 어떤 일로든 힘들어하는 우리의 청소년들 혹은 어른들에게 권한다.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찾아 고군분투하는 조지나처럼 이 한 고비만 잘 넘기면 반드시 좋은 일이 생길 거라고 자신 있게 말해주고 싶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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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리뷰 대회
재미
한상복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5월
품절


세상을 ‘재미’나게 사는 방법, 아직도 모르고 계시나요?
- 한상복, [재미]를 읽고

따분하다. 뭐 하나 특별할 게 없다. 세상만사가 무료하게 느껴진다. 되는 일도 없다. 누가 조금만 건드리기만 해도 폭발해 버릴 것 같다, 면 이 책을 읽어보라. [재미]는 당신의 삶이 왜 그 지경이 되었는지, 벗어날 방법은 없는지, 어떻게 해야 세상을 ‘재미’나게 살아갈 수 있을지 알려주고 있다.

[재미]에는 아빠, 엄마, 아이로 구성된 가족이 등장한다.
아빠의 직업은 자동차 디자이너. 팀장이지만 전임 팀장의 막강 파워에 눌려 팀원들을 제대로 통솔하지 못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디자이너임에도 상상력과 창의력이 결여되어 있다는 것. 주구장창 일만 하자 주의다. 언제나 인상을 쓰고 다니는 아빠의 별명은 후기인상파 2호다. 결혼 전, 학원 강사로 이름을 날렸던 엄마. 전업주부로 사는 동안 아이에게는 성적만을 강요하는 야박한 엄마로 남편에게는 집안 살림을 등한시하는 게으른 아내로 변해버렸다. 남과 비교하는 사이 마음에는 분노만 쌓여간다. 화살은 고스란히 남편과 아이에게로 향하기 마련. 집안이 편할 날이 없다. 아이는 학교에서 늘 왕따를 당한다. 한때 절친이었던 배신 민아가 주동자나 다름없다. 그래서 더 슬프다. 아이들의 괴롭힘은 끝이 없는데 아빠도 엄마도 편이 되어주지 않는다. 돌아가신 할머니가 그립기만 하다.

집안 가득·무거운 저기압이 깔려있다. 언제 비를 뿌릴지 모르는 먹구름이 그득하다. 그러던 어느 날 집안의 공기가 가벼워지기 시작했다. ‘취미’라는 변화의 바람이 불어와 먹구름을 걷어낸 것이다.
아빠는 자전거, 엄마는 사진에 푹 빠져 산다. 취미를 가지면서부터 새롭게 보이는 세상. 밋밋하던 풍경이 말을 걸어오고 주변의 모든 것들이 생기 넘쳐 보인다. ‘틀리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다르다’고 인정하니 통찰력이 생긴다. 그 틈을 타고 아이디어가 샘솟는다. 밝고 긍정적인 측면에 관심을 기울이다 보니 분노도 가라앉는다. 아이는 용기를 내어 왕따를 당하기 시작한 배신 민아를 도와준다. 친구들과의 관계도 회복되고 어렵기만 하던 수학도 점점 더 좋아진다.

이처럼 [재미]는 한 가족이 무미건조한 일상에서 벗어나 삶의 ‘재미’를 찾아나가는 과정을 유쾌하게 그려내고 있다. 직장 내에서 잘 못나가는 아빠, 존재감 없는 엄마, 왕따 당하는 아이는 현실을 직시하고 문제를 인정하면서부터 각자의 방식으로 변화를 모색해 나간다. 여기에 할머니의 환영으로 등장하는 ‘이야기’가 더해져 아이의 내적 성장을 돕는다. (이 소설을 ‘성장소설’이라 부르고 싶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흥미로운 것은 엄마, 아빠, 아이가 운영하는 블로그를 이야기의 말미에 삽입했다는 점이다. 어느 시점부터 아빠는 ‘짜증만땅’에서 ‘재미있게 살자’로, 아이는 ‘눈물 새’에서 ‘즐거운 새’로 블로그 명을 바꾼다. 삶의 태도가 변화된 것이다. 블로그를 통해 고스란히 드러나는 이들의 심리변화를 지켜보는 동안 독자의 마음에도 한 줄기 변화의 빛이 찾아들 것이다. 어떻게 살아야 삶이 더 재미있고 풍성해질지를 가늠해 보게 된다.

“... 보면 볼수록, 자꾸 볼수록 서서히 좋아지고 정이 드는 그런 것이어야 해. 감동을 주는 이야기들을 담을 수 있는 것 말이지.” (p.186)

이 책이 꼭 그렇다. 우리네 인생도 그래야 한다고 [재미]는 말한다.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는 인생. 그런 삶을 살았을 때 우리의 삶이 얼마나 생기 있게 살아날지를 보여 주고 있다. 거두절미하고 [재미]는 재미있다. 감동까지 곁들여져 있으니 읽는 내내 마음이 넉넉해진다. ‘덤’처럼 느껴지는 작가의 맛깔스런 문장력은 유쾌하게 세상을 바라보게 만드는 결정적 요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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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리뷰 대회
해피 해피 스마일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9년 4월
절판


아, 정말 그러고 싶진 않았는데 결국 책을 찢고(?)야 말았다.
이 책의 7가지 비밀 중 하나인 절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좌선하고 있다는 부처님을 찾아낼 요량은 아니었다. 여기 어디쯤 있겠거니 생각하고 뜯어볼까 말까 고민하고 있는데 푹, 하고 내지가 통째로 떨어져 나가 버렸다. 책을 오른쪽 왼쪽으로 열심히 기울이며 미확인 동물을 살펴보는 재미에 너무 골몰한 탓이다. 이런!
좌선하는 부처님을 만나서일까? 책을 찢었다는 모종의 일탈감 때문일까? 왠지 모를 웃음만 나왔다.

[해피 해피 스마일]은 요시모토 바나나가 일본의 인기 웹사이트 ‘호보 일간 이토이 신문’에 연재했던 단편들을 한 권의 책으로 엮어 낸 에세이소설이다. 세 살짜리 아들을 키우면서 겪었던 에피소드와 주변 인물에 얽힌 이야기가 이 책의 주된 내용이다.
내가 생각하는 보통의 에세이는 감동과 깨달음을 동반한다. 작가의 연륜과 삶의 여정이 고스란히 배어있어 종종 깊이 있는 사색을 이끌어 낸다. 같은 사물을 보고 비슷한 상황을 겪어도 전혀 다른 의미를 포착해내는 작가들의 능력에 감탄하기도 한다.
[해피 해피 스마일]은 조금 다르다. 지극히 일상적인 이야기들, 특별할 것 없는 사소한 이야기들만을 담고 있다. 교훈도 없고, 감동도 없다. 그런데 스멀스멀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평범한 일상이 반짝반짝 빛나 보이는 느낌이랄까!

어라, 이게 뭐야?
책을 대면한 나의 첫 반응은 급 실망 모드로 바뀌었다. 가로 15cm, 세로 10.8cm 의 딱 손바닥만 한 크기의 판형. 아무렇게나 쓱쓱 그려낸 듯한 유아용 수준의 순진무구형 일러스트까지. 책이 아니라 마치 장난감 같았다. ‘작가가 요시모토 바나나인데, 뭔가 있겠지’ 라는 생각에 마음을 다독이며 읽기 시작했다.

책이라고 하면 자고로 훼손해서는 안 되는 고귀한 물건이라 여겨왔다. 요시모토 바나나는 책을 사랑하는 독자가 암암리에 세워둔 이 같은 금기를 보기 좋게 무너뜨려 주었다. 일곱 가지 비밀이 그것인데, 하나 둘 따라하다 보면 책은 금세 너덜너덜(?)해질 위기에 처한다. 책을 이렇게 함부로 다뤄본 적이 있었던가? 단연코 없다(아마,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놀이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이 책은 겉보기에는 허술한 듯 대충 만들어진 듯한데, 일본의 유명 북 디자이너가 제작했다고 한다. 책 속에 숨어있는 비밀을 찾아 헤매는 동안 디자이너의 의도를 조금은 알아챌 수 있었다. 우리가 늘 겪는 평범한 일상도 생각하기에 따라(혹은 바라보기에 따라) 아주 재미날 수 있다는 작가의 생각을 북 디자이너도 함께 하고 있는 것 같다. (유아 전용 책도 아닌데) 책을 놀이의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니. 특별한 발상이 신선하다. 딱히 어디에 구속된 것도 아닌데 자유로워진 느낌이 든다. 책이라 하면 늘 애지중지 여겨왔는데 유희도 될 수 있구나 하는 깨달음! 여기에 꼬맹이(작가의 아들) 특유의 엉뚱 발랄한 시선이 더해져 유쾌함은 배가 된다.

“아주 자잘하고, 딱히 어디에 도움 되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 반짝 빛나는 재미난 일들. 금방 잊힐지라도 재미난 일. 다른 사람과 나누고 싶지만 그렇다고 거창하게 얘기할 거리는 못 되는 일들. 그런 얘기들을 조금씩 모아 보았습니다.”

작가는 후기에 이렇게 밝히고 있다. 이 말이 정답이다. 책을 읽는 동안 어떠한 감동과 깨달음을 얻지 못해도 좋다. 복잡하던 머리가 단순해지고, 마음이 유들유들 편안해지면 그 뿐. 평범함 속에서 블링블링한 순간을 놓치지 않고 포착해낸 이 책은 그래서 더 특별하다.

(※ 단, 책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 기본적인 판형의 책만을 고집하시는 분들은 사이즈를 확인하신 후 구입하셔야 덜 당황하실 겁니다.)

- '해피해피 스마일'에 숨겨진 7가지 비밀 따라잡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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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리뷰 대회
율이네 집 - 작지만 넉넉한 한옥에서 살림하는 이야기
조수정 지음 / 앨리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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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남편과 함께 낚시를 다녀왔다. 낚시터에 가는 날이면 언제나 책을 챙겨 든다. 남편은 물고기를 낚고, 나는 주옥같은 문장들을 낚는다. 같은 시간, 같은 공간 속에서 각자의 취미를 즐기는 것! 서로 취향이 다른 우리 부부가 사는 방식이기도 하다. 산들 불어오는 바람에 호수 이 끝에서부터 저 끝까지 잔물결이 밀려나길 반복한다. 숲 너머 먼발치에 아파트가 보이고, 더 아득히 차들이 오가는 소리가 들려온다. 세상의 어떤 소음도 주인공이 될 수 없는 낚시터. 그곳에서는 오직 새소리, 바람 소리, 물결 소리만이 주인공이 된다.

이번에 가져간 책은 [율이네 집]이다. 이 책은 리빙 디자인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조수정씨와 남편이 아들 율이와 함께 한옥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담고 있다. 한옥에 살기에는 다소 젊고, 옛것을 고수하기에는 직업상 약간의 괴리감이 느껴지는 이들 부부. 한 장 한 장 페이지를 넘기는 사이 이런 얄팍한 편견도 곧 사라지기 시작했다. 사람이 살아가기에 어울리지 않는 공간이란 없다. 조화를 이루기 나름이다. 이들은 기존 한옥의 형태를 최대한 유지한 채 필요한 부분만을 수리해 나갔다. 그것도 최대한 한옥스럽게.

때로는 인위적으로 자연을 가져다 놓으려다 실패하기도 한다. 푸른 잔디가 펼쳐지는 마당이 로망이었던 저자는 모두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마당에 잔디를 깐다. 좋은 것도 한 순간. 잔디를 보호하기 위해 디딤돌을 놓아야 했다. 마음대로 걸어 다니거나 자전거를 타야하는 것도 일찌감치 포기해야 했다. 그저 보기에만 좋은 푸른 마당. 그것도 오래가지 않았다.
‘짧았던 봄, 딱 그만큼의 푸름을 자랑하고는 잔디는 여름 장마와 함께 거의 사라지고 말았다. 우리의 서툴고 미흡한 관리 때문이었을 수도 있지만, 짧은 시간에 완벽한 자연을 얻으려 했던 인위적인 방법이 문제였으리라.(p.97)
그렇게 마당은 초라한 모습만 남긴 채 사라지는가 싶었다. 가을이 되면서 이름 모를 풀들과 이끼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비로소 자연스러운, 마당다운 마당이 되어가고 있었다.

[율이네 집]은 이처럼 자연의 이치를 거스르지 않는 자연스러운 삶이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인지를 알게 해주는 책이다. 손수 집을 고쳐나가는 일들부터 마루, 부엌, 안방, 아이 방, 마당 이야기, 엄마의 소품, 아빠와 아이의 요리 이야기들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러움의 묘미와 마주하게 된다. 흙에서 돋아나는 생동감, 푸른 생명이 전해주는 경이로움, 나무가 발산하는 편안한 기운에 젖어들기도 한다. 바른 먹거리와 바른 쓸거리까지도 꼼꼼하게 따져보게 만드는 한옥에서의 삶. 집이 사람을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뛰어다니지 마라, 낙서하지 마라, 정리 좀 해라 등등의 잔소리로부터 자유로워진 아이는 또 얼마나 아이다운 생명력을 발산하는지. 사람이 있어야 할 자리, 사람을 가장 사람답게 만드는 집은 그래서 중요한 것 같다.

올 봄, 마당에 자리 잡은 조그마한 텃밭에 상추와 파 씨를 뿌렸다. 봉선화도 심었다. 너무 깊게 심었던지 올라오는 데 한참이나 걸렸다. 한번 싹을 띄운 상추와 파는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나고 있다. 봉선화도 조금씩 움트고 있다. 매일 아침, 마당을 내다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몇 줄 심지 않는 이것들이 전해주는 감동이란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자연을 반가워하기 시작했다. 주말이면 허겁지겁 자연을 찾아다니며 가까이 둘 수 없음을 애달파하기도 한다. 남편이 낚시터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내가 마당에서 생동감을 느끼는 이유는 자연과 함께 호흡하고 있기 때문이다.

언제나 은은한 빛이 스며드는 ‘율이네 집’은 그래서 더 부럽다. 집안 어디에 있든 바람과 마주할 수 있고, 어디를 가든 빛이 따라 다니는 집. 자연과 사람의 경계를 허물고, 어른과 아이의 경계를 허문 자리마다 넉넉한 웃음이 묻어난다. 누구나 한 번쯤 살아보고 싶은 집, 자연의 집 한옥은 이렇게 많은 이야기들을 피워내고 있다.

조수정씨는 이 책을 준비하면서 과연 자신이 책을 내기에 합당한 사람인가라는 의문에 조금은 괴로운 나날을 보냈다고 한다. 책에 담긴 이야기들이 그녀와 그녀의 삶을 실제보다 더 그럴싸하게 만들어 버린 것 같다는 생각에. 그럴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와 다른, 조금은 특별한 이야기를 간직한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그 자체로 큰 기쁨이 된다. 그녀가 한옥에서의 삶을 꿈꾸고 이루었듯 우리는 각자의 삶을 꿈꾸고 이루어 나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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