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폐의 세계사
셰저칭 지음, 김경숙 옮김 / 마음서재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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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미국을 다녀온 후 내 여행은 일본으로 한정되었다.

그랬기에 달러나 엔화 이외에 다른 나라의 화폐를 본 적이 없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지폐를 주제로 세계 여행을 떠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계 각국의 지폐에는 역사와 문화가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지폐 자체로도 하나의 작품이 될 수도 있고 그 나라의 정체성을 이해할 수 있다.

무엇보다 지구상에 이렇게 다양한 지폐가 존재한다는 사실도 놀라웠다.

지금까지는 대부분의 나라들도 지폐에 위인이 그려져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한 번도 그 부분에 대해 의구심을 가진 적이 없었다.

그러나 파푸아뉴기니와 인도네시아의 지폐에는 극락조가 그려져 있고,

이름도 낯선 페로 제도의 지폐에는 풍경화가 그려져 있다.

과거 프랑스가 발행한 지폐에는 목가적인 전원 풍경이 그려져 있고,

유고슬라비아 왕국은 왕성한 국력을 상징하려 풍성한 과일을 그려 넣었다.

지폐가 변화하는 모습을 살펴보면 한 나라의 역사를 알 수 있다는 점에서 무척 흥미로웠다.

지폐에 담긴 장소를 찾아 떠난 저자의 여행 이야기는 이 책을 더욱 풍부하게 해준다.

그저 물건을 계산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한 수단으로만 여겼던 지폐가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이 작은 종이 안에는 한 나라의 역사가 담겨 있고 소중히 여기는 문화가 담겨 있다.

저자가 풀어낸 지폐 이야기를 읽고 있으니 패키지여행으로 세계를 다녀온 듯한 기분이 든다.

지폐는 한 나라를 대표하기도 하고 전통과 자부심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어떤 곳에서는 권력 강화의 도구가 되기도 한다.

어렵고 복잡하다 생각했던 세계사도 지폐를 중심으로 풀어가니 흥미진진하게 다가온다.

낯선 나라의 다양한 지폐를 통해 그 속에 담긴 수수께끼와 의미를 따라가며 새로운 진실을 만날 수 있는 이 여행에 동참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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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저승사자 - 집에만 오면 죽는 식물, 어떡하면 좋을까
정수진 지음, 박정은 그림 / 지콜론북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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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나와 친하지 않는 것들이 여럿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친하지 않는 것은 식물이다.

꽃, 화분, 나무 등등 내 손에서 오랫동안 살아남은 생명체를 찾기란 힘들다.

한 달에 한 번 물만 주면 된다고 했던 미니 선인장도 나를 만나고는 얼마 후 수명을 다했다.

가끔씩 엄마에게 꽃을 선물하기도 하는데 그마저도 오래가지 못하는 걸 보면

엄마와 나의 유전자에는 식물과 친한 유전자가 없나 보다.

새싹이 나는 봄이 되면 파릇한 화분도 몇 개 들여 집안 분위기를 바꿔보고 싶었지만

엄두조차 나지 않는다. 키우는 것보다 버려야 하는 일이 더 많아질 테니깐..

그런 내게 눈에 띈 책 제목이 있었다. <식물 저승사자>.

내 이야기인가 싶어 재빨리 책장을 열었다.

이 책은 식물 가게를 운영하는 저자가 식물을 기르고 판매하면서

우리가 흔히 겪는 죽거나 시들어가는 이유를 이야기해준다.

책을 펼쳐 든 순간, 절망스러웠다. 내가 이토록 식물에 무지했다니.

이 책에 나오는 식물 중에 아는 이름은 단 두 개뿐. 카네이션과 산세베리아.

모르는 게 많았기에 그동안 숱한 실패에도 원인조차 몰랐던 것이다.

저자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고개를 한없이 끄덕인다.

어쩌면 아주 작은 이유만으로도 식물의 생사가 갈린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나와 같은 경험을 했던 사람들이라면 이 책에 많은 공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식물을 기르고 싶지만 어렵다고 느끼는 이들에게 저자의 경험이 더해진 이야기는 큰 힘을 준다.

미처 알지 못했던 식물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아주 조금 용기가 생긴다.

올봄에는 집안에 작은 화분을 들여놓을까. 작은 화분부터 시작하다 보면 어느새 식물 저승사자라는 무시무시한 타이틀을 버릴 수 있지 않을까. 

선선한 봄바람이 불어오는 요즘 이 책 덕분에 마음이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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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한 잔 - 20만 명이 선택한, 20분 만에 완성하는 근사한 반주 라이프
김지혜 지음 / 지콜론북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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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어른이 되면 이루고 싶은 로망이 있었다.

퇴근 후 집에서든, 근처 바에서든 시원한 맥주 한 잔에 그날의 스트레스를 푸는 것.

하지만 술을 마시지 않는 나에게는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로망이다.

이 책은 나와 같은 로망을 가진 이들에게 꼭 필요한 책이 아닐까 싶다.

지친 하루를 마감할 때 단 20분 만에 근사한 음식을 만들 수 있는 지침서이다.

책에 가득 찬 음식 사진들과 과정들을 보니 군침이 돈다.

나는 이 책에 등장한 모든 반주를 요리로 칭하고 싶다.

이렇게 근사한 음식을 단지 안주로만 치부하기에는 아쉽다.

시원한 술 한 잔과 맛있는 한 끼를 멋지게 해결할 수 있는 좋은 책.

이 책이 바로 그런 책이다. 푸드 스타일리스트인 저자가 아껴두었던

레시피를 이 한 권에 가득 담아냈다.

이 책의 장점은 거창하지 않다는 것이다. 냉장고에 있거나 집안 어딘가에 있던 식재료를

충분히 잘 활용하여 근사한 한 끼를 만들 수 있게 도와준다.

꼭 술과 함께가 아니라 친구들을 초대했거나,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간식 등

활용 가치가 매우 높다.

한주의 업무를 끝내고 금요일 밤 나를 위한 든든하면서도 기름진 요리를 만들거나

쌓인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화끈하게 매운 요리를 만들거나

출출할 때 허기도 달래주고 마음도 달래주는 고소한 요리를 만들거나

추워도 맛있고 더워도 맛있는 시원한 요리까지

매일 하나씩만 도전해본다 해도 365일이 즐거운 요리들이 가득하다.

오늘 하루 고생한 나에게 수고했다는 격려를 줄 수 있는 맛있는 요리가 있다면 행복한 인생이 아닐까. 눈으로만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이 레시피들을 곧 실천하는 날이 올 것이다.

그날에 나는 술 대신 커피 한 잔과 맛깔나는 요리를 한 상 차려 내게 선물을 줘야지.

'잘 살고 있어, 그러니 내일도 힘내.'라는 말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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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1-09-25 0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매일 아침 지하철에서 모르는 여자가 말을 건다 앗코짱 시리즈 2
유즈키 아사코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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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 만난 앗코짱이다. 역시나 시원시원한 목소리로 앗코짱은 내게 큰 위로를 준다.

콕 집어서 말을 하기보다는 스스로 생각하고 깨달을 수 있게 길을 만들어주는 앗코짱.

이번에 그녀가 택한 메뉴는 스무디다. 신선한 과일과 야채를 정성껏 갈아내서 만든 스무디를 마시고 나면

하루하루 견디던 나날들이 신선하고 새롭게 다가온다.

어느 출근길 아침, 낯선 이가 내게 스무디 한 잔을 건네며 말은 건다면....?

아마 십중팔구는 모른 척 빨리 자리를 피할 것이다. 하지만 앗코짱이 내게 말을 건다면...

그녀에게 내 인생에 대해, 내가 살아가고 있는 세계에 대해 조언을 구하고 싶다.

그녀의 거만한 말투도, 츤데레 같은 표현도 모두 매력적이다.

앗코짱 시리즈 2편인 이번 책에서 유즈키 아사코는 앗코짱의 행동범위를 회사 밖으로 넓혔다.

1편의 도시락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건강한 음식으로 지친 사람들에게 활력을 준다.

27살의 아케미를 보면서 문득 내 모습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하루 그저 견디며 살아가는 그녀의 모습이 낯설지 않았다.

유즈키 아사코는 이렇게 내게 또 힘을 내라 말한다.

나만의 방식으로 세상에 지지 않으며 당당하게 어깨를 펴고 앞으로 나아가라 말한다.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서 각자의 방식이 부딪히며 꽤 힘든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주로 사람 사이의 관계지만 엄연히 따지면 일로 인해 벌어지는 일들이다.

좋아하는 일이고 평생 하려는 일에 대해 흥미를 잃으면서 회사 생활도 전처럼 기분 좋지만은 않다.

하고 싶은 말을 가슴에 담아두기만 했던 요즘, 앗코짱의 시원시원한 성격에 대리만족을 느낀다.

그녀의 강압적인 태도가 불편한 사람들도 있겠지만 앞을 알 수 없는 세상에서

그녀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에 살아가는 방법을 또 배운다.

소설이지만 현실과 다르지 않은 이야기에 내 상황이 더해지면서 단숨에 읽었다.

내게도 앗코짱 같은 사람이 나타나주었으면 한다.

언제 어디서든 어떤 모습이든 때로는 호통을 치고 때로는 위로를 해주는 그런 이가 나타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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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나 읽을걸 - 고전 속에 박제된 그녀들과 너무나 주관적인 수다를 떠는 시간
유즈키 아사코 지음, 박제이 옮김 / 21세기북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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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유즈키 아사코의 책을 자주 접하게 되었다.

얼마 전에 읽은 앗코짱 이야기에 빠져들었던 작가가 이번에는 고전에 대해 이야기한다.

솔직히 지금까지 고전이라 칭하는 책들 중에 제대로 읽은 책이 없었다.

분명 학창 시절 읽었을 테지만 머릿속에 인상 깊게 남아 있는 책이 없다.

그저 어렵고, 지루하다는 편견에 성인이 된 지금도 가까이하지 못하는 장르다.

다시 한번 읽으려 시도하지만 번번이 실패하게 되는 고전에 대한 유즈키 아사코의 생각이 궁금해졌다.

17세기 명작부터 현재까지 명작을 꾸준하게 소개하고 싶었다는 작가의 의도에 나도 동참해보려 한다.

저자는 여성을 중심으로 한 앗코짱 소설을 쓴 작가이기 때문인지

많은 고전 속 여주인공들에 대해 자신만의 독특한 시각을 풀어낸다.

이 책 속에 등장하는 고전들을 한 번쯤 제목을 들어본 적이 있는 책들이다.

오히려 너무 유명하기 때문에 나는 책을 읽고 이해했다고 착각했던 건 아닐까.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며 고전 속 여주인공들의 삶에 대해 그녀만의 새로운 시각으로 풀어낸다.

제인 에어, 오만과 편견, 나나, 주홍 글씨 등 고전 속 여주인공들을

우리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친구처럼 거침없고 다정하게 소개한다.

귀족 아가씨로 귀하게 커 세상 물정에 어두워 비극적인 삶을 산 여자의 일생의 '잔'을 소개하면서 그녀의 천진하면서도 낙천적인 성격에 찬사를 보낸다.

또한 불륜으로 낳은 딸을 키우며 가슴에 주홍 글씨를 낙인으로 달고 사는 '헤스터'의 당당함에 존경심을 표하기도 한다.

작가의 고유한 시선으로 새롭게 해석한 이야기를 읽고 나니 그동안 내 안에 갇혀 있던

고전에 대한 편견이 다르게 다가온다.

당시 사회 상황과 비교해서 수동적인 삶을 살아간 여주인공들이 아니라

용감하게 자신의 삶의 주인공이 되고자 했던 그녀들이 보이게 되었다.

그리고 평소 접하지 못했던 프랑스, 일본, 영국, 미국 등 많은 나라의 고전을 새롭게 이해할 수 있었다.

나처럼 고전에 도전하기 두려운 이들이라면 유즈키 아사코가 전하는 세계명작극장 속으로 빠져들어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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